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하니 잠을 자면서도 부담이 되었던가 봅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아 어머님을 언뜻 뵈니 아침부터 어머님의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아무래도 다시 아들을 멀리 보내셔야 하니 마음이 편치 않으신 듯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26년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모처럼 한국에 온 아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엔 늘 어머니의 표정이 이렇게 아침부터 무거우셨습니다.
카톡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별로 할 얘기도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 전화하는 것이 버릇이 된 듯 합니다. 사실 이번처럼 길게 가족과 떨어져 본 적이 없어서 늘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디 좋은 곳을 가도 그닥 좋지를 않았고, 그럴 때마다 가족들이 생각났습니다. 아내에게 이것 저것 필요하다는 리스트를 받고는 전화를 끊고 일어서는데 어머니가 이렇게 툭 던지셨습니다. "집에 가니까 좋은가 보네~"
그렇습니다. 결혼 전에는 한국에 나올 때 '집에 간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집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습니다. 그곳에 하나님이 주신 제 가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는 어머니 집은 늘 그리움이 묻어 있는 고향 집이고 이제 제가 돌아갈 집은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입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라고 하신 바로 그 집... 그래서 이제는 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집에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분깃이요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동네 시장으로 나왔습니다. 아직 시장이 다 열진 않았지만 아내가 제게 준 숙제를 차근차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잇몸이 좋지 않은 식구들을 위해 잇몸 질환에 좋은 치약을 몇 개 사야 하고, 입 주변에 물집이 잘 잡히는 아내를 위해선 구강 연고를 하나 사야 하고, 또 가족 수에 맞게 회충약도 사야 하고, 아내의 피부 미용을 위해서 마스크 팩도 사야 하고... 숙제를 하려고 왔다 갔다 하다가 한쪽만 닳아 없어진 제 구두 굽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국에 가면 구두 굽 가는 것도 비쌀 텐데...'라는 생각에 수선집에 구두를 맡기고는 슬리퍼를 신고 시장 통을 마저 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아직 한국에 있는데 이미 미국을 살고 있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들이 나온 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그리워하다 보면 결국은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마지막 집을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 날을 준비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