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인 안에는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정체성 혼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일, 한인 입양인들을 위한 자선음악회에서 한인입양단체 KAAN의 대표, 캐롤린 숄(Carolyn Scholl)씨를 만났다. 깔끔한 외모에 서구적인 이미지를 띤 그녀는 2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입양인이다.

1일 열린 한인 입양인을 위한 자선음악회는 캐롤린 숄씨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바로 처음으로 한인사회와 한인입양단체의 소통이 이루어진 행사였기 때문.

“한인 입양인들은 한인사회에도 미국사회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정체성의 혼란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인사회와 하나가 된 느낌이어서 너무 좋습니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서 한인 입양인의 삶은 한인 2세와는 또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어머니, 영어를 쓰는 사람들, 서구 문화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겉모습조차 잊어버린다”는 그녀는 “거울을 볼 때 비로소 자신이 그들과 똑 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지만, 한인 입양인 안에 “상실감과 정체성의 혼란이 있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향이 진천이라는 그녀는 지난 해 7월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그 때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네모의 틀에 맞추려 노력하던 동그라미(Circle)같던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갔을 땐 이미 동그라미도 네모도 아닌 모습이 되어있었다”고.

또, “한국 마켓에 가면, 천천히 뭐가 있나 둘러보고, 한글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슨 의미인 지 알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천천히 카트를 밀고 가는 내가 답답했던지 나를 추월해 카트를 밀고 가기도 하고 때로 “좀 빨리 갑시다”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며, “나는 겉모습은 한국 사람인데…” 하며 말을 흐렸다.

현재 한인 입양단체 KAAN은 한인 입양 인들에게 가족을 찾아주거나 가족을 찾았지만 재정문제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인입양단체 INKAS와 한인 입양인이 운영하는 Goal이 있으며,두 단체와 미주 여러 한인입양단체들이 협력하여 가족을 찾고 한국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