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고 결혼생활을 할 때 우리는 모두 잘못 할 수 있고, 미숙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 남의 일이나 영화처럼 바라보는 자세다. 그것은 로맨스가 아니다. 무한책임을 지는 진지함이 없다면 그 사랑은 아무리 열정을 불태웠어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주님의 사랑은 복잡하지 않다. 모든 사랑은 단순한 것이다. 사랑이 힘들어진 것은 우리가 그것을 거부하고 눈높이를 높이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기준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과하게 포장하고, 거창한 것을 바라고, 남과 비교하고, 가지지 못할 것을 약속하고, 자족할 줄 모르고..., 그렇게 복잡해진 사랑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손가락 사이로 서서히 빠져나가고 마는 것이다."
삶의 많은 부분들이 그렇듯, 연애와 결혼도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매년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온다. '성경'이라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디테일'을 찾기 위한 '참고서'들이다. 내가 만나고 접할 수 있는 이성(異性)은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이 예비해 두신 짝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 참고서들 중 하나로서 최근 나온 <사랑은 다큐다>는, 크리스천 입장에서 연애와 사랑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 있는 책이다. 들뜨고 설레 '영화나 드라마' 같은 연애라는 앵글 뒤에 남은, 현실적 고민과 일상을 담은 '리얼 다큐'인 셈이다. 물론 요즘은 현실과 유사한 영화와 드라마일수록 공감대가 높아져 사랑받긴 하지만, 우리의 연애에는 '대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다큐다>를 쓴 김재욱 작가는 오랜 기간 연애와 사랑, 결혼과 부부에 대한 글을 써 왔으며, 본지 고정코너 '연애는 다큐다'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2013년 사랑받은 <연애는 다큐다>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다음은 김재욱 작가와의 인터뷰.
-<연애는 다큐다>를 쓰실 때와 이번 <사랑은 다큐다> 사이, 젊은이들의 연애나 사랑법이 많이 달라졌나요.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을까요.
"처음 <연애를 잘하는 여자(2005)>를 쓸 때와 비교하면 10년이 넘었으니 많이 변했지요. 3-4년 사이에도 변화가 느껴집니다. 예상대로 더 속도가 빨라지고 간편해졌다고 할까요.... 만나남과 헤어짐의 속도, 그리고 가까워지는 속도가 더 당겨졌다는 느낌입니다. 동거나 이혼, 재혼, 또는 성적 문제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파격적인 사고는 이제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고요. 동성애 같은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도 많이 느슨해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자기 대학생 딸이 연애를 하는데 남친 행동이 좀 맘에 안 들어 위기가 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민하기에, '야, 그냥 헤어지자 그래!'라고 홧김에 한 마디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딸이 '엄마, 요즘은 그러면 진짜 끝이야.... 엄마 때인 줄 알아?' 하더랍니다.
아무튼 시간이 갈수록 안 듣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예전에 써 뒀다 묻어둔 글 중 일부를 다시 꺼내 쓰다 보면, 시대와 안 맞는 이야기가 있어 다시 쓰기도 하니 연애와 결혼 감성의 변화가 분명히 있는 것이지요."
-이번 책 <사랑은 다큐다>는 <연애는 다큐다>와 같은 시리즈인가요?
"네. 글은 다 다르지만, 제목에서 보시듯 같은 취지로 나온 책입니다. 분류도 주제별로 같은 맥락입니다. 1부는 '솔로와 싱글'의 만남과 이별 이야기로, 지금은 혼자이지만 만남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내용입니다. 2부는 '남자와 여자'로, 남녀가 서로 달라서 알아야 할 점, 남녀의 특성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특히 심각한 '데이트 폭력' 등 여성들이 주의할 점에 대해 많이 썼습니다.
3부는 '커플과 부부'에 관련된 이야기들입니다. 여기서는 마마보이 문제와 장모와 아내의 과도한 친밀감에 관한 문제점들도 다뤘지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성경적으로 좀 더 깊이 생각할 부분들을 짚어 보았습니다. 혼기가 지난 '교회 누나' 문제, 불신자와의 결혼 문제, 이혼의 성경적 이해 등입니다."
