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엔 참 참 반가운 분들이 교회를 방문하셨습니다. 15년 전쯤 지휘자와 반주자로 우리 교회를 섬기셨던 김성희 목사님 내외분이십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에 소재한 신평교회를 담임하고 계신데, 금번에 성도님 몇 분과 이쪽을 여행하실 기회가 있으셔서 우리 교회를 방문하게 되신 것입니다. 교회 뒷마당에서 함께 족구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생각해보니 벌써 15년이 흘렀습니다. 정말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나시기 전날 밤, 목사님 댁에 들러 함께 기도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졸업한 신학교엘 가고 싶다고 하셔서 추천서를 써드릴 때만 해도 '설마 그곳으로 가시겠나' 싶었었는데, 막상 입학 허가를 받고 떠나시게 되니 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시지만, 줄곧 음악만 하시던 분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전혀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하셔서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두 분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당시 마음이 여려 눈물이 많았던 서원이에게, "서원아, 잘 가~"라고 인사를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살아있으니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문득, 11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전립선 암 말기' 선고를 받으신 후에도 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자신의 암과 투병하시다 하나님께로 가신 아버님... 사실 저는 지금도 아버님의 죽음이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27살에 유학을 온 이후 줄곧 아버님은 한국, 그리고 저는 미국에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11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님이 바다 건너 어딘가에 살아계실 것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저의 상황을 통해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죽음이란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끝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버님이 사라져 버리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살아져 버리신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 옮기신 것 뿐이고, 살아 있으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전 13:12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희미하지만, 그 날이 오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저는 제 아버님을 뵐 것입니다. 돌아가셨지만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전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제가 예수 안에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꼭 다시 뵐 것입니다. 오랜 동안 못 뵈었지만 한국에 계셨던 김 목사님 내외분을 다시 만나 뵌 것처럼, 지금 천국에 계신 아버님도, 먼저 가신 우리 교우들도 모두 그렇게 다시 뵐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 부활의 소망을 붙잡고 모든 슬픔과 그리움들을 이겨낼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