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라의 일기

진 에드워즈 | 전의우 역 | 생명의말씀사 | 352쪽 | 19,000원

스테디셀러 <세 왕 이야기>의 저자이자 성경의 많은 부분들을 현대 독자들이 읽기 쉬운 이야기로 풀어쓰고 있는 진 에드워즈의 <실라의 일기>가 최근 재발간됐다. 진 에드워즈는 바울의 전도여행이 기록된 사도행전 내용을 여러 권으로 풀어쓴 바 있다.

<디도의 일기>는 바울의 2차 전도여행 이야기, <디모데의 일기>는 바울의 3차 전도여행 전반부 이야기, <이야기 로마서>는 바울의 3차 전도여행 후반부 이야기이며, <가이오의 일기(출간 예정)>는 바울이 예루살렘에서 붙잡힌 뒤 로마에 압송되기까지의 마지막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재발간된 <실라의 일기>는 바울의 1차 전도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울의 동역자 실라의 눈으로 사도행전에 기록된 1차 전도여행을 바라보면서, 갈라디아서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꺼내놓고 있다. 다음은 해당 도서를 담당한 생명의말씀사 구자섭 편집자로부터 들어보는 <실라의 일기> 이야기.

-진 에드워즈의 <실라의 일기>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바울의 1차 전도여행기를 바울의 동역자인 실라의 시각으로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지금의 키프로스(Cyrus) 섬과 터키 남부 해안도시 안탈리야(Antalya)를 거쳐 터키 중앙 고원 지역에 있는 에그리디르(Egirdir) 호수를 통과해 고대도시 비시디아 안티옥이 있었던 오늘날 얄바츠 지역, 그리고 고대도시 이고니움과 지금의 콘야(Konya) 지역까지 약 2,200km를 도보로 걸었던 1세기 복음 전도자들의 전도 여정기입니다.

바울이야말로 평생을 도보 여행가로 살았던 인물인데, 그의 도보 여행 거리는 총 13,000km가 넘습니다. 정말 대단한 거리입니다.

특히 이 책은 유대 지역을 벗어나 이방 지역에 처음으로 교회가 세워지는 놀라운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1세기 교회의 교회 개척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자인 진 에드워즈는 어떤 인물인가요.

"<세 왕 이야기>를 통해 국내에선 이미 잘 알려진 저자입니다. 이 시대에 사랑받는 성경 이야기꾼이고, 거의 모든 성경을 이야기체로 풀어썼습니다. <세 왕 이야기> 등 무려 25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했습니다. 특히 단순한 이야기에서 깊이 있는 믿음의 진리를 끌어내는 독특한 은사를 지녔습니다.

미국 동부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으며, 스위스 남서부 침례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 후 수년 동안 목사와 복음 전도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세미나를 인도했습니다. 지금은 가정교회 운동(house church movement)의 핵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안디옥
▲책 속에 등장하는 전도여행의 출발지 안디옥. ⓒ출판사 제공

-그럼 <실라의 일기>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실라의 일기>는 1세기 복음 전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복음을 위해 굶주림과 박해, 각종 여행의 위험과 죽음의 고비를 넘겨가며 도보로 여행했던 1세기 복음 전도자들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고뇌를 기록합니다.

그들은 복음을 위해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맞고, 강(江)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여러 번 자지 못하고 굶고 춥고 헐벗음을 기꺼이 각오해야 했습니다. 고단했던 1세기 복음전도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전도여행 기간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각 지역에서 에클레시아가 만들어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1세기 그리스도인들이 당했던 숱한 역경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당당하게 이어갔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 면에서, <실라의 일기>는 1세기 초대교회 교인들이 지녔던 복음의 진정한 능력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그들은 오늘날 교회처럼 세련되거나 멋진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럴듯한 조직도, 세련된 교회 프로그램도, 멋진 교회 문화도 없었습니다. 신분, 지위, 재물보다 그들을 삶을 가능하게 했던 "영혼의 자유"였습니다.

<실라의 일기>는 성경의 행간에 감추어진 당시 사도행전의 배경과 상황들을 특유의 긴박감 있는 필체로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데,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마르틴 루터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연구했다는 갈라디아서의 숨은 뜻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점에 있어, 이 책은 '이야기 갈라디아서'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 에드워드 진 에드워즈
▲저자 진 에드워즈. ⓒ유튜브 캡처

-그럼 인상적인 내용을 몇 부분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책을 만들면서 이 부분이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자유! 회당에 모인 이방인의 대부분은 노예였다. 이들에게 있어 바울의 말은 비록 쉬 믿을 수는 없으나 놀랍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더군다나 메시아가 오셨다는 바울의 메시지는 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였다. 회당 지도자들이 모임을 파했을 때, 바울과 바나바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이방인들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그들을 따라서 회당 뜰로 나갔다.

'다음 안식일에도 오셔서 저희에게 더 많은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이방인들은 간청했다. 바울은 놀라기도 하고 고무되기도 했다. 이것은 바로 그가 바라던 모습이었다. 바울과 바나바는 천천히 아우구스투스 광장으로 나왔는데, 대부분의 이방인들이 여전히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신자가 된 것 같았다. 진실로 주목할 만한 아침이었다. 바나바와 함께 여관으로 향하면서, 바울은 회당에서 보았던 이방인들을 향해 외쳤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거하며 늘 충성하십시오(12장)!』

『바울과 바나바는 성안의 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어느 날, 자기 방으로 돌아온 바울은 풍성하게 차려져 있는 음식을 마주 대했다. '자매들이군!'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하나님, 저들을 축복하소서!'