-이미 결혼한지 오래 되셨는데, 어떻게 이런 현실 연애법에 대한 감각이나 관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으신가요.
"세월이 지나야 더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는 심리학자나 상담가는 아니니까 일부러 이런 소재를 찾아다니고 연구한 것은 아니고요. 처음 쓴 칼럼들이 포털이나 신문 등에 연재되고 블로그에도 올리면서 세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상담을 해 오는 분들도 있고, 강연 요청도 있어 답변하고 준비하면서 연구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주변 이야기도 많이 듣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웨딩업체에 다니면서 고객들을 위해 회사 사이트에 칼럼을 연재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계속 관련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덕분이지요."
-크리스천 젊은이들은 어떤 점이 일반 젊은이들의 연애와 가장 달라야 하고,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기도해야 할까요?
"크리스천이라고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좀 상식이 있고 말이 통하는 사람, 사랑만으로는 건널 수 없는 인생의 거친 강물을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진지한 만남을 가졌으면 합니다.
다만 불신자와는 가고 싶어도 함께 갈 수 없는 길이 있습니다. 인생의 깊은 부분을 나누려면, 그리고 인생 이후의 영원한 삶까지 함께 고민한다면 구원받은 사람이라야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구원도 꼭 점검해야 하고요.
저는 애초부터 하나님이 배우자를 지정하시거나, 누구랑 결혼하라고 알려 주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맑은 정신과 바른 상식으로 기도 가운데 스스로 결정하면 그때부터 두 사람을 하나님이 한 몸으로 보시고, 두 사람 안에 그분의 뜻이 머무르는 것이지요.
배우자를 위해 기도는 해야 하지만, 조건을 나열하면서 구체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선호하는 배우자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경쟁률 높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성공한 결혼이 될테니까요. 그저 자신이 좋은 배우자가 되도록 먼저 노력하면서 적당한 동반자를 만날 수 있도록, 장차 가정의 더 큰 가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바른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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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다큐다(김재욱 | 헤르몬 | 240쪽 | 13,000원)>. |
요즘 연애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대개 상대방과 이러이러한 연애 상황인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할지, 계속 만나야 할지 정리해야 할지, 이런 문제가 가장 많습니다. 신앙적 갈등이나 상대방의 인성 문제, 연애와 결혼에 관한 성경적 입장 등에 대해서도 질문하시지요.
꼭 해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답답하고 속상한데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울 때 하소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미 이별한 후 알 수 없는 복잡한 심경을 넋두리 일기처럼 남기는 분들도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위로만 하고 넘어가지요."
-성경 인물들과는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여러 번의 '연애' 과정을 거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이나 관점이 있으신지요.
"잠언 5장 18절에는 '네가 젊을 때 취한 아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당연히 결혼은 성인이 되면 거의 즉시 하는 것이었고, 살아보거나 여럿 중 고르거나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성경 곳곳에서 알 수 있습니다. 늦은 결혼, 독신 문화, 복수의 연애 등은 사실 모두 세상의 풍조입니다. 심지어 여러 사람 만나보고 해야 한다든지, 동거를 해 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보고도 예전보다 더 많이 이별하고 가정이 무너집니다. 법이 많아지고 CCTV는 범람하는데 범죄는 더 많아지고 강력해지듯, 더 사랑이 파괴되고 더 못 살겠다 아우성입니다.
물론 일부다처제를 실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고대 문화를 지금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겠지만, 그 결혼의 정신과 취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현대 세계는 인간보다 산업과 경제 활동을 위해 편성돼 있어, 결혼을 포함한 통과의례들도 성경과 다르게 짜여 있지요. 결혼이 다른 여건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세상 여건과 조건이 결혼 문화와 연애 문화를 결정해주는 것이지요.
이처럼 세상 방식에 따른 잦은 연애나 많은 경험이, 결혼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우자는 결국 랜덤(random)이더라' 하는 이야기처럼, '성실함과 기대의 법칙'이 체감 행복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부모들 간의 합의에 의한 결혼을 할 수도 없고, 일부 이단들처럼 얼굴도 안 보고 단체로 할 수도 없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만나되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상태로 가볍고 건전하게 사귀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크리스천들만이라도 그런 관계를 지향했으면 합니다."
