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생님!" 고아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한 남자 아이가 선교사님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자기의 손을 보여주고는 선교사님의 안색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사마귀가 유난히 많은 손... 선교사님은 알겠다는 듯, 오토바이 의자 뚜껑을 열고는 약통 하나를 아이에게 건네주면서 그 약을 어찌 써야 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픈데, 왜 선교사님을 찾아왔을까..."
사마귀는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의 일종으로, 주로 면역력이 약해질 때 생기는 병입니다. 어릴 적에, 사마귀는 사마귀가 오줌을 싸서 생기는 것이고, 사마귀를 잡아서 뜯어 먹도록 하면 나을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사마귀는 바이러스성 질환이어서 약을 먹거나 발라야 나을 수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런 지식뿐 아니라 약을 살 돈도 없어서 사마귀를 고칠 수 있는 길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 선교사님이 일전에 티눈으로 고생하던 한 아이를 돕다가 이 약으로 몇몇 아이를 치료한 일이 있어서, 이제는 아이들이 아예 선교사님께 달려오는 것입니다. 길이 된 것입니다.
지난 목요일 점심은 수파누봉대학에서 선교사님이 돕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친교를 나눴습니다. 가난하지만 늘 밝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선교사님이 점심을 주문하러 간 사이에 아이들에게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과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한 아이는 '국제 통상'을, 한 아이는 '영어 영문'을, 또 두 아이는 '관광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썩 신통치 않았습니다. 국제 통상을 전공한다고 했던 아이는 회사원이 되고 싶다고 했고, 관광 경영을 전공한다던 아이들은 모두 가이드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대학을 공부하고 가이드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그런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일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이 거의 전무한 루앙프라방에서 국제 통상을 공부하는 일은 어쩌면 코미디일 것입니다. 일할 병원이 없는 이 곳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는 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특별히, 집도 절도 없는 고아 학교 아이들이 그런 꿈을 꾼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요? 수도인 비엔티엔으로 나가면 좀 낫다고 하지만 하루를 사는 것이 버거운 이 아이들에게,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지금 그런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만 도와주면 꿈꿀 수 있기에, 선교사님이 그 '조금'을 돕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선교사님의 길을 열어주신 예수님께서, 지금 선교사님을 통하여 그들의 길을 열고 계신 것입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고아 학교 입구가 새롭게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단체에서 그 길을 포장해주고 이런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하나님은 항상 길을 열어 주신다." 하나님께서 선교사님과 이 아이들의 길을 열어 주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로 가는 길을 정말 탄탄하게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의 길도 열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통하여 세상의 문도 열기를 원하십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길이 되십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