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에서 '토요 에디션'으로 지난 2월 23일 진행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밝힌 마지막 성폭행 발생 이틀 전의 일"이라며 "그날 인터뷰에서는 젠더 폭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저희가 아는 한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 그가 가진 마지막 단독 인터뷰"라고 전했다.
북저널리즘 측은 "고심 끝에 인터뷰 내용 중 성 인식에 관한 부분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이번 사건이 안 전 지사 개인 신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적 문제이고, 모든 폭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에서 안희정 당시 지사는 '인권과 양성평등에 대한 연설을 많이 한 것'에 대해 "직업 정치인이고 민주주의자로서, 젊은 날에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했다면 지금은 반차별 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다"며 "반차별 관련 과제는 인종,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마지막 남은 인류의 숙제 중 하나가 여성과 젠더 문제"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여성과 젠더, 성 인지 정책이라는 것은 사실 시민 사회나 공공 분야 등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지금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곳곳에 숨어 있는 젠더 문제일 것"이라며 "젠더 문제는 결과적으로 인권 문제와 연결된다. 나는 민주주의자로서의 성장 과정에서 과거에는 국가 권력과 정부 조직의 민주주의(화)와 제도화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이제 인간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모든 폭력과 차별로부터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세상으로, 다시 말해 정부, 법제, 제도의 민주주의(화)로부터 문명, 문화, 정신과 시민 생활 속에서의 인간의 차별을 극복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방향이 확산되고 깊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민주주의는 곧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일체의 폭력을 거부하고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폭력의 근원이 되는 요소에는 국가, 자본, 차별의 문화가 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폭력을 만들어낸다"고도 했다.
그는 "하물며 남녀, 다문화와 이민족에 대한 차별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문제들을 걷어내야만 평화로운 질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자로서 나는 그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날에 화염병을 던지는 심정으로, 젊은 날 반독재 투쟁을 했던 심정과 각오로 똑같이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모든 영역에서 다 양성평등, 성 평등 과제를 품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이 프라이빗(private) 공간까지 관여할 수 없다. 사적 공간까지 정부가 깊숙하게 개입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가 없다"며 "사회 생활과 일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성희롱과 폭력 문제가 있다. 이 성희롱과 폭력은 굉장히 오래된 인류의 숙제이자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과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한 민주주의의 해법은 역시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다. (사람은) 힘이 있는 누가 견제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한다"며 "(누군가 자신을) 밟으면 꿈틀해야 못 밟는다. 여성이 성희롱과 차별의 문화를 겪은 이유는 여성의 세력화된 정치적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전 지사는 "그래서 그동안 제대로 이야기를 못 했고, 왜곡된 남성성이 계속해서 쌓였다. '(여성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빨리 뽀뽀하라는 얘기야'는 류의 왜곡된 성 인식이 생겼다"며 "그리고 여성은 다시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여성성이라고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현재 성희롱과 성폭력 문화에선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고 했다.
또 "모두가 피해자인 구조 내에서는 일단 일차로는 여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거부권을 확실히 정치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며 "핵심은 여성이 거부할 권한, 여성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저널리즘은 "몇 해 전 저희 회사에서 발행한 안희정 전 지사와 고은 시인 관련 도서는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며 "저희 편집부는 고은 시인에게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지금은 언어가 다 떠나버렸다. 언젠가 돌아오면 그때 말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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