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국가, 공적 정의 논쟁
클락 E. 코크란 외 | 김희준 역 | 새물결플러스 | 408쪽 | 19,000원
<교회, 국가, 공적 정의 논쟁>은 새물결플러스의 스펙트럼 6번째 시리즈이다. 스펙트럼 시리즈는 하나의 쟁점에 여러 전문 학자들이 각자의 입장을 서술하고, 그 뒤에는 나머지 학자들의 비평이 수록돼 있다.
이 책에서는 교회와 국가(정부)는 무엇인가? 둘 사이의 적절한 관계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따라 가톨릭 관점, 고전적 분리주의 관점, 원리적 다원주의 관점, 재새례파 관점, 사회정의 관점 등을 소개하고 서로를 비평한다.
1. 가톨릭 관점
가톨릭 관점은 5가지 관점 중 가장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톨릭의 역사 내내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경험해 왔던 것들의 축적물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교회와 국가는 긴장 관계 속에 있다고 말하며 그 상태를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협력 경쟁 도전 초월 등이다. 협력은 선을 이루는 데 있어 국가와 교회가 협력하는 것, 경쟁은 더 좋은 선을 위해 공공기관과 가톨릭기관 간에 경쟁하는 것, 도전은 국가가 정의를 해치려 할 때 교회가 국가에 반기를 드는 것, 초월은 국가가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 즉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분류는 교회와 국가 간의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면을 긴장 관계 속 네 가지 형태로 잘 설명돼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네 가지를 실행케 하는 중심 가치를 설명하는데, 그것이 공동선, 연대 그리고 정의이다. 세 가지는 결국 인간 각자가 존엄하며 관계적 존재로 부름받았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정리하자면 가톨릭은 '인간의 존엄을 지지하는 가톨릭은 공동선, 연대, 정의를 지키기 위해 국가와 네 가지 형태의 긴장 상태로 공적 정의에 참여한다'가 되겠다.
2. 고전적 분리주의 관점
이 관점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를 할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는 내용에 입각해 주장을 펼친다.
이 주장은 챕터 제목대로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강조한다. 크게 개인적, 그리고 교회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 측면으로는 정부가 개인의 종교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야 자유가 보장된다고 주장하고, 교회적 측면으로는 만일 교회가 국가와 협력하고 원조를 받게 되면 국가의 악에 대한 선지자적 목소리가 상실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고전적 분리주의는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지양하며 개인의 자유와 교회의 선지자적 사명을 지키는데 주요점을 둔다.
3. 원리적 다원주의
이 장의 저자는 원리적 다원주의가 개혁주의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창조 타락 구속에 맞추어 설명한다. 창조는 문화 명령이다. 즉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는 말은 창조 세계를 발전 가능성의 일들을 실현시키며 계속 창조해 가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의 죄로 세상은 타락하게 된다. 타락과 구속 사이의 중요한 부분은 이 타락한 세상을 다 폐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원래의 창조 의도대로 회복하는 것이 바로 구속의 최종 목표이다. 즉 하나님의 세상을 빛나는 창조성으로 가꾸어 나가도록 다시금 회복시키는 것, 그래서 결국 온전한 모습으로 완성되는 것이 구속이라는 것이다.
이것과 함께 나오는 개념이 영역 주권, 즉 각 공동체(영역)마다 하나님이 부여하신 임무와 목적이 있다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절대적인 기관이 아니라 귀천이 없는 각각의 영역들 중 하나이며, 그것들이 제대로 작동하게끔 중재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재세례파 관점
재세례파는 예수와 평화라는 단어가 핵심 키워드이다. 그리고 이 두 단어를 중심으로 하는 가시적 공동체가 존재한다. 나사렛의 목수이자 온 교회와 우주의 주인, 평화의 왕, 그가 이 땅에서 선포했던 것과 보여줬던 것들을 신실히 모방하는 것이 바로 공동체의 역할이라고 한다.
즉 '가시적 공동체'로 부름 받은 우리는 소유를 나누고 누구든 차별하지 않는 등 실제적인 행동들로 세상에 충격을 주는 자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복음이 세상에 적용될 수 있는 예시와 자극이 되는 것이 공동체의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또 재새례파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인 비폭력도 거론된다. 재새례파는 유대인의 범위, 사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이웃사랑을 주장하며 폭력에 저항한다. 모든 문제에 무기를 들이대는 대신, 가해자의 필요를 고려하며 사랑으로 응답하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궁극적인 용서와 사랑이었던 십자가를 따르는 자들이며 비폭력에 대한 긍정인 부활이 우리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엄격한 비폭력을 앞세운 가시적 공동체를 국가에 보여주고 도전하는 것이 재새례파와 국가간의 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사회정의 관점
사회정의 관점은 말 그대로 국가에서 사회정의를 이루자는 주장이다. 이 저자는 국가를 '전체로서 행동하는 사회'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국가는 전체 공동체이며 그 속에 속한 시민 누구든 국가의 일에 참여하게 되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장의 제목대로 사회정의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의의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각자에게 그 몫을 주는 것을 기본으로 전제한다. 거기에 저자는 기독교적 해석을 추가시켜, 각자의 몫은 궁극적으로 심판이며 그럼에도 하나님의 의지로 우리는 은혜를 입었다고 말한다.
이 관점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넘어서는 성경적인 관점이며, 단순히 사회학적·합리적으로 해석하려는 사회정의의 개념을 훌쩍 뛰어넘게 만든다. 다소 모호하고 일반적인 개념이 많아 다른 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긴 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주요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5개의 관점이지만 서로 교차점이 많으며, 서로가 서로를 보충해주기도 했다. 그 이유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존엄성과 가치를 지니며 하나님 앞에서 모두 동등하다는(185쪽)' 기독교적 신념 위에 모두가 있기 때문이다.
책이 미국 입장에서 쓰여 다소 이해하거나 현실감 있게 읽기에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공통의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진리는 어디서나 다르지 않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국 교회와 정부간의 올바른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예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