지난 11 월 22 일은 가장 미국적인 명절이라할 수 있는 추수 감사절이다. 추수 감사절의 배경은 하나님을 향한 청교도들의 믿음과 감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추수 감사절을 지나며 청교도적 배경이 아닌 성경에 기록된 ‘첫 수확 감사 절기’를 정리한다.
성경의 절기에 대해서는 레위기 23 장에 잘 기록되어 있다. 레위기 23 장에 기록된 ‘성회로 삼을 여호와의 절기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안식일 (3절), 유월절 (5절), 무교절 (6절), 첫 수확 감사절 (10 절), 칠칠절 (15 절), 나팔절 (24 절), 대속죄일 (27 일), 초막절 (34 절)로 정리할 수 있다. 레위기서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그러나 유대인들이 지키는 또 다른 중요한 절기는 티샤 베아브 (Tisha b’Av), 곧 아브월 아홉번째 날에 솔로몬 성전이 바벨론에 의해 파괴된 것을 기억하는 날과 주전 165 년 유다 마카비에 의해 안티오쿠스 4 세 에피파네스 (Antiochus IV Epiphanes)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에 세워졌던 제우스 신상과 우상들을 제거하고 성전을 청결케 했던 수전절 (하누카)의 절기가 있다. 수전절은 요한복음 10:22 절에 ‘겨울에 있는 절기’로 기록되었다. 2018 년 하누카는 12 월 2 일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절기들은 사회 공동체적이고, 역사적 기념일이며 다분히 종교적이다. 종교적이라 함은 하나님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절기를 통해 모두 하나가 된다. 모든 절기들은 개인이 아닌 유대 공동체적 공동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조상들을 이집트에서 어떻게 이끌어 내셨고, 그 조상들이 광야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후손들이 기억하며 그 일을 행하신 하나님을 절기를 통해서 예배하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절기를 통해 죄와 심판, 용서, 약속,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 그리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을 배운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는 중요한 매체인 절기도 때로는 무의미한 허례 의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2700 년 전 이사야 선지자는 형식에 치우진 백성들을 향하여 이렇게 외쳤다: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나의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 내 마음이 너희의 월삭과 정한 절기를 싫어하나니 그것이 내게 무거운 짐이라 내가 지기에 곤비하였느니라 (사 1:13-14). 바울도 절기에 따른 유대인들의 전통으로 말미암아 믿음의 수고가 헛될 것을 경계하였다: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 (갈 4:10- 11).
추수 감사절을 맞아 첫 수확 감사를 되새김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림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 수확 감사절 성경 시대에 이스라엘 농사는 여름 농사와 겨울 농사로 구분할 수 있다. 여름 농사는 나무를 통해서 열매를 수확하는 것이고, 겨울 농사는 밭의 소출을 수확하는 농사이다. 그래서 여름 농사는 가을에 수확하며 얻는 열매는 포도, 무화과, 석류, 감람나무 열매 (올리브), 종려나무 열매 (대추 야자)가 있다. 그리고 겨울 농사를 통해 얻는 밭의 추수는 봄에 얻는 보리와 밀이 있다.
레위기 23:9-14 절의 내용은 겨울 농사의 첫 소산물인 보리 수확을 말하고 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이르라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주는 땅에 들어가서 너희의 곡물을 거둘 때에 위선 너희의 곡물의 첫 이삭 한 단을 제사장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제사장은 너희를 위하여 그 단을 여호와 앞에 열납되도록 흔들되 안식일 이튿날에 흔들 것이며 너희가 그 단을 흔드는 날에 일년 되고 흠 없는 수양을 번제로 여호와께 드리고 그 소제로는 기름 섞은 고운 가루 에바 십분 이를 여호와께 드려 화제를 삼아 향기로운 냄새가 되게 하고 전제로는 포도주 힌 사분 일을 쓸 것이며 너희는 너희 하나님께 예물을 가져오는 그 날까지 떡이든지 볶은 곡식이든지 생 이삭이든지 먹지 말지니 이는 너희가 그 거하는 각처에서 대대로 지킬 영원한 규례니라.
