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오후, 예배 준비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는 중에 조금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혈압을 쟀더니 224/131...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일단 수요 예배를 인도하고 응급실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삐옹~ 삐옹~' 응급실 혈압기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260/139... 아마도 혈압이 위험 수치에 이르면 울리도록 조정을 해놓은 듯 싶었습니다. 응급실 안에 있던 간호원들조차 헛웃음을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저는 혈압이 높다는 특권으로 줄도 서지 않고 응급실 한 켠의 좋은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천장 불 빛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아빠, 일찍 좀 자고 밤에 라면 좀 끓여 먹지 마~" 늦게 일을 끝내고 병문안을 온 큰 녀석이 아빠가 혈압때문에 응급실에 왔다는 소리를 듣고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야, 내가 언제 밤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고 그래~" 정말 그랬습니다. 요즘엔 라면도 잘 먹지 않을 뿐더러 밤에는 끓여 먹은 적이 없거늘, 분가해 나가서 사는 큰 녀석이 속이 상했는지 손님들이 있는데도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야 임마, 니가 집에 있을 때 일찍 일찍 들어왔으면 내 혈압이 이렇게 안 올라 갔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농 반 진담 반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아빠 재킷 어디 있어?" 큰 애는 생뚱맞게 제 재킷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제 재킷을 서랍 안에 쳐 넣고는 병문안을 왔던 손님들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이 녀석이 또 무슨 꿍꿍이 속이지...?"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다가 다시 주섬주섬 제 재킷을 만져보았습니다. "이게 뭐야?" 가슴 속 주머니를 열어보니 돈 뭉치가 들어있었습니다. 20불짜리, 10불짜리, 5불짜리, 1불짜리들이 구겨진 채로 넣어져 있었습니다. "녀석, 아까 병원비 얘기를 하더니..."
200불이 조금 넘는 돈... 아마도 녀석이 가진 전 재산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봄에 취직을 했었던 큰 애는 회사에서 미조리 주로 이주할 것을 요구하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불과 몇 주 전에 다시 새로운 직장에 취직을 했으니 가진 돈이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파트 타임으로 일하면서 집 값, 차 값 내느라 힘들었을 텐데... 아빠 병원비에 보태 쓰라고 전 재산을(?) 그렇게 남겨 놓고 간 것입니다.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과부의 두 렙돈 헌금'이 기억났습니다. "그래, 주님의 마음이 꼭 이러셨겠구나..." 그렇습니다. 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교인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한 마음이 있습니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또 더 열심히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제 마음은 우리 큰 아이의 마음과 같습니다. 몇 푼 안되는 인생이지만, 그냥 구겨진 것처럼 보이는 인생이지만, 그저 있는 대로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의 인생을 받아 주시기를 소원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