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선교사의 꿈을 꾸게 하셨던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은 타문화권 선교사가 아니라 이민 목회자의 길이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이민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 가장 많이 하나님께 던진 질문은 왜 하나님께서 이 길로 인도하셨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타민족에게 복음을 전해서 그들이 구원받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은 저에게 '외국에 나와서 살고 있는 외로운 우리 동포들의 아픔을 품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10년 전 풀러신학교 한인목회학연구원에 등록하여 공부한 내용들 중에서 가장 많은 과목은 상담 분야였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한인 이민자들의 속마음과 상처와 치유 방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유익한 시간이었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흐릿하게 여겨졌던 하나님의 뜻이 조금씩 선명해지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쓴 논문의 주제는 고독입니다. <지역사회 소수 이민자들의 정서적 고독감 해소를 위한 교회의 사회봉사적 지원 방안: 워싱턴주 스포켄을 중심으로. Church Social Service Measures to Address the Loneliness of the Local Minority Immigrants: with special reference to Spokane, WA>. 우리 한인 이민자들은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한인들이 왜 고독한지, 영적인, 심리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원인과 필요를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실제적인 사회봉사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논문은 어떻게 교회가 지역사회 내 소수 한인들의 고독감 해소를 위하여 사회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연구한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한인 교회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알면서도 그 구체적 방법이나 인적, 재정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더구나 한인들이 별로 살지 않는 소도시나 한인 커뮤니티가 없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은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고 해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계곡을 헤매실 정도로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주린 사람에게 찾아가서 먹을 것을 주고, 나그네로 있을 때에 영접하며,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찾아와 방문한 사람은 곧 예수님 자신을 섬긴 것이라고 하셨을 정도로 소외된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 하셨습니다(마25장). 인간은 왜 고독한가? 고독이란 무엇일까? 학자들은 무엇이라고 정의했는지 살피고, 고독의 원인을
성장발달적 측면과 심리적 원인과 사회적 요인과 영적인 면에서 고찰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고통을 받고 있거나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교회가 어떻게 이들을 발견하고, 찾아가서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고, 교회는 이들의 필요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연구 결과 고독한 사람에게는 3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또는 상담자. 둘째,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나 연장된 개념으로서의 가족이 필요합니다. 셋째, 사회적 관계망, 네트웍입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9가지를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교인 수가 적고 예산이 작은 교회라도 실천 가능한 내용들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나를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깨닫고 그 은혜로 다른 사람을 섬기려는 사람, 부활의 소망을 외로운 이웃에게 전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사람은 고독감을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기범 칼럼]졸업의 은혜를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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