보리를 수확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첫 수확 감사절은 유월절 이후 첫 안식일 다음 날이다. 이 때는 부활절 다음 주로 3 월 중순에서 4 월 중순에 해당된다. 백성들이 첫 수확한 보리를 제사장에게 가져오면, 제사장은 첫 수확물을 하나님 앞에 열납되도록 안식일 이튿날에 흔들었다. 당시 개인이 드렸던 예물은 1 년된 어린 양과 곡식을 희생 제물로 드렸다. 레위기 23 장은 첫 수확 감사절을 출애굽 사건과 연결시키지 않았지만, 그러나 신명기 26:1-11 절은 출애굽 사건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들의 첫 소산물을 제사장에게 가져오면서 하나님께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다: ‘내가 오늘날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고하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리라고 우리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내 조상은 유리하는 아람 사람으로서 소수의 사람을 거느리고 애굽에 내려가서 거기 우거하여 필경은 거기서 크고 강하고 번성한 민족이 되었더니 애굽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우리를 괴롭게 하며 우리에게 중역을 시키므로 우리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우리 음성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하감하시고 여호와께서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이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여호와여 이제 내가 주께서 내게 주신 토지 소산의 맏물을 가져왔나이다 하고 너는 그것을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두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경배할 것이며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네 집에 주신 모든 복을 인하여 …… 즐거워할지니라.
기록된 바와 같이 신명기 26 장에서는 첫 수확 감사절은 출애굽과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신 사건과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첫 열매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이 모든 수확을 얻게 된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비축된 양식을 의지하지 않고 때를 따라 비와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것이 감사절의 핵심 내용이다.
첫 수확 감사절을 정리하면서, 출애굽기 34:22 절에 기록된 ‘칠칠절 곧 맥추의 초실절’을 레위기 23:9-14 절의 첫 수확 감사절과 혼동하는 일이 있는듯 하다. 그러나 첫 수확 감사절은 유월절 다음 날로, 칠칠절은 첫 수확 감사절로부터 7 주를 보낸 안식일 다음 날이므로 서로 같은 날은 아니다. 레위기 23:15 절에 기록된 칠칠절에 대한 내용이다: ‘안식일 이튿날 곧 너희가 요제로 단을 가져온 날부터 세어서 칠 안식일의 수효를 채우고 제 칠 안식이 이튿날까지 합 오십일을 계수하여 새 소제를 여호와께 드리되’라고 되어 있다. 첫 수확 감사절은 칠칠절이 아니다. 그러면 출애굽기 34:22 절에 기록된 ‘칠칠절 곧 맥추의 초실절’로 번역된 초실절이란 한글 성경은 약간 수정이 필요하다.
히브리어 성경에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וחַּ ַ֤ ג שָׁ בֻ עֹת֙ תַּ עֲ ש ֶׂ֣ ה לְ ךָ֔ בִּ ּכּור ֵ֖ י קְ צִּ ֶׂ֣יר חִּ טִּ ִּ֑ ים וְ חַּ ג֙ הָׁ ָֽ אָׁ סִָּ֔ יף תְ קּופַּ ֵ֖ת הַּ שָׁ נָׁ ָֽה׃ 이를 번역하면, 칠칠절 (하그 샤브옽) 곧 밀의 첫 수확을 지켜라, 그리고 그 해 말에는 수장절을 지켜라. 수확을 첫 밀의 은)בִּ ּכּור ֵ֖ י קְ צִּ ֶׂ֣יר חִּ טִּ ִּ֑ ים) 힛팀 크찌르 비쿠레이 번역된 초실절로 여기에서 가리킨다. 스오라 (הָׁ רֹעְ ש(는 보리, 히타 ( ֙הָׁ טִּ ח(는 밀을 가리키는 히브리어이다. 신명기 8:8절에는 가나안 땅을 가리켜, 밀 ( ֙הָׁ טִּ ח(과 보리 (הָׁ רֹעְ ש(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들의 나무와 꿀의 소산지라.
성경에서 첫 수확물은 종종 신학적 은유로 사용되었다. 예레미야 2:3 절에서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성물 곧 나의 소산 중 첫 열매’라고 기록되었다. 이것은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특별한 소유’란 의미로 모든 열방 중에서 특별함을 가리킨다. 신약 성경은 첫 열매에 대해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린도전서 16:15 절에 ‘스데바나의 집은 곧 아가야의 첫 열매’라고 기록되었는데, 이는 첫번째 회심자를 의미한다. 로마서 16:5 절에서는 에배네도를 가리켜 ‘아시아에서 처음 익는 열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의 첫 그리스도인을 말한다.
더 종말론적인 의미에서 야고보 1:18 절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을 가리켜 ‘만물의 첫 열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가 그 조물 중에 우리로 한 첫 열매가 되게 하시려고 자기의 뜻을 좇아 진리의 말씀으로 우리를 낳으셨느니라. 비슷한 논리로 바울은 ‘모든 믿는 자들은 성령의 처음 익은 열매로 부활 때에 완전히 종말론적으로 기업을 얻기까지 구속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롬 8:23). 그리스도 자신도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으며, 그리스도의 다시 사심은 모든 믿는 자들에게 확실히 다시 살 것에 대한 보증이 되었다고 말한다 (고전 15:20-23). 한 해의 첫 수확 감사절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다가올 미래의 부활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다시 확증하는 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