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예뻤고 같이 사랑했어. 남들 보기에 밉거나 말거나 나는 예쁘니까 살았잖아..."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그런지, 올해로 86세가 되신 이상배 할아버지는 아주 큰 소리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어떻게 27년이나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돌볼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신 것입니다. 젊어서 예뻤고 그래서 같이 사랑했다면, 늙어서 치매를 앓게 되었어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고 계신 것입니다.
3년 전부터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못 알아보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늘도 "내가 누구여?"라고 물어보시지만, 할머니는 절레절레 고개만 흔드실 뿐 아무런 대답이 없으십니다. 적어도 지난 3년간 할머니에게 사랑을 받으신 적이 없으시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그렇지 않습니까?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할머니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십니다. 애기처럼 아무데서나 옷을 벗어 던지는 아내를 좇아 다니시면서 옷매무새를 만져 주시고,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없는 아내를 휠체어에 태워 매일 산책을 나가 주시고, 씻겨 주시고, 먹여 주시고, 입혀 주시고...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을 아내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함께 사랑했던 젊은 시절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지금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말도 잘 듣지 않으십니다. 때론 소리도 지르십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시고 오늘도 언덕을 오르십니다. 힘에 벅차 부들 부들 떠시면서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씀하십니다. "내 힘이 다할 때까지 이렇게 해줄거여, 내가 죽을 때까지 이렇게 해 줄거여..."
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TV로 보면서 고린도전서 13장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왠지 이 말씀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는 마음이요,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얼마나 상대방을 참아주고 있는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유익을 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참으시고 우리의 유익을 구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을 안다고 하면서 나는 얼마나 그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주님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마치, 제가 중증 치매 환자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미운 예쁜이'라고 부르셨습니다. 할머니가 밉지만 예쁘다는 말일 것입니다. 지금은 당신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또 이런 저런 일로 잠깐씩 미울 때도 있지만,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가난한 당신에게 시집을 와, 한 평생을 당신의 아내와 아이들의 어머니로 살아준 아내가 참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힘이 다할 때까지 그런 삶을 사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들은 사랑하며 살고 계십니까? 그 사랑은 얼마나 참고, 얼마나 다른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사랑입니까? 하나님께는 어떻습니까? 내게 주신 하나님과 사랑하는 이들의 사랑을 기억하며 오래 참고, 그 사람들의 유익을 구하는 삶을 사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도, 그래도 사랑하는 삶을 사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