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 기도회를 마치고 교회 마당에서 중고등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쑥 흑인 남녀 2명이 교회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당신들 중에 이 교회 목사나 사역자가 있습니까?" 10시가 30분이나 넘은 늦은 밤에 목사를 찾는 것을 보니 또 무슨 부탁을 하려는가 싶어 "왜 목사를 찾느냐?"고 물었더니 라이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타코마로 가야하는데 버스가 끊어졌으니 자기들을 타코마로 태워달라고 했습니다.
좀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어떻게 이 늦은 시간에 라이드를 부탁할 수 있을까...?" 늦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조금 전에 기도회를 마쳐서 몸이 녹초가 되었는데, 또 빨리 집에 들어가 내일 새벽기도 준비를 해야하는데...하는 마음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Yes를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이 부담스러운 일을 맡길 사람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나도 불편해하는 일을 누구에게 부탁을 할까...싶어 마지못해 Yes를 하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차로 몰려들었습니다. "목사님, 너무 늦었어요. 가지 마세요." "목사님 혼자 가시면 위험해요. 저도 같이 가요~" 아이들이 흑인 남녀가 알아 듣지 못하도록 한국말로 저를 만류하자 뒤에 앉은 여자는 영문도 모르는 채 아이들이 저를 참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좀 거시기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목사가 그 상황에서 아이들을 태워갈 수는 없는 일... 네 번, 다섯 번이나 애원하듯 자기를 태워달라는 EM 소연이를 뒤로 하고 깜깜한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내는 2주 전에 감옥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일을 하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자기가 가자고 한 공장의 보스가 자신을 만나주었고 한 주 전부터 일을 시켜줬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기를 믿어준 그 고마운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의 얼굴에 진심이 가득했습니다. 공장이 즐비한 타코마의 어두컴컴한 거리를 지나 그는 인적이 전혀 없는 길 가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를 하고 떠나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를 믿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습니다..."
그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타코마까지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체면 때문이었고, 어쩌면 목사라는 의무감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오 리를 가자 하면 십 리를 가라고 하셨는데,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목이 쉬도록 기도한 작자가, 이 길을 억지로 왔다는 마음 때문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 속 저 밑에서 이런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예수를 따라가려면 때론 목숨도 걸어야 한다..." 그렇습니다. 예수를 따라 가려면 가장 귀한 것도 걸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으면,절대로 주님을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힘있게 따라갈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