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강대상을 옮겼나
톰 레이너 | 정성묵 역 | 두란노 | 216쪽 | 11,000원
책의 제목은 '은유'가 아니다. 베스트셀러 제목(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패러디도 아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어쩌면 그게 더 충격적이다.
"눈과 귀가 다 닫혀 있었습니다. 주일 아침에 웅성거리는 소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제 리더십에 너무 자신만만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중서부 250명 규모의 목사인 데릭은 기성 교회들의 변화가 어려운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변화는 방법론적이고도 점진적이었다. 그렇게 8년을 사역하던 중, 설교 시간에 성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던 마음에, 사용하던 강대상을 치우기로 결심했다. 관리인을 시켜 낡은 강대상 대신 새로운 스타일의 작은 강대상을 설치했다.
데릭은 이후에 벌어질 갈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 주간 많은 이메일과 전화가 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기존 강대상을 다시 가져오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고, 고민 끝에 돌아오는 주일에 전 교인 앞에서 사과하기로 결정했다.
다소 떨리는 마음으로 예배당에 들어섰다. 곳곳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예배당에는 긴장감이 가득했고 사방에는 매섭게 바라보는 눈이 가득했다. 하지만 강대상이 있던 자리를 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옛 강대상이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울부짖었다. "누가 내 강대상을 옮겼나?"
저명한 기독교 저술가이자 교회연구가로 본지에도 자주 칼럼이 등장하는 등 미국 5만여 교회의 성장과 쇠퇴를 조사한 이 '현장 보고서'의 저자의 처방은 무엇이었을까. "목사의 힘으로만 하려 기도하지 않은 것, 이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것, 소통하지 않은 것, 사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등이 데릭과 저자가 함께 찾아낸 문제였다. 그저 강대상을 바꿨을 뿐이지만, 성도들에게는 그냥 강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는 교회의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모든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들을 위한 이 책에서 그 8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①기도하기 ②현실 직시 ③동역자 찾기 ④비전 제시 ⑤관계 회복 ⑥지역사회 섬김 ⑦변화의 증거 ⑧실천하기 등이다. 풍부한 사례를 곁들여 변화를 이끄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저자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대한 수준으로 부르셨는데 그저 좋은 수준에 안주하는 것은 죄"라며 "하나님은 바로 이런 시대에 변화를 이끌 리더로 당신을 부르셨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