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바 던의 위로
마르바 던 | 김병국 역 | 이레서원 | 336쪽 | 14,000원
몇 십 쪽만 읽으면 다 읽는 건데..., 그렇지만 포기했다.
얼마 전 아는 분들을 만나 식사와 교제를 나누었다. 만나러 가는 중, 읽고 있던 <마르바 던의 위로>가 그분들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삶과 시편 묵상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이라 느꼈다.
마르바 던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일들 한두 가지만 해도, 그녀의 삶은 버겁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의 삶에는 문제들과 고난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건강의 무너짐과 남편의 바람 등 갖가지 일들이 중첩되고 증폭을 일으키며 저자를 아주 괴롭히고 있었다.
그 속에서 저자는 시편을 묵상하며, 자신의 문제를 그 말씀 속에 투영했다. 고난은 사람을 감정적으로 몰아가기 쉬울텐데, 시편을 묵상하는 저자의 글은 감상적이거나 감정적인 접근을 넘어, 그가 대하는 말씀을 깊이 있는 묵상으로 이어간다.
종종 어떤 설교자가 세련되고 당장 마음을 찌르는 듯한 설교를 하지만, 실제 우리가 대하는 문제와는 어딘가 거리감이 있고 실제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 말씀을 묵상하되 현실에 그 말씀을 투영하지 못함에서 오는 괴리이다.
하지만 마르바 던은 자신을 압도하고 억누르는 문제들 속에서 하나님을 놓지 않으면서도, 하나님과 자신의 문제를 씨름함으로써 그 문제를 다시 들여다본다. 다윗을 비롯한 시편 기자들이 그들의 상황 속에서 겪었던 문제와 질문을 삶 속에서 재해석하고, 느낌을 통해 그 말씀을 자신에게 살아나도록 노력했던 것처럼 말이다.
각기 다른 문제와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시편 기자들과 마르바 던처럼, 자신의 문제를 살아서 자신에게 간섭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결국 내 자신도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그녀의 글을 통해 일말의 위로를 경험한다.
전철을 타고 만나러 간 이들도, 마르바 던과는 달랐지만 나름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거나 또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몇 개월 또는 몇 년만에 만나러 가면서 '어이 살까' 하는 생각으로, 마르바 던의 위로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싶었다. 책이 한 권이라는 게 아쉬웠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먼저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던 책이었지만 선물하고 돌아왔다.
저자는 시편 묵상을 하며 자신이 묵상하는 그 시점에서 겪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 속에서 하나님께 어떤 때는 한탄과 무너짐, 원망도 한다. 엇그저께 읽은 플래너리 오코너의 <현명한 피>는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결국 하나님을 거부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마르바 던은 비록 한탄과 원망어린 토로를 행하면서도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를 묵상하고 또 그 분이 자신의 문제에 어떻게 다가오시는지를 깨닫는다.
사실 저자가 이런 묵상을 통해 그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갑작스런 해결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백혈병의 치유라는 사건이 하나 등장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아니라 아는 지인의 응답이었고, 그녀의 문제가 실제적으로 해결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녀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저 위로자가 등장하거나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뿐이다. 사실 우리도 그러하다. 기도 응답으로 기적적이거나 놀라운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적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우리 앞에 여전히 버티고 있는 문제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모든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결국 주님이 오신 후 일어나겠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피할 길을 발견하거나 그 버거운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와의 씨름 속에서, 주께로부터 받는 것이다.
간만에 만난 이도 그렇게 버티고 있었다. 힘든 상황은 바뀌거나 해결된 것이 없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버팀으로 넘어짐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 있는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되었다.
물론 우리는 버틴다는 미명 하에 문제를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한 시간 후면 터질 시한폭탄을 두려움 때문에 그 폭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간다 해서 그 폭발이 안 일어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좀더 잘 버티라고 그 분들에게 그 책을 떠나보냈다. 내가 그 책을 통해 나의 문제를 해결해서도, 이 정도면 충분해서도 아니다. 아직 목마르고 가슴 한 켠을 누르는 묵직함과 불안의 흔적은 있다. 아직도 내 등과 가슴에는 꽂혀 있는 사람들에 의한 배신과 오해의 칼들도 있다.
하지만 나도 이젠 그래도 버틸 수 있기에, 아직 미진해도 좀더 버틸 수 있는 힘, 즉 하나님이 마르바 던을 통해 준 위로를 또 다른 이에게 전가했다. 하나님의 위로를 받은 이가 그 위로를 상처 입은 이에게 전할 수 있다.
나의 위로는 한계가 있고 한시적이지만, 그분이 내게 주시는 위로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음을 알기에 이미 그들도 알고 있겠지만 다시 그것을 직시하고 조금 더 힘을 얻도록 조금이나 도움을 주고 싶다.
당장 문제가 해결된 것은 없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살아있을 수 있고 살아 있어야 승리도 가능해지는 것이기에....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