-연애 시절, 스킨십의 경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답을 말한다고 지켜질 일도 아니겠고요. 청춘 남녀가 만나는데 자제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늦추고 또 늦춰야 합니다. 시작하면 끝까지 갈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성경에 '결혼'은 있어도 '연애'의 개념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최대한 일찍 하고, 결정되면 빨리 진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킨십이 과해지면 여자가 훨씬 손해를 봅니다. 헤어져도 마찬가지고요. 요즘 세상에서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연애 때 찍은 야한 동영상을 차인 남성이 복수를 위해 유포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제발 연애할 때 자신을 너무 허락하지 말길 바랍니다. 남자의 잘못된 가치관과 인성을 알게 됐는데, 이미 다 준 상태인 연애를 하면 안 됩니다.
남자는 더 여자를 존중하고, 여성은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을 말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행동은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질문인데요. 요즘 혼전순결은 낡은 것으로 보는 경우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0여 년 전, 제가 웨딩업체에 근무할 때도 이미 조금 부른 배를 감출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상담하는 분들이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그 업체 자체가 기독교 기업이라 대부분 크리스천이 고객이었고, 그런 고객들 중 전도사인 분들도 제법 있었으니..., 지금의 실정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물론 임신이 '혼수'로 취급되고, 임신을 하지 않았더라면 헤어질 사람들도 결혼으로 이어지는 역할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것을 맞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 전 어떤 분이 제게 댓글을 남겼는데, 혼전순결이라는 평소 가치관을 남친과 이른바 '썸 타는 남자'에게 말했다가 지금껏 세 번이나 이별을 경험했다며 고민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렇다고 그런 뜻을 굽힐 수는 없지만, 이러다 영영 결혼할 남자를 못 만나는 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렇게 귀한 여성을 '꽉 막혔다'고 싫어하는 남자와는 잘 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 기준에서는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그런 것까지 비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만일 남자 쪽에서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여성이 먼저 하는 것이라면, 남자는 자기를 음흉하고 개념도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드물겠지만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이 문제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불가피한 면도 없진 않겠지만, 변함없는 가치관도 있는 것이지요. 지키기 어렵더라도 일단 하나님 앞에서 마땅히 원론을 말하고, 그것을 낡았다 말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기준은 남들이 다 그런다고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여성이 혼전순결을 지키면 남자의 진짜 인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너무 긴 연애는 자제하고 결혼을 전제로, 신속하되 진지한 사귐을 갖는 방법이 좋다고 봅니다."
-에필로그에 쓰셨듯 사랑과 연애는 글로 체득할 수 없는데,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점을 느꼈으면 하시는지요.
"책으로 연애와 사랑을 배우라거나 노하우를 터득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다만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감성지수를 높이고, 사랑의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간접경험을 하라는 것이지요. 남들 사는 이야기도 듣고요.
물론 책에 중요한 팁과 정보도 있겠지만, 먼저 다양한 사랑 이야기와 생각을 통해 상식과 사고를 기르고, 인간을 이해하는 시야를 넓히라는 것입니다."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연애와 사랑은 영화나 드라마, 판타지, 미드, 스릴러가 아닙니다. 다큐멘터리, 그것도 편집이 없는 리얼 다큐입니다. 그것부터 인식해야 주님 안에서 진정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끝나지 않을 전쟁이지만, 우리 모두 그 전쟁을 잘 치르면서 주님 안에서 '현실적으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제 연애 관련 책은 20-30대 여성분들이 가장 많이 보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년은 물론 학생들도 볼 수 있는 쉽고 건전한 책이고요. 데이트 폭력이나 과하게 자유분방한 연애 문제 등은 10대 때부터 알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 책이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크리스천투데이에도 연재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과 기도를 바랍니다. 크리스천투데이를 포함한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저자 블로그 : woogy68.blog.me, 네이버에서 '바이블로그' 검색)."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속 몇 문장을 담는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상처받으며 지쳐 있다. 세상의 많은 신조와 유행을 결혼과 연애에 끌어들여 질서를 깨고 해방감을 느끼면서 자기들 방식의 사랑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를 깨면 깰수록 인간은 더욱 외로워지고 슬퍼지며, 고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