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국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픽업하기 위해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었습니다. 연휴라 그런지 공항은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저마다 들뜬 얼굴로 목적지를 향해 잰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뭐가 잘못 되기라도 했나...?" 1시간 반이 넘도록 아내가 나오지 않자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들어 어디에 앉아 있지나 않은지, 기계로 바뀐 입국 수속이 까다로워 어디서 진땀을 흘리고 있지나 않은지...이런 저런 걱정이 되었습니다.
씨택 공항은 외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이 공항철도를 이용해 메인 터미널로 온 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출구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어제도 눈이 빠져라 에스컬레이터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중국이나 베트남 쪽 사람으로 보이는 한 여자 여행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이 힐에 옅은 잔디색 투피스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부린, 하지만 조금은 촌스러워 보이던 여인... 이 여인은 손에 든 가방 두 개가 부담이 되는지 잠시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주춤거리다가 힘겹게 가방들을 올려놓고는 자신도 가까스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어~어~" 가방 때문에 박자를 놓치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던 여인은 곧 중심을 잃고 뒤로 쓰러졌습니다. 여인은 비명을 질러댔고 출구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웅은 위기에 나타나는 법...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 위층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한 흑인 남성이 새처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이 여인을 부축하기 시작했고 주변을 지나던 공항 관리인은 에스컬레이터의 작동을 중지시켰습니다. 몇몇 사람들의 발 빠른 대처로 사고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았고 쓰러진 여인도 다행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부축을 받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여인의 얼굴을 본 순간,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 했습니다. 언제 꺼내 썼는지, 여인은 벌써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습니다. 비명을 지르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던 절대절명의 순간이 지나고 난 뒤, 여인은 밀려오는 쑥스러움을 선글라스로 가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베드로후서 말씀이 스쳐갔습니다. "그러므로 너희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근신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너희에게 가져다 주실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 그렇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는 거추장스럽지 않게 허리를 동여야 하는 것입니다. 짐은 가벼울 수록 좋은 것입니다.
잠시 후 나타난 아내의 모습을 보고 혼자 낄낄거리며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양손에 가방을 들고 나오던 아내는 갑자기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방향을 바꾸더니, 뒷걸음으로 먼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탔습니다. 그리고는 짐을 끌어 올려 실었습니다. 아마도 힘이 부치고 위험해지면 짐을 그냥 놓아 버리려고 한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ㅋㅋ 그렇습니다. 다 살아가는 법이 있는 것인가 봅니다. 하지만 여러분, 여행할 때 짐은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우리에게 주어진 믿음의 여정을 잘 끝낼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있는 욕심과 욕망들을 훌훌 다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믿음의 여정을 따라 모두 승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