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병원 카페테리아 한 편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한 여인의 모습이 낯이 익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습니다. "아, 목사님 안녕하세요?" 역시나 오래 전 함께 신앙 생활을 하던 H 자매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두서도 없이 소식을 묻다가, 막내 아들의 소식을 물었더니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저 그게..." 무슨 일이 있냐고 재차 묻는 저에게 자매는 슬픈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몇 주 전에 자살을 하려고 자기 목에다 총을 쐈어요..." "예?..." 마치 온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저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니는, 마치 자신이 그 일을 저지르기라도한 듯 미안하고 죄스런 목소리로 아이에게 일어난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교회로 데리고 나오던 누나가 대학 진학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난 후, 아이는 더 이상 교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회가 집에서 너무 멀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자연히 세상과 더 가까워졌고 급속도로 세상을 배워갔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여 마리화나도 하고 이런 저런 재미난 것들을 하며 지냈지만, 아이에겐 만족이 없었습니다. 이상하리 만치 고독했고,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파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진 결정을 하던 날, 아이는 SNS로 자신이 오늘 자살할 거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아이를 주목하지 않았고,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 자신의 슬픈 인생을 자기 손으로 끝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어떻게 한 사람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을까... 얼마나 절망스러웠으면 그 총의 방아쇠를 당겼을까... 갑자기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해줘야 할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마음은 내게서 온 마음이 아니라, 저와 그 아이의 어머니를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신단다..." 이틀 뒤, 저는 아이를 안고 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God loves you...God cares for you..."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일을 했냐고 추궁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요한복음 3:16을 펴서 함께 읽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이 말씀을 기억하냐고 묻자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래서 또 안아주면서 속으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아이가 하나님이 자기를 안아주고 계신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이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너무 사랑하셔서 자기를 십자가에 내어주셨습니다. 지금도 우리를 통해서 고독한 누군가를 안아주길 원하십니다. 여러분들은 이 사랑을 아십니까? 이 사랑을 알고 또 누군가에게 말해줄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