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 한인 타운에 있는 어느 호텔에서 시집 출판 축하 모임이 있었습니다. 출판 축하 모임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 출판 축하 모임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했습니다. 장로님으로도, 학자로도, 군인으로도 원로인 장석윤 박사님의 시집 출판 축하 모임이었습니다. 장석윤 박사님은 육사 11기 그러니까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배출한 그 유명한 육사 11기 졸업생입니다. 군인으로 포병 대대장을 마치고 전역을 해서 도미하여 박사 학위를 받으신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더욱이 그는 하나회나 정치군인들을 향해서 머리 조아리지 않고 그들을 군인정신으로 비판했던 나름대로 군인으로서의 지조와 소신과 철학이 있는 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훌륭한 어른입니다. 신앙인으로는 좋은 장로로, 학문에서는 박사로, 문학에서는 시인으로, 문화에서는 피아노 연주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잘 살아 왔고 잘 살고 계신 어른입니다.
고희(古稀)는 오래 전에 지났고, 미수(米壽)가 가까운 원로의 노익장이었습니다. 감성 풍성한 시어를 토해내며 낭송하는 모습을 보며 청년의 기상을 느꼈습니다. 나아가 장로님은 출판 자축 피아노 연주를 했습니다. 음악에 문외한이어도 비범한 실력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연주곡은 피아노 전공자들도 연습을 해야 연주가 가능한 쇼팽의 Etude OP 10 #12 “혁명”이라는 곡이었습니다. 팔순을 넘긴 퇴역 군인이 상당한 수준의 피아노곡을 연주한 것입니다.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군종목사로 20년 군복을 입었던 필자는 같은 군인으로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는 비범한 은사요 천재성이 번뜩이는 재능을 가졌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성, 시를 짓는 감성 그리고 학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지성은 그야말로 특별한 은사요 재능입니다. 그러나 팔순을 넘어 시집을 출판하고, 피아노 연주곡을 대중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은 은사나 재능 그 이상입니다. 자신을 갈고 닦는 뜨거운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장로님은 연세도 있고 몸도 어딘가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갈고 닦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멋지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육신의 쇠함을 극복하는 근사한 인생 선배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멋진 인생은 세월 따라 익어가는 인생입니다. 김치는 썩지 않고 익어갑니다. 청국장은 부패하지 않고 맛이 들어갑니다. 우리 인생도 세월 따라 익어갑니다. 가꾸어가는 삶의 완숙미를 통해서 익어가는 인생의 멋을 유감없이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인생은 보석과 같습니다. 다듬은 만큼 빛나게 됩니다. 최근 SNS에서 한국 간호사관학교 출신의 50대 간호사가 미국 의사가 되어 수련의 과정을 마쳐 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르는 분이었지만 마음으로 축하를 했습니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며 자신을 가꾸어 가는 모습에 감동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듬어 가는 인생은 세련과 품위로 장식 됩니다. 갈고 닦는 인생은 익어가는 인생의 멋과 향기를 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