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센터’는 LA가 왜 세계적인 도시로 인정받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소입니다. 게티센터 는 LA다운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북쪽 브렌트우드 언덕 정상에 유백색의 건물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게티센터에서 내려다보는 LA메트로폴리탄의 전경은 아름다움의 극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모던한 분위기의 게티센터는 주변의 풍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만들어 줍니다. 1984년에 착공해서 1997년에 완공했으니 건축 기간만 13년입니다. 건물 외부를 싸고 있는 건축 자재는 유리, 에나멜로 표면 처리한 알루미늄, 그리고 화강암과 대리석의 중간 단계 정도쯤 되는 ‘트라버틴’이라는 이탈리아산 고급 석재가 주 자재입니다. 건축 비용만 13억 달러 정도가 들었다니 건물의 가치와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티센터 전시실에는 빈센트 반 고흐,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 드가, 폴 세잔, 에드바르트 뭉크, 램브란트 등 미술사에 보석처럼 존재했던 세계적 명장들의 작품 450점 정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은 석유재벌이었던 폴 게티가 평생에 걸친 수집품이며, 이후 폴 게티 재단은 계속해서 세계적 걸작품들을 수집 중에 있습니다. 2014년 뉴욕의 미술 경매에서 19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였던 에두아르 마네의 ‘봄’이라는 작품은 6천500만불에 게티센터로 낙찰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가의 미술작품이 450여점 이상 소장되어 있는 곳이 게티센터입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건축한 건물도 장관이지만, 이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역사적 걸작품들도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렇다면 게티센터 하면 무엇을 연상하게 될까요? 웅장한 건물일까요? 아니면 그 안에 소장된 미술작품일까요? 게티센터의 소개책자에는 건물이 아닌 그 안에 소장된 작품들이 표지에 올려져 있습니다. 건물 하나만으로도 LA를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라 여기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도 게티센터의 소개책자는 에두아르 마네의 ‘봄’, 렘브란트의 ‘군복 입은 노인’, 에드가 드가의 ‘기다림’ 또는 반 고흐의 ‘아이리스’ 같은 미술 작품이 정면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건물 가치도 거의 천문학적 수준을 자랑하지만, 실제로 게티센터의 가치는 건물보다 소장하고 있는 미술 작품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최고급 자재를 사용해서 지어진 웅장한 건물에 비하면 보기에 따라 별 것 아닌 것 같이 여겨질 작은 액자 속의 미술 작품들이 더 가치를 드러냅니다. 게티센터는 건물을 자랑하기보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자랑거리로 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무엇을 자랑거리로 삼아야 할까요? 사람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니 자랑거리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장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 자랑거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재력을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학력을, 어떤 사람은 명예를… 인생의 표지를 장식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분명합니다. “나의 인생 표지에 올려놓은 것은 어떤 것일까?”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되새겨 보아도 내 인생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십자가’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