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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성 독자가 연재하던 사이트를 보고 이메일로 상담을 요청해 왔다. 30대 초반인 이 여성은 데이트 연결 업체의 매칭 서비스를 통해 조금 연하의 남자를 만났는데, 다소 자신과 수준 차이가 나고 관심사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또 직업도 맘에 안 들고, 책을 읽거나 하는 등의 지적 호기심이 적어 보이는데다, 다분히 유아적 발상과 처신이 몸에 남아있어 자주 다투게 된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결혼에 대해 약간의 환상이 있었고, 최소한 나의 배우자가 될 남자라면 수준도 비슷하거나 좀 더 나아야 하는 것은 물론, 사랑의 환상까지 채워줄 매력남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한다. 물론 사귀는 남자를 많이 좋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글로 전해지는 문제의 그 남자도 가정교육을 잘 받은 착하고 인격적인 좋은 사람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연애하는 동안 그 남자가 모르는 것들을 알려주고 설명하기도 지쳤다는 것이다. 매너 없는 말과 처신을 하면 싸우게 되는데, 일일이 설명을 하기 전에는 왜 무엇을 잘못한 건지 이해하지 못하기가 일쑤인 그 남자는, 그런 상황을 호전시키고자 책을 사 주어도 한 달 동안 반도 안 읽는 그런 남자였다.
이 남자를 두고 보자니 속 터지고 대책도 안 서는데, 막상 헤어지려니 남자가 실망할 것도 두렵고 스스로도 자신이 없을 만큼 슬퍼진다고 했다. 그 여성은 남자를 떠날 용기도 없고 열렬히 사랑할 자신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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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30대의 여성은 오랜만에 두 명의 남자가 걸려 호강하고 있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두 명의 남자가 다 괜찮은데 한 남자한테 좀 더 끌린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무신론자라는 점이었다. 그와 좀 덜 끌리지만 같은 크리스천인 남자의 사이에서 어떤 길을 택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무신론자 남자는 무척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불같은 성미에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이라 자주 부대끼고 통제가 어렵긴 하지만, 화내는 모습조차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크리스천 남자는 자상하고 착하고 참 괜찮은 사람이지만, 만나는 동안 너무 긴장이 없고 마치 크리스천들의 소그룹 모임을 갖는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이었다.
당연히 크리스천을 선택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당장 끌리는 남자를 거부하고 그 매력남을 '가지 않은 길'로 남겨 두기에는 한 번뿐인 인생이 너무 아깝다.
그렇지만 반드시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와 함께하게 되면 평탄치 않은 삶을 재미나 스릴과 맞바꿔야 되는 모험을 택해야 한다. 그걸 포기하고 좀 따분하지만 평탄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면서 자족하고 같은 종교를 가지고 평범하게 살아갈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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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의 주제는 이런 현상이나 남녀 간의 관계 분석, 개선 방법 제시 등이 아니다. 바로 이런 식의 모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결정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에 관련된 연애상담의 경우, 상담자의 연애 상대를 안다면 모를까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선택하라든가 버리라든가 하는 식의 단정적인 결론을 줄 수는 없다.
그저 들은 이야기에 입각해 각각의 경우에 관한 장단점을 설명하고 약간의 추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낯선 상담자의 조언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사실 어느 조언자를 찾아 하소연을 하더라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그저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조금 더 가까운 결론에 동조해 주면 그 생각이 추진력을 얻게 되는 것이고, 전혀 생각 못한 정보를 알게 되면 그 정보를 고려 대상에 하나 더 추가하는 정도일 것이다.
무게가 비슷해서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 시소에 어느 쪽이든 새 한 마리라도 날아와 앉아주기를 바라는 심정 같은 것이다.
그래서 상담은 그것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문제점과 생각을 전달하는 동안 자기 안에서 결론을 얻거나 자기 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자기 내부에 갇혀 고민을 되풀이하기보다, 그것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예상 외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해답은 이미 자기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첫 번째 상담자에게 장단점을 짚어 설명한 뒤 사랑을 강조했지만, 60퍼센트 이상 그 남자와의 결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었다. 그러나 그 여성은 나중에 답변을 통해 다소 후련함을 표시했고 오히려 그 남자를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상담 과정에서 그를 사랑했던 자기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헤어지면 그만이고, 그런 문제들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되묻는 방식을 썼다.
"무신론자와 결혼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 것 같은가요?"
"인간적인 매력이 얼마나 오래갈 것 같나요? 결혼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까요? 좀 더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떤 분을 선택하게 될까요? 기도해 본다면 어떤 해답을 주실까요?"
이렇게 묻자 본인이 이미 생각한 것들을 말했다. 크리스천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무신론자를 선택할 경우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그 대가를 치를 것 같다. 기도를 해 봐도 같은 해답인데, 거스를 경우 험난한 인생이 찾아올 것 같다고 말이다.
이렇게 마음을 털어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자기 애인이나 배우자에 대한 험담을 하는데, 친구가 얘기 잘 꺼냈다고 한 술 더 뜨면서 같이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말을 꺼낸 본인은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나는 욕해도 남이 욕하는 꼴은 못 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기 사람의 소중함도 깨닫고, 그래도 자기가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나 보다 하고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알게 된다.
사랑을 대신해 줄 수 없듯이, 결론도 스스로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사숙고와 함께 자기도 모르는 자기 마음을 어딘가에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오줌을 마셔서 병을 치료하는 '요료법'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 병의 백신은 자기 몸 안에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방법이라고 한다. 사랑도 그렇다. 문제의 해답은 늘 자신에게 있다.
단지 사람이 더 큰 욕심이나 요행심 때문에 자꾸만 그 해답을 부정하기 때문에, 그 해답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거나 돌파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고민 해결의 열쇠, 지금 당장 찾아보라.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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