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하람이가 됐대!" 밖에서 돌아와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아내가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머리가 아프다며 어제부터 누워있었는데, 큰 아들이 취직했다는 소식에 힘을 얻었나 봅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뭐 그렇게 대단한 직장도 아닌 것 같은데, 취직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인 걸 생각하면, 암튼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내가 기뻐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1 명을 뽑는데 37 명이 지원을 했고, 그래서 37 명에서 20 명을 추리고, 20 명에서 10 명을, 10 명에서 5 명을, 5 명에서 3 명을, 그리고 3 명에서 또 1 명을 추리는 5 차례의 면접을 통해 저희 집 큰 애가 그 1 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만 고만한 아이들 37 명이 모였을 테니, 그것도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데 그래도 '어미'의 마음은 그렇게 좋았던가 봅니다.
다음 날, 밖에서 돌아와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아내가 또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여보, 어떻해~ 하람이네 직장이 주일에도 일을 해야 한대~" 제 미간 사이가 빠르게 떨리면서 곧 찌푸려졌습니다. "아니 무슨 놈의 미국 직장이 주일 날 일을 해! 당장 그만두라고 해!" 마음이 편치 않아 말은 그냥 막 던져 버렸지만, 막상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그럴 거 같으면 처음부터 그렇다고 말을 하든지... 첫 직장을 위해 아이가 마음을 졸이고, 애를 쓰고, 기도를 하고, 또 기뻐한 것을 생각하면, 그 직장에 가지 말라는 말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화기 건너 편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밝았습니다. "하람아, 하나님을 믿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이야. 아무리 좋아 보여도 하나님을 예배할 수 없는 직장은 네 것이 아니야..." 아이의 목소리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려는데, 아이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빠, 걱정하지 마. 주일에는 일하지 않는다고 벌써 말해놨어..." 호랑말코 같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지 알았는데...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아이가 고마웠습니다. 사실, 아이가 번듯한 직장에 취직했다는 얘기보다 더 기뻤습니다. 5 번씩이나 인터뷰하고 따낸 직장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시험이 다시 와도 아이가 이겨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아내가 또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여보, 주일 날 일하는 거 하람이는 빼주기로 했대~" 하나님께서 위로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예배하기 위해 직장을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을 주신 것도 감사한데, 그냥 포기하도록 두지 않으시고 아이가 원했던 직장에도 다닐 수 있게 해주시니 말입니다. 사람을 세우는 것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이 새삼 깨달아졌습니다. 세상은 5 번이나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세우려고 했지만, 하나님은 당신의 사람들을 당신의 방법대로 세우시는 분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순종인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의 사람으로 세워질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질 것인가...그 모든 것이 순종에 달린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사람들도 세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