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샤라 빌립보의 역사
헬라시대(BC322-BC165)에 이스라엘에는 많은 헬라문화가 들어와서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 중에 하나는 종교문화이다. 헬라사람들은 섬기는 신들이 너무 많아 “모른다”라는 이름을 가진 신도 있었다 한다. 헬라인들이 유일신을 섬기는 이스라엘에 와서 신전을 짓고 신들을 숭배하기 시작함으로 발생한 것이 유대교와의 충돌이었고 그 절정이 마카비 형제의 항쟁이다. 헬라는 유다 마카비 형제에게 패하고 이스라엘 땅에서 서서히 물러가게 되지만 신들을 섬겼던 장소에는 여전히 신들의 형상이 남아있게 된다.
오늘날에 바니야스(Banias)라 부르는 가이샤라 빌립보는 로마시대에 지어진 이름으로서 당시 로마황제 칭호인 가이샤라와 유대 분봉 왕 헤롯 빌립보의 이름이 결합하여 생긴 것이다. 지중해 연안에 있었던 로마 총독부 가이샤라와 잘못하면 혼동이 될 수도 있다.
헬라시대에 그 많은 신들 가운데 판 신(Pan, 목양 신)이 있었고 이곳에서 제사가 드려지므로 이곳의 지명이 파니야스(Paniyas)가 됐다. 파니야스는 후대에 아랍인들에 의해 바니야스로 변형되어 불리게 된다.
헬라사람들은 철학적으로 신들을 만들었지만 일부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였는데 이곳은 헤르몬 산의 눈과 비가 녹아 땅속에 스며들어 생긴 물 근원지의 출발점이다. 곧 요단강의 발원지중 하나인 것이다. 아마 물과 초장이 판 신전을 만든 주요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로마시대에 빌립보에 의해 거대한 로마식 도시가 건설되었고 이 지역의 중심 도시로서 빌립보 분봉 왕의 수도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위대한 신앙고백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더불어 어느 날 이곳에 도착하셨다. 맑은 물이 쏟아져 내려가고 햇살은 따뜻하게 비추는 그 날 한가로이 물살을 더듬으며 오후를 즐기려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갑자기 물으셨다.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 제자들은 어리둥절한 가운데 이렇게 대답한다. “주님에 대하여 사람들이 세례요한, 엘리야, 예레미야 또는 선지자 중의 하나라고 하던데요!” 아쉬운 대답에 주님은 재차 물으셨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인식이 아닌 제자로 가까이 따라다닌 너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밖에서 주님을 본 사람들이야 당연히 기적이나 병 고침, 권세 있는 말씀 등을 통하여 위대한 선지자 중의 하나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과연 제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따르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인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주님의 마음에 시원한 대답이 베드로를 통하여 나온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마16:13-20) 많은 신들이 섬겨진 장소에서 참 신이 누구이며, 많은 선지자가 오고 갔지만 진짜 하나님의 아들은 누구인가 하는 소위 기독론, 메시아론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교회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주님은 선포하셨다.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이 위대한 신앙고백도 개인의 능력으로 성취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마가복음은 8장 27절 이하에서 이 사건을 이렇게 조명하고 있다. 베드로가 “인자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을 붙잡고 “그리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간할 때 주님은 말씀하시기를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하시며 “누구든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라고 하셨다. 결국 앞서 베드로의 고백도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것은 단순한 고백 차원이 아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인자와 함께 고난을 받는 것이다.
베드로와 열쇠 두 개
누가 ‘왜 주님이 베드로에게 열쇠를 두 개 주었느냐’고 말하는 자들에게 답하기를 ‘한 개는 천국에서 매고 풀고, 하나는 땅에서 매고 풀기 위함’이라 한다. 어쨌든 사람들은 포장하기를 좋아하지만 주님은 진심으로 믿는 것을 좋아하신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베드로를 제1대 로마교황으로 섬기면서 어쩌면 예수님보다 더 섬기는 것같은 인상을 준다. 주님이 그 현장에서 분명히 말씀하신 내용을 기억하자. 베드로의 고백은 자기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다. 교회는 베드로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말씀 위에,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 자들 위에 세워진 것이다.
가이샤라 빌립보와 신전들
오늘날 바니야스는 이스라엘의 국립공원 중의 하나로 되어있고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순례객들은 주차장에서 내려 로마시대 유적 일부를 보며 물가로 나아가 판 신전과 제우스 신전 터 등을 둘러보게 된다. 신전 터에서 보는 시냇물도 아름답다. 너무 조급하게 장소들을 둘러보지 말고 천천히 말씀을 음미하면서 걸어보았으면 좋겠다. 조금 시간이 있다면 물가를 따라 폭포까지 내려가면서 로마도시의 모습과 십자군 시대의 등의 유적지를 보면 좋을 것이다.
판 신전과 로마 신전을 발굴한 사람은 테찌 마오즈 박사로 이스라엘 고고학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 판 신전은 높이가 40m, 길이가 70m 정도 된다. 절벽 중간에 바위를 조각하여 신전을 모양을 만들었다. 로마시대에는 판 신전 밑으로 제우스 신전을 만들어 이 지역을 신전 터로 계속 사용하였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구약시대에는 바알 갓(수 11:17), 바알 헤르몬(삿3:3)으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바알은 주인(lord)을 의미한다. 바알은 신의 우두머리인 엘 신의 아들, 또한 후계자이다. 가나안 사람들은 바알이 북방 하늘에 있는 높은 산에 보좌를 베풀고 가나안 신들을 다스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나안 사람들은 바알을 가리켜 하늘의 주(The lord of heavens)라고 불렀다. 하늘의 비와, 땅의 폭풍을 주관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천둥소리를 바알의 음성이라고 믿었다. 가나안 사람들은 바알이 세상에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가이샤라 빌립보를 떠나며
아무 것도 없는 절벽 틈 사이에서 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리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물의 질을 보전하기 위하여 손을 담그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은 이곳은 정말 이스라엘의 젖줄의 근원이다. 시원하게 내려가는 물들을 바라보며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오늘날 베드로의 후예들인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다시 회복되기를 기도해 본다. 이스라엘 가운데 예수님은 그리스도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들이 이 도시 저 도시에서 들불처럼 번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