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각국을 누비며 2만 명의 보지 못하는 자들에게 시력과 함께 새 삶을 찾아준 안과의사 김동해 (사)비전케어 이사장. 그는 "아프리카의 선교 상황은 끓는 응급실과 같다"며 "이슬람이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포교를 통해 남하하고 있는데, 우리는 총알도 무기도, 전투력도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4월 선교여행기 '눈을 떠요, 아프리카'를 펴낸 그는 최근 명동 비전케어 사무실에서 가진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선교의 물자와 인력을 인공호흡기를 돌리는 중환자실뿐 아니라, 아프리카처럼 당장 심폐소생술과 수혈로 응급환자를 살려야 하는 응급실에도 지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동해 이사장은 1년 중 절반 이상은 대표원장으로 섬기는 명동성모안과를 비운 채 전 세계 오지로 빛과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을 찾아다녔다. 깨끗한 물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형편없는 장비, 시설 등 열악한 현지 의료 환경, 그리고 한 번 사역이 진행될 때마다 들어가는 수천만 원의 예산을 감당하며 쉼 없이 이어온 무료 개안수술 캠프 사역에 존경을 표시하자 그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답했다.
옥합을 깨트린 여인같이 이름 없이 자신을 비운 후원자들과 언제나 든든한 기도의 용사들, 또 같은 비전으로 동행하는 직원들과 의료진들을 만나게 된 것은 그의 인생의 큰 축복이자 사역의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가 본 아프리카의 민낯은 기존의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3D(Difficult, Dirty, Danger) 대륙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순박하고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아름다운 땅이었다. 우리보다 가진 것이 없고 못 배우고, 오래 살지 못하는데도 더 행복한 그들을 바라보며 아프리카인들의 눈을 뜨게 하려 했던 그가 오히려 아프리카에 눈을 떴다. 그리고 이제 한국교회도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알고 함께 눈을 뜨길 기대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아이들과 똑 닮은 순박한 미소를 가진 그의 일과 신앙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9.11 테러 후 파키스탄 의료선교 시작
2만 명 수술, 14만 명 진료는 '오병이어의 기적'
▲김동해 이사장은 "아프리카의 급격한 이슬람화가 걱정된다"며 "이슬람이 엄청난 재정과 인력을 앞세워서 공격적으로 선교하는 아프리카는 마치 응급실 같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
-(사)비전케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초기 활동은.
"2001년 9.11사태를 보며 크리스천 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슬람의 증오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갚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슬람 선교 관련된 분들을 직접 만나고 관련 공부도 하던 중, 2002년 구정에 회교권 국가인 파키스탄에 직접 가보기로 결정했다. 마침 의료선교사로 나가려던 분이 있어서 그분을 두 달 먼저 파키스탄에 보내 현지 병원, 의사, 의료장비 등을 알아보게 했다. 당시 파키스탄 선교사였던 권구현 목사님(현 선린감리교회 담임)이 함께 현지 병원들을 돌며 도와주었다. 권 목사님이 당시 신학교 교수였고 깔끔한 이미지에 영어도 유창해서 우리 사역의 시작에 큰 도움이 되었다.(웃음) 덕분에 파키스탄 카라치에 가서 첫 의료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고, 현지 선교사님의 열악한 상황도 알게 되면서 의료선교가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시각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이 다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국제실명구호기구인 '비전케어'의 시작이다.
나는 추석 때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의료장비를 사서 먼저 카라치로 보냈다. 그런데 세관에 걸려 추석이 다가오는데도 장비들이 공항에 두 달째 묶여 있었다. 이런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전 파키스탄 대사님과 외교부 해당지역 국장님이 도움을 주셨지만, 파키스탄 출국 당일까지도 의료기구가 통과되었다는 연락이 없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교사님께 방금 의료기구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아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사건은 비전케어 사역이 나의 돈과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하시는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또 오랫동안 회교권에서 사역한 한 선교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무슬림들과 만나 함께 기도하고 싶어 하는 뜨거운 여자 선교사님이었는데, 복음을 전할 기회를 얻기 어려워 마음에 한이 된 분이었다. 회교권에서는 두 명 이상 있는 곳에서 예수님 이야기를 하면 고발당할 수 있다. 그런데 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하면 한 명씩 수술을 준비하는 방이 있다. 그곳에서 이 선교사님이 한 명씩 복음을 전하고 기도도 마음껏 해주며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감사해 하셨다. 이렇게 의료사역이 여러 모양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동기가 되었다."
