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박 10일 동안 튀니지 단기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빠듯했던 일정때문에 목 디스크도 도지고, 또 몸살이 왔는지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프지만,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단기 선교를 통해 하나님을 더욱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과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더욱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교지에 가면 단순해져서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요해지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그리 멋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하루를 시작하며 말씀을 묵상할 수 밖에 없고, 또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뜨겁게 기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선교지의 하루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위해 살아가는 단순한 하루가 되는 것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이런 저런 문제들에 얽매여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하루와 비견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튀니지에 있는 동안, '가프사'라는 지역의 한 그리스도인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를 믿고 온 동네 사람들에게 '이방인과 나그네'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두 모녀, 제나와 쓰메헤르... 예수를 믿은 후에도 일이 잘 풀리기는커녕, 아들 함자가 술을 먹고 행패를 부려 감옥에 가는 바람에 온갖 어려움을 만나게 된 사람들... 19살짜리 새내기 대학생 쓰메헤르에게 물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섭지 않아?"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무섭지 않아요. 온 동네 사람들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인줄 다 알아요. 저는 친구도 없어요. 옛날엔 무서웠지만 이젠 무섭지 않아요..." 목사랍시고 뭔가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 19살짜리 소녀는 이미, 중요한 것을 위해 목숨을 걸 줄 아는 그리스도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녀는 튀니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무슬림으로 태어났습니다.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좀 개방되긴 했지만 튀니지는 여전히 '명예 살인'이 자행되는 땅이고, 그 땅에서 예수를 믿는 것은 곧 박해를 의미합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녀는 사실 예수를 믿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예수를 믿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들려진 복음은 그녀에게 있어, 스스로를 위험에 던져 넣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그 복음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살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단기 선교 말미에 깻블랑이란 곳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깻블랑은 아프리카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조그만 봉우리입니다. 그 언덕을 바라보며 기도하는데 돌아온 탕자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집을 나간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의 언덕이 기억나 마음이 저며왔습니다. 이런 시를 썼습니다. 튀니지에도 바다가 있다/뭍 위에 물은 모이라 하셨다/보시기에 좋다 하셨다//튀니지 바다는 더 파랗다/아들을 잃은 멍든 가슴이다/늙은 눈물이 하얗게 부서진다//깻블랑은 높은 언덕이다/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언덕이다/우뚝 솟은 예수아의 깃발이다/그래서, 마그렙엔 해가 지지 않는다... 그 언덕에서 튀니지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깻블랑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