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거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오락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었다. 이런 와중에 며칠 전 언론에서는 샌디에이고에서 마약복용으로 청소년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청소년들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술이나 담배보다 마리화나를 먼저 시작했고, 10명 중 9명은 지난 달 마리화나를 사용했으며, 그 일수는 평균 16.5일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비록 한국의 경우에는 마약 중독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알코올 의존.남용의 평생 유병률은 12.2%이고 2016년 한 해를 기준으로 한 유병률은 3.5%로서, 인구 수로는 약 139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하였다. 이는 미국의 평생 유병률(2015년 기준) 6.2%의 거의 2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또 최근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의 스마트폰 과의존은 고위험군과 잠재적 위험군의 수치가 18.6%(2017년)로 나타났다. 가히 한국의 중독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우리 크리스천들이 중독 문제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중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 글을 읽기 전에 한 번 각자 잠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어떤 정의들이 떠올랐는가? 중독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 가지 정도의 견해에 대해서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중독을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모델을 소개하면, 첫째는 영적 모델로서 중독은 하나님보다 중독 물질이나 행위를 더 사랑하는 우상숭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는 선택 모델로서 중독은 자기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므로,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질병 모델로, 여기서 중독은 마치 폐렴과 같은 병의 일종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세 가지 모델들을 하나 하나 점검해 가면서, 중독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이제 먼저 첫 번째 영적 모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미국 유타대학에서 신경심리학 (neuropsychology)를 전공하여 상담학박사 학위를 받은 심리학자이면서, 동시에 Biblical 신학교에서 목회학을 공부한 에드워드 웰치(Edward T. Welch) 박사는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실천신학 교수이면서 CCEF(Christian Counseling & Educational Foundation, 기독교상담과 교육재단)에서 성경적 상담학을 가르치는 분이다.

이 웰치 박사는 제이 아담스의 권면적 상담을 계승 발전시키면서 아담스와 달리 현대 심리학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대화하려는 접근을 하는 소위 Progressive Biblical Counseling (진보적 성경적 상담)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분으로 「Addiction: A Banquet in the Grave(중독: 무덤에서의 향연)」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책에서 웰치 박사는 중독을 영적 주권(Lordship)의 문제로 지적하면서, "누가 당신의 주인인가? 하나님인가? 욕구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즉 중독이란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출 20:3)"는 명령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우상숭배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또 베트남과 미국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했던 신학자인 제랄드 메이는 「중독과 은혜(Addiction and Grace)」라는 책에서 중독이란 "우리의 하나님을 향한 열망을 우리가 집착하는 대상들을 통해 채우려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는 또 "하나님과 이웃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다른 신들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적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일이며 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상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중독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영적 문제로서, 우리의 영적 주권을 하나님이 아닌 중독 물질이나 행위에 내어준 결과로 생기는 우상숭배와 같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크리스천들은 인간 존재가 영적 측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육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단지 영적인 측면만을 강조할 때, 우리는 불완전한 이해를 갖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Truth in Live Ministries의 설립자이면서 버밍햄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를 받았고 미국 권면상담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Nouthetic Counselors)에서 성경적 상담사 자격을 얻은 마크 E. 쇼우 박사는 그의 책 「중독 예방 양육(Addiction-Proof Parenting: Biblical Prevention on Strategies)」에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중독)을 유전, 뇌 질환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지지하는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그렇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준
▲김경준 월드미션대 교수.

그러나 쇼우 박사의 이러한 주장은 편협된 견해이고, 사실 여러 연구들은 중독이 유전과도 관련이 있으며, 뇌 질환으로 여겨질 수 있는 여러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질 글에서 이러한 부분을 하나씩 다루도록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독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적 주권에 관한 문제를 포함하는 인간의 육적 측면을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읽어가는 가운데, 중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김경준
월드미션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B.S.)
총신대 신학대학원 (M.Div.)
Southwestern Baptist Seminary(M.A. in Christian Counseling)
Fuller Seminary(Ph.D. in Clinical Psychology)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