▲파키스탄 비전아이캠프에서 개안수술 후 감격하는 현지인을 한 봉사단원이 안아주고 있다. ⓒ비전케어 |
-16년 동안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사람을 치료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파키스탄은 2012년까지 구정과 추석 때마다 총 십여 차례를 방문하고 현지에 이양했다. 우리는 여러 곳을 다니기보다 한 번 간 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1주일 동안 진행되는 '아이캠프'(EYE CAMP)는 240여 차례 개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도 무료 개안수술을 많이 한 몇 단체 안에 들 것이다. 우리는 현지교회, 선교사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직 의료사역에만 집중한다.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부분은 현지교회와 선교사님들에게 맡긴다.
하나님께서는 비전케어를 시작하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좋은 동역자도 많이 보내주셨다. 비전케어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크리스천 안과 의사들이 모여 있고, 지금 이 시간에도 몇몇 분은 에티오피아와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날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그 작은 내어놓음과 비움으로 인한 기적들이 모여 1년에 2,500명을 수술하고, 지난 16년간 총 2만 명 수술, 14만 명 진료의 기록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너무나 많다. 오래전 동티모르에 선교사로 파송된 파키스탄인 부부를 만난 일이 있다. 회교도가 97%인 파키스탄에서 기독교 선교사로 왔다니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그 선교사님의 아버지가 라호르 병원에서 한국인들에게 안과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곳에서 한국인으로서 안과 수술을 하는 팀은 우리밖에 없었다. 파키스탄인 선교사 부부를 보며 '우리가 뿌리고 물을 주면, 하나님께서 자라나고 열매 맺게 하신다'는 깨달음이 왔다.
우리가 환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 그러나 아프리카뿐 아니라 어딜 가든 환자를 만나자마자 해야 하는 말은 'too late!'(너무 늦었다)다. 눈은 터지고 그 안에 내용물은 다 흘러내리고, 이미 상처가 굳고 백내장은 녹내장이 되어서 전혀 손 쓸 수 없는 상태인 그들에게 '너무 늦었어요. 안타까워요'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작년 케냐에 갔을 때, 한 부모가 '니마'(은혜라는 뜻)라는 이름의 두 살짜리 여아를 데리고 찾아왔다. 진찰해 보니, 이미 날 때부터 눈에 문제가 있어서 고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희망을 가지고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왔을 부부에게는 가혹하지만, 의사로서 고칠 수 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아버지가 나에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이 아이는 태어났을 때는 상태가 더 심각했는데 우리가 기도해서 지금 많이 호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은 과학이기 때문에, 의사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그 아이는 가망이 없었다. 그러나 이 케냐 남성의 말을 통해 다시 한번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교회에 가서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말도 잘 안 통하는 이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직접 듣고 그 음성이 머릿속에 계속 남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있는 이 자리, 하나님이 부르신 그곳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는 것 같다."
