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의 현재 모습
가나를 떠나 20여 리를 서남쪽으로 언덕길을 올라가면 둥근 분지 형태의 나사렛이 나온다. 마치 주발을 세워놓은 듯한 분지 아래에 옛날의 나사렛이 자리잡고 있다. 능선 쪽으로 현대적 마을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이곳에는 아랍 이스라엘 시민권자라 부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며 살고 있고, 동쪽 능선 쪽으로 유대인들이 신도시를 건설하여 살고 있다. 보통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지역은 무슬림들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나사렛은 수태고지 교회를 중심으로 한 로마 가톨릭 교인들이 중심이 되고, 무슬림, 개신교인, 그리스 정교회인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최근에는 수태고지 교회 남쪽 200m 떨어진 무슬림 선지자 무덤을 중심으로 커다란 규모의 모스크를 건립하려는 무슬림들과 기독교인들 사이에 큰 다툼이 있기도 하였다.
이 모스크가 건립되면 그야말로 수태고지 교회가 전면적으로 가려진다. 다행인 것은 아직도 이 건축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무슬림들은 지금도 이곳의 작은 모스크에서 건립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보통 이스라엘 지역에서는 안식일(샤밧)이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이기에 이 시간에 대중교통이 끊어지고 상가나 관공서, 학교가 문을 닫는다. 하지만 나사렛은 토요일은 열심히 일하고 주일이라고 하는 일요일에 문을 닫고 버스도 쉰다. 교회 종소리에 맞추어 주민들이 부지런히 교회를 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나사렛의 중심 수태고지 교회
이제 버스에서 내려 작은 시장을 통과하여 수태고지 교회로 올라가 보자. 이 교회는 오전 8시에 문을 열었다가 11시45분에 문을 닫고 오후2시에 다시 문을 열기 때문에 갈릴리 바다가에서 온 사람들은 서둘러야 한다.
이 교회의 원래 이름인 Church of the Annunciation은 현재 한국어로 수태고지 교회로 번역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태는 짐승에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에 필자는 잉태예고 교회로 이름을 바꾸어 부르고 있다.
교회 문을 들어서면 웅장한 전면의 모습이 보인다. 4세기에 처음 교회가 세워진 이래로 6차례의 부서짐과 세워짐이 있었고 현재 교회는 1965년 이태리 건축가 지오바니에 의하여 지어졌다. 가로가 70m, 세로가 30m 되는 이 웅장한 교회의 상부의 부조에는 사복음서의 저자들과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만나 잉태를 예고하는 모습이 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눅1:26-38)는 라틴어구도 볼 수 있다. 정면 문에는 청동으로 예수님의 일대기가 조각되어 있고, 좌측과 우측 문에는 인간의 일대기(성경의 내용)와 여러 성경의 인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 교회의 외곽과 내부에 전세계 가톨릭교회들이 기증한 벽화들이다. 주제는 마리아(미리암)와 아기 예수님이다. 한국말로 되어 있는 벽화도 교회의 우측 회랑에 있으니 이곳에 잠깐 들러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좋을 것 같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자. 투박한 기둥, 색칠하지 않고 있는 기둥은 무거운 질감을 주며 내부를 무게 있게 만든다. 실내는 다소 어두컴컴한데 성경의 사건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쪽을 향한 제단과 뒤편 동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난 처녀 마리아의 동굴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교회 건물로 뒤덮어져 있지만 당시에는 언덕을 이용한 주거지역의 일부로서 지하 저장고로 사용 되어졌지 않나 생각해 본다. 가까이 동굴을 내려가 보고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보자. 툭 터진 내부에 전면의 벽화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마리아의 동굴 위로 솟아있는 지붕은 백합꽃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지붕 끝에는 십자가가 있다. 그리고 전체 모양은 왕관을 형상화 하고 있다. 백합같이 순결하신 예수님이 왕관을 쓰시고 통치하실 거라는 설명이 있다. 전면 벽화에는 마리아, 그리스도, 베드로, 천하만국의 모든 백성들이 그려져 있는데 맨 위쪽에 삼각형 안에 눈이 그려져 있다. 교회 측은 이를 성령의 눈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제단 전면에서 오른쪽으로 나가는 문 옆에는 일본에서 기증한 천연진주 기모노를 입은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있다.
성 요셉 교회와 회당교회
세상에 가장 기쁜 소식이 이곳에 전달되었음을 바라보며 그것이 우리를 위한 소식이었음을 다시 한 번 기뻐하자. 발걸음을 옮겨 1914년경 세워진 성 요셉 교회 지하에 가 보자.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목수 일을 하셨다는 예수님의 흔적을 물 저장고와 곡식 저장고, 기타 장비 저장고를 통하여 느껴볼 수 있다. 샤론의 꽃 예수를 찬양하며, 누가복음에 나타난 어린 시절의 예수님에 대한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하 광장에 있는 왼쪽 스테인드그라스에는 요셉과 마리아가 정혼하는 모습이, 오른쪽에는 요셉의 임종 모습이 나타나 있다. 서편으로는 5세기 비잔틴 시대의 세례탕을 남아있는 모자이크를 통해 알 수 있다. 성 요셉 교회 방문을 마친 후, 수태고지 교회의 측면에서 전체 사진을 찍어보자.
수태고지 교회에서 나오다 보면 나사렛 옛 시장을 만난다. 예수님이 어린 시절 뛰놀았을 것 같은 시장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우측으로 조금 가다 다시 우측으로 꺾어지면 회당교회가 있다. 이 회당에서 예수님이 가르침을 받기도 하였으며 가르치기도 하였다.(눅4:16) 그러나 선지자가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일어나기도 한다.(눅4:2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