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놈은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사극을 볼 때 종종 들었던 말입니다. 주로 악하고 파렴치한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그 일을 행하고 있는 사람에게 억울한 심정으로 토해내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하늘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하늘'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하늘을 의미하는 것이든, 아니면 하늘 저 너머에 존재하고 있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든 우리 조상들은 하늘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상시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땐 그런 '하늘'이 있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다가, 자기가 억울한 처지에 처하게 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하늘이 무섭지도 않냐"고...격하게 억울함을 토해내는 것입니다. 하늘을 기억했다면 왜구가 쳐들어왔을 때 조선의 선조가 백성들을 버리고 개성-평양-의주로 몽진을 가지 않았을 것이고, 하늘을 기억했다면 아이들이 바다에 수장 되고 있던 7시간 동안 도대체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백성들이 궁금해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입니다. 하늘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사람을 사람 되게 하고 신자를 신자 되게 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십여 명의 여전도회 회원들이 교회에 나와 함께 바자회를 준비했습니다. 무를 썰고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들고, 옥수수 알갱이를 볶아 옥수수차를 만들고, 또 우엉도 썰고 말리고 볶아서 우엉차를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먹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먹기만 했는데, 막상 만드는 작업을 보니 엄청난 수공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습니다. 힘을 좀 보태 드릴까 싶어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데 제 실력이 의심스러우셨는지 한 권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은 저기 앉으셔서 전이나 드세요..." 교우들이 차린 점심을 먹고 교회 마당에 나와 하늘을 보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거기 있었습니다. 하늘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 사랑하는 종들의 섬김을 기억해주십시오..."
그렇게 하루 열심히 봉사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무말랭이와 우엉차 작업은 한 주간 내내 계속 되어졌습니다. 새벽 기도회에 오신 어르신들이 무말랭이와 우엉차를 밖에 내놓으시면 낮에는 여전도회 회원들 몇 분이 오셔서 몇 번씩 불에 볶아 용기에 담는 작업을 계속하셨습니다. 수요일인가, 설교 준비를 하다가 주차장을 보니 우엉 조각들이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게 어떻게 만든 건데..." 얼른 뛰어가 바람에 날린 조각들을 입으로 후후 불며 줍고 있는데 어느새 영어권 이 목사님이 따라와 줍고 있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목사님, 이거 줍는 게 작은 일일까요?" 이 목사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길래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그렇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우엉 조각을 줍는 일조차 작은 일일 수 없는 것은, 먼저 그것이 하나님을 위한 일이고, 또한 하나님이 보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지난 26년간 알게 모르게 이 교회를 섬겨왔던 그 모든 수고와 섬김을 모두 기억하시는 하나님이신 줄 믿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늘이 보고 있음을 기억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