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격동하고 있다.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왔지만, 우리는 감흥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갑자기 나라 전체가 중심을 잃고 전쟁의 위협 가운데 떠밀려가고 있다. 역사의 깊은 혼돈을 접하면서 이 나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에 휘말린 것이다.
좌냐 우냐, 노예냐 자유냐의 운명적 충돌 앞에, 북한선교는 우선순위를 잃은 지엽적 문제에 불과한 듯 보인다. 그러나 북한선교 현장은 날이 갈수록 뜨겁다. 결코 예사롭지 않다. 하나님의 시간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것을 체감한다. 북한선교는 북핵의 위기 속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첫 단추임을 깨닫는다.
장마당에서 공공연하게 성경 거래
북한선교 현실을 가장 잘 말해주는 사건은 지금 북한 장마당에서 성경책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민폐로 100원에 거래되는 성경은 최근 나타난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주목된다. 이것은 기독교에 대한 북한 주민 나름의 이해가 따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나님이 누구신가? 김일성 수령보다 강하고 세상의 어떤 신보다 강한 '신 중의 신'"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병을 고쳐주고 운수를 대통하게 만드는 주술적 신앙 수단으로 간주한다. 마치 점을 치고 부적을 붙이듯, 액운을 물리치는 방편으로 성경을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성경 거래를 방조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시장을 관리하는 관리자 그룹의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시장 담당 보안원이나 안전원 등의 장마당 감시자들이 상인을 돕는 협력자로 나선 것이다. 정권에 붙어사는 것보다, 상인 편에 붙어사는 것이 이롭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거래상의 불법은 눈감아주는 분위기가 성경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물론 성경뿐 아니라 USB, CD, 등이 거래된다. K팝과 영화 등 온갖 자본주의 정보가 담긴 물건들이 대수롭지 않게 전달된다.
장마당에서 만나는 이런 분위기는 엄중하게 폐쇄된 북한 사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최근 북한에서 목격되는 변화다.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김정은 등 '최고존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절대적 숭배 태도가 무너진 것이다.
그래서 북한 사회는 크게 두 가지로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권력과 배급을 보장해주는 수령숭배체제의 계급중심 사회와, 생존을 위해 자급자립하려는 시장경제 체제의 장마당 중심 사회로 구분해야 한다.
김정일이 강조했듯이 "200만 호위동지들만 있으면 2천만 주민을 포기해도 좋다"는 말이 실현된 셈이다. 북한의 변화는 피지배계층이면서 배급의 소외자인 2천만 주민들로부터 뜨겁게 일고 있다.
북한은 지금 영적 추수기에 달해
북한 내륙 선교에 주력하는 한 탈북자 형제는 이렇게 증언한다. "북한 사회의 변화는 지하교회로부터 움트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신앙생활은 금지되어 있지만, 잠재된 기독교인은 부지기수라고 지하교회 성도들이 증언합니다. 북한주민들은 복음에 목말라합니다. 그 목마름을 지하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벅찹니다."
성경에 "너희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요 4:35)"라고 전하듯, "북한은 옛날 평양대부흥의 역사가 다시 일어날 영적 추수기에 달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말하자면 누군가 조금만 건드려주면 폭발할 기세라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몇 번은 북한 내륙의 성도와 통화한다고 한다. 그 때마다 북한의 새신자와 주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나눈다. 때마침 목사님이 함께한 자리라면, 목사님에게 통화 기회를 드리며 영접 기도를 부탁한다. 그러면 상대편의 북한 형제는 물론 영접 기도를 인도한 목사님은 감격해 마지 않는다고 한다. 이야말로 남북이 영적으로 하나 되는 감동적인 순간인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적 논리를 앞세워 하나님을 부정하던 완고한 중산층 지식인들이 예수님을 구세주로 인정하는 엄청난 변화를 최근엔 쉽게 만난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북한 사회의 자본주의화와 복음화 현상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추세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고, 후퇴나 중단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북한선교 사역은 더욱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다방면에서 북한선교 활동이 강화되면 될수록 북한사회의 변화가 그만큼 더욱 빨라지기 때문이다. 북한 땅에 자유와 해방 그리고 복음 부흥의 날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불법적인' 선교 방법을 더욱 개발해야
솔직히 말해 북한선교는 불법적 활동이다. 합법적 통로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선교 사역자들은 국경을 불법적으로 월경하고 밀수를 감행한다.
그렇다고 북한 정권과 손잡은 합법적 선교 사역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고아원을 돕고 병원을 세우고 의약품을 공급하는 일은 그만한 가치와 보람을 안겨준다.
그러나 북한 정권과 협력하는 일은 한계가 있고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있다. 구호품은 전해도, 복음과 자유는 전할 수 없다. 자유와 인권의 족쇄를 풀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저들의 불법을 깨뜨리는 더 강한 불법이 요구된다.
마음껏 말씀을 전하고 함께 기도하며, 마음과 영이 소통하는 복음적 활동은 불법적인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제3국에서 탈북자를 돕는 일은 결코 합법적일 수 없다. 외교적 불법이다. 풍선 삐라를 날리는 일도 북한 입장에서는 분명히 불법이다. 특정한 개인에게 돈과 구호품을 전달하려면 밀수 밖에 길이 없다.
