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조용하다 싶었는데, 전날 밤 전교인기도회로 인해 새벽기도로 모이지 않았던 지난 토요일 새벽, 조용히 다녀가셨습니다. 지난 몇 번의 도난 사고가 교회 밴에서 gas를 훔쳐가는 비교적 귀여운(?) 생계형 범죄였다면, 이번엔 조금 달랐습니다. 오른쪽 타이어 두 개를 훔쳐갔을 뿐 아니라 받쳐 놓았던 jack이 무너져 한쪽으로 고꾸라져 있던 밴을 그냥 버리고 가버린 파렴치한 범죄였습니다.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비록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쇳덩어리에 불과한 자동차지만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때문에 왠지 미안했습니다.
타이어를 훔치기 위해 밴 밑에 jack을 받쳐 놓고 아주 바쁘게 움직였을 도둑의 마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새벽이었지만, 이미 날이 밝은 도로변의 교회 주차장에서 해당 교회 차량의 타이어를 훔쳐내는 일은 보통 마음이 악하지 않고서는 못할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만큼 악을 행하는 것에 담대하거나, 혹 그만큼 간절해야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도대체 도둑은 무엇에 그토록 간절했을까요? 도둑은 훔쳐간 것으로 얼마를 손에 쥐었을까요?
요한복음 10:10에 보시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그렇습니다. 도둑은 빼앗기 위해서 옵니다. 물질을 빼앗기 위해서 올 뿐 아니라 우리를 죽이고 멸망시키기 위해서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서 담을 치고 야경을 서고, 그렇게 우리의 귀한 것들을 지켜내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화요일 밤, 한 성도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습니다. 교회에 등록하신 후에도 지병이 있으셔서 예배에 출석하지 못하셨던 분이십니다. 성도님이 많이 힘들어 보여 짧게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우리 주님의 지팡이가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지켜내시기 위해 당신의 몸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말씀드리자, 눈을 감고 가뿐 숨을 몰아 쉬던 성도님이 제 손을 꼬~옥 잡으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께서 피로 값 주시고 사신 영혼들을 하나도 빼앗기지 않게 해주십시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도둑에 민감합니다. 도둑이 들어와 교회 밴에 넣어둔 휘발유를 훔쳐가고 바퀴를 빼 가면 아주 속상해 합니다. 그들을 막기 위해 함께 모여 회의를 하기도 하고, 큰 돈을 들여 펜스를 치는 것도 불사합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도둑인 사탄이 우리 공동체 안에 들어와 악한 말들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미혹하고, 낙심케 만들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이 시대 교회들은 도대체 무엇에 간절한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 맡기신 영혼들을 하나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교회가 되기 위하여 한 영혼을 더욱 귀히 여길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