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리처드 | 한문덕 역 | 비아 | 120쪽
종합 진통제의 효능을 보면 '두통, 치통, 생리통에 잘 듣는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편두통 환자들에게 이런 종합진통제가 잘 안들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편두통약을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종합감기약도 마찬가지이다. 몸살, 코감기, 목감기에도 효능이 있지만, 그래도 목감기가 심한 환자에게는 목감기용 약이나 병원에 가서 처방받는 것이 빨리 낫는 비결일 게다.
책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다. 좋은 책이고 옳은 이야기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 책의 좋은 내용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을 때가 있다.
영양제 같은 경우도 외국에서 유명한 영양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의 체형에 맞게 좀 더 다르게 제조되어야 할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잘 쓰여진 책이고 부제처럼 '왜 교회에 가야 하는가, 교회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란 흥미를 끄는 제목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장도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끈다. 읽어나가며 교회를 다니며 고민했을 것들을 다룬다. 그런데 앞서 예로 든 것처럼, 이 책은 종합감기약 같은 역할을 하는 듯하다.
저자가 영국 신학자이고, 게다가 영국은 성공회가 주 베이스를 이루는 나라임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 즉 저자는 개신교보다는 좀 더 보수적이고 고전적인 교회에 대한 시각과, 한국의 교회 문제와는 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 환경에 산다. 물론 이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한국의 교인들이 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를 담을 수는 없고, 또 저자 자신도 그런 부정적 측면이 아니라 일반적 측면에서 성도들이 교회 출석을 망설이는 이유를 담는다. 이후의 장에서 저자가 교회의 선택을 다루고 있음에도, 같은 갭이 작용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일반적인 두통에는 괜찮지만, 편두통에는 한계를 가진 종합진통제 같다.
하지만 얇은 분량의 이 책은 교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잘 담아낸다. 교리적 깊이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교회에 대한 중심적인 내용과 현대 교회에 대한 정보와 시각을 담아낸다(물론 한국적 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면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가 교회를 다니면서 명심하고 되새겨야 할 것을 깨우쳐 주고, 교회나 예배의 매너리즘에 빠진 부분을 일깨워 주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하지만 좋은 책이고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회 현실에 아주 부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틀린 내용이거나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교회 현실과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교회에서 제자훈련 등에서 참고도서로 읽어도 좋을 듯 싶다(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인용한 필립얀시의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을 제자훈련에서 꼭 읽도록 권하고 싶다).
목감기가 아니라 종합감기약의 기능을 바라면서 이 책을 읽기 바란다. 물론 더 아프면 의사를 찾으시고.
추신: 책의 후반에 해설이라는 이름으로 역자가 교회 정체성과 나아갈 길이라는 글을 싣고 있다. 그런데 역자의 글이 잘못되거나 문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대한 해설과는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이 든다. 해설이라 하면 저자의 글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거나 강화시키는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자의 글은 해설이라기보다는 보론이라고 말해야 할 듯 싶다. 더구나 역자는 저자의 글에 대한 인용이나 저자의 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글을 전개한다. 역자가 보기에 저자의 글에서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도 역자도 저자의 글이 우리나라의 현실과의 거리를 느꼈거나 참여적 교회의 역할을 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듯 싶다.
참고로 책의 후반에 역자가 실은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은 주목할 만 하다. 지금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가나안 성도 등을 다루는 책들도 여럿 있다. 그중 '처치리스' 등은 미국 작가임에도 한국적 현실과 부합되는 면들이 강한 책이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