결국 선교 활동을 강화한다는 말은 불법을 더욱 조장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북한선교를 할수록 이 불법은 더욱 치밀해져야 하고, 북한 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은밀하게 불법을 행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2,000만권의 성경책을 공급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한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기 직전까지 자유 진영 기독교인들이 중국 대륙에 얼마나 많은 성경책을 밀수했던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독교가 중국 땅에 자리 잡게 된 데는 많은 불법, 즉 기막힌 방법의 성경 밀수가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에도 같은 차원의 과정이 요구된다. 북한 땅이 복음화되고 자유 해방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우리가 할 일은 성경 말씀을 무차별적으로 북한 땅에 쏟아붓는 일이다. 적어도 2,000만권의 성경책을 공급해야 한다. 성경 밀수야말로 북한 변혁의 신호탄이다.
그러면 우리가 당장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도 하지 않은 불법적 밀수 기술을 개발하여 과감하게 실행하는 일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 길을 가야 한다. 이 길은 북한 정권에 의해 농락당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교회가 북한 정권과 합의해 거래한 북한 지원은 철저히 배신당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정권 산하 기관들은 오로지 외화벌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교회마다 북한선교에 관한 새해 계획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선교방법이 북한 땅을 변화시키는가를 모색하는 교회를 위해 몇 가지 새로운 길을 소개한다. 이 길들은 이미 실행되고 검증되었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여기에 통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모략이 있다.
바닷길로 성경이 쏟아져 들어간다
첫째, 북한 땅에 바닷길을 통해 쌀과 복음을 전하는 길이 있다. 이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남몰래 북한에 성경책을 전해온 한 목사님으로부터 확인된 방법이다.
이 방법은 두 가지 요소가 복합되어 실행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서해안 조수의 자연적인 흐름을 이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형 혹은 소형 페트병을 이용하는 것이다. 바닷물을 통해 페트병을 띄워 보내면 수일 안에 북한 해안에 100% 당도한다고 한다. 이 페트병을 북한주민이 집어가는 문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소관사항이다.
페트병에는 쌀과 의약품, USB, 소형 성경책 등이 들어있고, 보내는 분의 '손편지'도 들어 있다. 지난 10월에 첫 행사를 강화도에서 가진 바 있다.
둘째, 북한 주민과 직접 핸드폰으로 연락하며 필요를 공급해주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길이 있다. 이 방법은 남한의 개인이 북한의 개인과 신앙적 관계를 펼쳐가는 아주 바람직한 선교 방법이다.
물론 긴 얘기나 자유로운 통화는 어렵지만, 영적 연결고리를 갖고 기도하는 동지로 만나는 것은 참으로 감격적이다. 다행히 '북한 한 가정 품기 운동'을 하는 사역단체가 있어, 개인이나 교회 차원에서 선교사역을 펼쳐갈 수 있다. 후원금이나 생필품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가정을 돕는 남한 가정과의 관계는 생생한 형제의 관계로 발전될 수 있다.
첨단 기술이 성경 밀수를 돕는다
셋째, 핸드폰, USB, CD 등 각종 정보기기에 성경과 복음의 콘텐츠를 담아 전달하는 길이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길이다. 덩치가 큰 성경책보다는 편리하고 효과적이며 위험하지 않다.
다행히 북한의 지식인 계층은 자기 집에서 노트북이나 일반 컴퓨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정보 습득이 어렵지 않다. 지식수준이 높을수록 성경과 복음의 수용이 쉽다. USB를 비롯한 정보기기의 전달은 고전적 방식인 대형풍선을 이용한다. 지금도 삐라와 함께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
또 중국에서 날리는 최첨단의 드론이 있다. 사전에 약속된 지점으로 드론을 날려 정보기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무역일꾼을 통해 밀수 방식으로 직접 전달하기도 한다.
넷째,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을 돕는 길이 있다. 이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보다는 북한이 해방되는 날까지 제3국에서 살며 고향 땅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대개 북한사회에서 중상류층에 속하는 이들은 일종의 개혁세력이고 오피니언 그룹이다. 북한에 변혁의 시대가 오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도자 계층이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기독교적 개혁의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절실하다. 몇몇 선교단체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유라시아 일대에서 한민족의 생존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고려인들과 함께 조국 통일의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 새로운 복음운동에 한국교회의 참여가 기대된다.
다섯째, 다양한 문예 장르를 통해 북한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길이 있다. 지난 11월 말, 극동방송 아트홀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북한인권과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음악극, 하나님의 눈물'이 공연됐다. 한 북한 선교단체가 개최한 특별 공연으로 북한의 고통을 이렇게 상징적으로 관객들에게 전할 수도 있다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북한의 여러 인권상황은 교회를 중심으로 간증 형태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문학적 차원에서 고급문화 장르와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뮤지컬, 연극, 영화, 회화, 문학 등 승화된 문화양식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대중이 북한선교에 참여하도록 감동적인 통로 개발에 한국교회가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이 길은 쇠퇴하는 한국교회와 고통의 늪에 빠진 북한 땅이 함께 영적 부흥을 맞이할 절묘한 기회가 될 것이다.
김창범 목사(시인, 더미션로드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