바울이 할 수 있는 말은 오로지 이것뿐이었다. 바울은 이들의 가난을 알고 있었으며, 이러한 대접이 결코 작지 않은 것임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음식대접은, 아니 이러한 사랑의 표현은 이전의 이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친절이나 베풂 같은 것을 떠올리기에 이들의 가난은 너무나 심각했으며, 이들의 삶 또한 노곤하기 짝이 없었다. 더욱이, 이들에게는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윽고 바울은 차려 놓은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접이 얼마나 큰 희생을 의미하는지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비시디아 안디옥의 인구가 15,000명이라면, 그 가운데 약 500명을 차지하는 소수의 부유한 헬라인들과 유대인 상인들만이 돈을 사용했다. 나머지 14,500명은 물물교환을 했다.

이들에게 한 줌의 곡식은 하루 품삯이었고, 온 가족이 먹기에도 빠듯한 양이었다. 그러므로 바울 앞에 차려진 이 음식들은 여남은 가정이 준비한 진정한 희생의 선물이었다. 자매들 하나하나가 그리스도와 서로를 향한 새로운 사랑에 젖은 채, 가족의 몫에서 조금씩 떼어 준비한 음식이었다.

바울은 음식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울었다. 그런 다음,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 뒤 식사를 했다. 그러나 음식을 씹을 때마다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새로운 신자들 속에 자리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밖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식사하는 내내, 바울은 에클레시아의 신자들 각자의 이름을 하나씩 되뇌었다(13장).』

살라미 항구
▲1차 전도여행에서 거쳐간 살라미 항구. ⓒ출판사 제공

『그때 갑자기 횃불이 하나 켜졌다. 그러더니 횃불이 연속해서 켜지기 시작했다. 우리 앞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타오르는 횃불 사이에서 한 사람이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인들이었던 것이다. 수십 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이 지역 이방인들이 늘 그렇듯, 이들은 동시에 환호성을 올리더니 소리를 지르면서 웃기 시작했다.

'바울 형제님!' 누군가 소리쳤다. 마치 온 교회가 우리를 맞으러 나온 것 같았다. 이제 이들은 환영의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마침내 바울이 숲에서 나왔다. 그러자 모두가 일제히 그를 에워쌌다. 바울은 울음을 참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바울의 모습을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완전히 자제심을 잃었다.

잠시 후, 바울은 갑자기 무릎을 꿇었고, 순간 우리 모두 당황했다. 이윽고 모든 이가 그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몇 번의 흐느낌이 있은 후, 바울은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도는 그다지 조리가 없었으나, 이는 내가 들어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사의 기도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 간단하게 기도했다. 그것은 전에 이교도였던 사람들에게서 들으며 자란 터라 익숙해진 그런 기도였다. 우리 모두는 울고 있었다(34장).』"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여러 메시지가 있겠지만, '복음의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복음의 능력은 소위 부자가 되는 비결도, 권력을 얻을 수 있는 힘도, 사회의 저명한 인사가 되는 어떤 노하우도 아닙니다. 복음의 진정한 능력은 가난했던 초대교회 신자들이 복음을 의지하고, 박해 속에서도 그의 삶을 끝까지 살아낼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설사 박해로 교회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더라도 말입니다. 복음은 그들에게 '영혼의 자유'를 허락했고, 그들을 억압하고 있는 모든 삶의 굴레로부터 그들을 해방시켰습니다. 비참한 노예 신분, 억울하게 착취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어느 무엇도 그들을 굴복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품고 있는 믿음을 끝까지 붙잡을 수 있었던 영혼의 자유, 그것이야말로 복음이 가진 진정한 능력이 아닐까요?

진 에드워즈는 <실라의 일기>를 통해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이 지녔던 복음의 진정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험난한 여정을 누군가는 멀리서 지켜보고,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하며 용기를 내고, 누군가는 비판하며 선동했습니다. <실라의 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믿음의 역사 속 주인공들 옆에, 나는 어떤 증인으로 서 있는지, 그리고 내 삶의 복음 이야기 안에는 어떤 증인들이 함께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바울 제1차 선교여행 전도여행 Paul missionary journeys saint paul's
▲사도 바울의 제1차 전도(선교)여행 루트. ⓒ출판사 제공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성경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묵상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성경은 기록자들을 단순한 붓대나 키보드로 사용하시지 않고, 백인백색의 다양한 인품과 관점을 통해 진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류가 없는 이른바 유기적 영감의 책입니다.

바울이 복음서를 썼다면 어떤 모습일까? 요한이 바울의 사역과 생애를 기록했다면, 어떤 관점으로 기록했을까? 궁금합니다. 그런 면에서 바울의 1차 선교여행을 재구성한 진 에드워즈의 <실라의 일기>는 성경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에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그리고 터키 쪽으로 여행을 떠나고자하는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성경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최고의 방법은 걷는 것입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유일한 교통수단은 도보여행이죠. 진 에드워즈의 <실라의 일기>는 사도 바울과 같은 속도로 걸으며, 사도 바울과 같은 눈높이로 보면서, 그가 느낀 바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충실한 책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경을 좀더 쉽게 이해하고 싶은 초신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성경은 압축적인 이야기책입니다. 따라서 당시 상황(context)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묵상과 주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기록된 말씀을 시각화하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심한 주변 연구와 함께 그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들을 마치 현재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데요.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들을 사도행전 드라마 촬영장에 서있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긴 시간 <실라의 일기>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믿음의 역사 속 주인공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기적과 일상을 넘나드는 복음의 힘을 목격했던 증인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증인들은 또 다른 주인공으로 새로운 믿음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되지요.

진 에드워즈는 주인공이자 동시에 증인으로 살아온 하나님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라의 일기>를 통해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당연하다 생각해 가볍게 여겨온 하나님 나라의 원칙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