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가나의 유래
갈릴리 지역이라 함은 갈릴리 호를 중심으로 하부 갈릴리(평야 지대)와 상부 갈릴리(산맥과 고원 지대)로 나눌 수 있는데 크파르 가나는 하부 갈릴리 쪽에 속하는, 전형적인 팔레스타인 아랍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17세기에 크파르 가나는 바티칸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갈릴리 가나로 인정되었고 이 마을 주민들은 이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였으며 이곳은 기독교 성지 명부에 추가되었다. 고고학자 가운데 일부는 이 가나를 고대 이집트 아마르나 서신에 언급된 Kana와 동일시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4,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로마-비잔틴 시대(BC65-AD600)에는 큰 유대 지역사회가 있었고, 마물렉 왕조시대까지(AD1200-1571) 대부분의 주민들은 기독교인이었다. 아직도 유대인 공동체가 이곳에 있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들로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이 섞여서 살고 있다.
가나의 풍경
가나에 들어서면 상점들의 간판이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반반씩 나누어져 쓰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아랍인들이지만 1948년 이스라엘 독립 당시부터 이스라엘 지역에 속하여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아랍인들이라 자연스럽게 모국어인 아랍어와 지배언어인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교회 거리(Church street)를 찾아 들어가면 1886년에 세워진 성 조지 그리스정교회와 로마가톨릭 혼인교회가 나온다. 로마가톨릭 혼인교회는 1879년에 프란체스카 수도회가 터를 매입하였고, 1881년 물로 포도주를 만든 기념교회를 세웠다. 순례객들은 바로 6세기 교회 터 위에 새로 세워진 현재의 로마가톨릭 혼인교회를 방문한다.
정교회에 속한 사람들은 로마가톨릭 혼인교회를 지나 성 조지 그리스정교회를 방문한다. 그리스정교회에는 두 개의 돌항아리가 있는데 이 항아리를 바로 그리스도가 기적을 일으킨 돌항아리로 믿고 있다.
로마가톨릭 혼인교회에 들어가면 1층이 예배당이고 지하층이 초대교회의 터이며 지하 중앙에는 예수님이 혼인 잔치 집에 오셔서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셨다는 돌 항아리가 놓여있다. 여섯 개가 당시에 있었는데 지금은 오직 한 개만 남아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항아리는 단독으로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지 않았고 돌덩어리에 구멍을 판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주변의 돌들을 제거하고 돌을 파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약 80리터가 들어간다는 이 돌 항아리는 투박한 돌절구 형상을 하고 있다.
1층 본당의 정면에는 항아리 6개가 놓여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항아리는 질그릇 항아리이다.
성 바돌로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교회도 있는데 제자들 중 한 명인 성 바돌로매의 고향에 전통을 따라 지었다고 한다.
가나는 나사렛에서 북동쪽으로 10km(25리) 쯤 떨어진 곳에 있으며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다로 향하시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익히 아는 대로(요 2:1-11) 이곳은 예수님이 처음 표적을 행하신 곳이다. 그리고 나다니엘의 고향이기도 하며(요21:4) 왕의 신하의 아들 병을 고쳐 주신 곳이기도 하다.(요4 :46-54)
첫 기적의 의미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기적은 오병이어의 기적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예표하는 것을 해석되어 왔다. 이 첫 기적은 1. 그리스도는 우주만물에 주권이 있음을 보여주며(롬11:36), 2. 존재론적 변화를 암시하며(롬8:2), 3. 천국의 실상과 기쁨을 보여준다.(마22:1-14)
뿐만 아니라 장차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예표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고대로부터 흔히 포도주를 음료수처럼 마셨다. 보통 포도주는 ‘야인’이라고 하고 포도 주스는 ‘티로쉬’라고 한다. 성경 본문에는 야인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혹자는 생각하기를 처음 잔치에서 사용된 포도주는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야인이고 후에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것은 알코올 성분이 전혀 없는 티로쉬라고 한다. 그 이유는 마시고 취하는 야인보다는 마시면 기분만 좋아지는 티로쉬가 더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나에서 파는 포도주는 알코올 유무에 따라 두 종류다.
혼인교회 방문을 마치고 나오다 보면 여러 가게들이 포도주를 팔고 있다. 그 사람들 가운데는 무슬림도 있고 기독교인도 있다. 선물가게에서는 포도주를 맛보라고 순례객들에게 제공하는데 때때로 우리는 이곳에서 포도주를 한잔씩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가나를 방문하면서 깊이 생각하여야 될 것은 기쁨은 고난을 통하여 온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것은 곧 그리스도께서 흘리실 고난의 피와 나누실 몸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혼인 잔치의 기쁨은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하여만 들어갈 수 있음을 생각하여야 한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회당에 들어갈 때 손을 씻을 수 있는 장치를 회당 입구에 해 놓았다. 일종의 회당예배 참여를 위한 정결 의식인 것이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돌항아리도 유대인의 정결을 위한 물항아리로 사용된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피를 흘리셨고 그 피를 믿는 자는 더 이상 정결 의식을 행할 필요가 없다. 십자가의 피로써 모든 죄가 사함을 받게 된 것이다. 믿음이 없는 자는 아직도 손을 씻는 행사를 하여야 하지만 그리스도의 피를 믿는 자들은 영원한 하늘나라의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 있는 복을 받았음을 가나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