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느 한 장로님의 장례식에 참석했었습니다. 우리 교회 이철호 성도의 아버님 되시는, 이영하 장로님의 장례식이었습니다. 다른 교회를 섬기시는 장로님과 평소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기에 지난 목요일 밤, 위로 예배를 드리며 이 집사님께 물었습니다.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집사님은 상기된 얼굴로 대답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제게 믿음의 큰 산같은 분이셨습니다..." 집사님의 말을 들으면서, 자식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장례식 중에 계속 반복된 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감사하다는 말이었습니다. 3개월이라는 짧지 않는 기간을 고통 중에 계셨지만, 하나님께서 택하여 주시고, 불러 주시고, 인도해 주시고, 또 구원해 주신 것을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토록 그리워하시던 천국에 들어가게 하신 것을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 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들... 우리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아닌가?
3년 전쯤, 오레곤 로즈버그란 곳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습니다. 13명이 총에 맞아 죽고 20명이 부상을 당했던 큰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죽은 13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총기를 든 범인에게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라는 대답을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총을 든 범인이, "당신은 기독교인인가?"라고 물었을 때 그들은 모두, "그렇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앞에 있던 사람이 그 말 때문에 총에 맞아 죽어갔다면...그 말은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말하기 힘든 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처음 한 두 사람은 얼떨결에 그렇게 말했다고 쳐도, 12번째 사람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말하는 것이 곧 죽음임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13번째 사람이 죽기까지, 그들은 "그렇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에 교인들을 데리고 기도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단체기도회를 마치고 각자 흩어져 개인 기도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습니다. 코를 훌쩍거리다가, 뭔가를 중얼거리다가, 또 뭘 찾는지 부스럭거리다가... 넓은 예배당을 놔두고 도대체 누가 내 뒤에 이렇게 바짝 붙어 이러는 걸까...싶어 뒤를 보았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막내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습니다.
당시 8살이었던 막내에게 물었습니다. "너 뭐하고 있어?" 막내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기도하고 있어." "뭘 기도하고 있는데?" "엄마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아빠 좋은 목사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우리 교회 사람들 위해서 기도하고..." "근데 왜 울었어?" "십자가를 보니까 예수님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어..."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가 제 눈에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 마음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십자가를 볼 때마다 예수님이 기억 날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써 그 마음을 견지하며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에, 십자가를 볼 때마다 예수님이 하신 일이 기억 나 울 줄 아는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똑같은 마음으로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정말 우리가 그리스도를 알게 해 주십시오..." 여러분들은 그리스도를 아십니까?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