아프리카 이슬람화, 총체적·선교적 '응급대처' 절실
병원 운영 비법은 직원과 환자들의 동역
▲김동해 비전케어 이사장은 "가장 열심히 기도할 때는 열악한 현지 의료환경에서 수술할 때"라고 말했다. 그 응답으로 해외에서 수술한 2만 명 중 합병증이 생긴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
-'눈을 떠요, 아프리카'라는 서적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작년에 다녀온 '눈을 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는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해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오토바이로 아프리카 7,362km를 종단한 이 프로젝트에 권구현 목사님을 설득해 함께 가게 되었다. 이를 위해 담임목사님에게 두 달의 시간을 선물해준 성도들에게 지금도 감사드린다. 내가 아프리카로 떠난다고 했을 때, 선교사님들조차 아프리카는 위험한 곳이고 길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을 오토바이로 종단하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물론, 물과 전기 등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친절하고 순박하고 행복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오히려 내가 아프리카에 눈 뜨는 기회였던 것 같다.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아프리카의 급격한 이슬람화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아프리카는 마치 응급실 같다. 무슬림들은 엄청난 재정과 인력을 앞세워서 공격적으로 선교하고 있다. 남아공에도 모스크가 엄청나게 많고 케냐, 우간다, 수단 등지에서도 이슬람 선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의 기독교 선교사님들은 고령화되었고, 재정적으로도 열악하다. 아프리카 인구가 14억이고 나라가 54개이다. 북쪽은 이미 이슬람화됐고 사하라 이남까지 이슬람화되면 심각하다. 응급실에 응급환자가 계속 몰려오는데 일단 빨리 살려놔야 한다. 이 일을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한국 선교사님, 서양 선교사님들이 다 함께 연합해서 아프리카 선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간다 아이캠프에서의 비전케어 의료봉사단. ⓒ비전케어 |
-병원을 경영하면서 의료선교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
"사실 병원이 여러 번 망할 뻔했다. 나는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의료선교할 때 세 가지 원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아카데믹'이다. 의사가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이는 의사의 역할을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임상'이다. 실무경험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자격증 있어도 실무경험인 임상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세 번째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돈을 핸들링하지 못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특히 많은 의료인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사회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서 돈을 벌고 쓰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의료선교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한 번 의료선교를 나갈 때 최소한 2~3천만 원이 소요되는데, 2007년 병원 운영이 잘 안 되어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그 때 한 여인이 내게 처음으로 1천만 원을 후원했다. 이 여인은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뻔했는데 중환자실에서 비전케어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듣고 후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여인이 보내준 1천만 원은 결혼하려고 모아놓은 돈이었다. 고마워서 한 번 꼭 만나보려고 했는데, 이 여인은 '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며 만나주지 않았다. 이렇게 옥합을 깨트린 이들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나는 병원에서 돈을 버는 시간 보다 돈을 쓰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데도 망하지 않고 기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일하시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동역자들을 만난 것이다. 우리는 매일 큐티모임을 하고 예배를 드리는데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 이 사역에 동참한 후 의대에 진학하고, 안과의사, 간호사가 된 사람들도 많다. 동역자들에게서 이런 삶의 변화를 보게 된 것이 또한 큰 성과다.
병원을 경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자족하는 법을 배웠다. 병원이 있어야 사역이 유지될 수 있는데, 내가 병원을 비워도 환자들은 짜증 내지 않고 오히려 원장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해주곤 한다. 그런 분들이 있어서 사역이 잘 진행될 수 있었다. 병원 운영이 어렵지만 동료들과 환자들이 다 가족처럼 지낸다. 의료선교가 병원경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닥쳐와도 하나님께서 우리와 항상 함께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며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왔다. 어려움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는 말씀처럼, 주님 오실 때까지 우리는 꾸준히 가고자 한다."
▲비전아이캠프에서는 최대한 안과진료와 개안수술을 충실히 한다. 사역적 측면은 이후 현지 선교사들이 담당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비전케어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작년 1월 미국에서 1박 2일 동안 혼수상태로 있다가 깨어났다. 그다음부터 내가 없는 때를 생각하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수술 방법과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수술 방법이 다르니 십여 년의 노하우를 의사들에게 전수하고, 현지 사역 네트워크를 직원들에게 인계하고 있다. 이것이 2~3년 안에 이뤄지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없어도 비전케어 사역이 온전히 하나님의 일로 지속되게 만들려고 한다."
김동해 이사장은 이날 "결과적으로 비전케어 사역을 통해 기도를 열심히 하게 됐다"며 "내가 가장 열심히 기도하는 시간은 수술할 때"라고 말했다. 열악한 시설과 장비로 어렵고 힘든 수술을 문제없이 마치려면 기도가 절로 나온다고. 그 응답으로 해외에서 수술한 2만 명 중 합병증이 생긴 사람이 거의 없고, 명동성모안과도 개원 이래 수술 합병증이 생긴 사람이 없었다. 수술하면서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것을 체험한다는 그의 고백이 그저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서 이 환자들을 치료하셨다는 것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간증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나님이 부르실 때 순종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굉장히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고 알면서 어떻게 도망갈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우리 병원과 비전케어를 사용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