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맨하탄(Manhattan, NY)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서 예상보다 자동차 정체가 심했다. 거의 도착할 즈음 일방통행(One Way) 길로 들어서자 차들이 주차장 수준으로 그 자리에 서서 있었다. 나도 그렇게 얼마간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앞에서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듯이 내 쪽을 향해 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사람들의 숫자가 100-200명이 아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수 천 명 수준의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생각하면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잠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액션 공포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자동차를 타고 있던 사람들은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늘 그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그 쪽으로 걸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퇴근길에 지하철과 버스를 타기 위하여 나의 뒤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빨리 가기 위하여 그렇게 걸어간 것을 촌사람인 나는 공포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로 착각한 것이다.
그날 그 사람들 중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옆 사람과 이야기 하면서 가는 사람도 있었으며,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한 부류의 사람은 무언가 행복한 것 같이 보였다. 웃으면서 혼자서 이야기하며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의 특징은 귀에 무언가를 꽂고 있었다는 것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에 정말 살아있는 사람들 같이 여겨졌다.
그 일을 통해서 과연 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걸어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열심히 걸어가고는 있지만 생명이 없는 것 같이 빨리 걸어가고만 있지는 않은가? 나는 모든 일을 외롭고 힘들게 여기며 불평과 불만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은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에베소서 5장 16-18절)라고 말씀하신다. 성령의 충만함은 마치 맨하탄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길을 세상에 많은 사람들과 같이 걸어가지만 그 길이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게 여기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예수 그리스도와 통화하며 같이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령 충만함으로 변화된 귀와 눈으로 바라보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 세상의 환경에 지배 받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으로 사는 우리는 늘 믿음의 이어폰을 우리 마음에 꽂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 때에 믿음으로 사는 자의 세상은 그 어디나 하늘나라의 경험을 늘 하며 살게 될 줄을 믿는다.
어느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고향인 서울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있다고 한다. 무엇인가 하면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성령 충만함을 얻고 살 때에 행복한 삶은 맡아놓은 것이다. 나를 사랑하시고 또한 나도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동행하며 그 은혜 가운데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