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많은 물건들 중 귀하게 여기는 것이 하나 있는데 가족사진이다. 12년여 전에 찍은 사진인데 지난 12년 동안 여러 번 이사를 했어도 가장 잘 보이는 벽에 늘 걸어 놓았던 것이다. 그 만큼 기념이 되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진을 많이 찍었으나 유독 그 사진은 귀하게 여겨진다. 사진 프레임이 좋아서도 아니고, 사이즈가 커서도 아니다. 이전에 살던 언덕에 있던 집 앞에서 찍은 우리 다섯 식구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주 그 사진을 자세히 보는 순간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 색이 변한 것이다. 어떻게 20년도 안된 사진색이 변할까? 생각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처음에는 색이 변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실은 색이 변한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이 과거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 때 사진 찍기 싫다는 아이들을 야단치며 옷을 입혔던 기억, 웃음이 저절로 나오지 않는 가운데 웃겨 가며 사진을 찍었던 상황, 또한 사진 찍을 장소를 물색하다가 집 건너편 언덕 돌들을 배경으로 찍으면서 과연 잘 나올까 의심했던 생각이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아서 그 사진에 묻혀 있었다. 그런데 더욱 아쉬운 것은 가족들이다. 시집간 딸아이, 이제는 어른이 된 둘째, 얼마 있으면 대학으로 떠나갈 셋째, 그리고 이제 젊다는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우리 부부.... 많은 생각이 났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가족의 관계였다. 그만큼의 시간이 변하고, 사진의 색은 변해 가지만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정말 신기했다. 가족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변함없이 사랑하는 나의 아내였고 자녀들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난 사진이었어도 자세히 보니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 사진을 벽에서 옮기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을 것이다. 그 사진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라 아직도 사랑의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자녀 삼아주시고, 나를 그렇게 보시겠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의 사랑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믿음생활 중 경험한 많은 행복한 추억들을 굳이 과거로 몰아넣고 있었던 것이다. 색이 변해 버린 오래된 사진과 같이 여기면서 마음 한 구석을 작게 장식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며 그 식지 않은 사랑의 열정을 늘 나에게 퍼부어주신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고, 믿음으로 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증거다.
하나님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속지 말라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야고보서 1장 16-17절)는 말씀을 들려주시며 세상의 시간을 따라서 움직이지 않으신다고 하신다. 얼마나 고마운가? 얼마나 든든한가? 얼마나 행복한가?
만일 나의 믿음생활을 예수님과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말한다면 이전보다 사진 색이 흐려졌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더욱 많은 이야기거리가 그 사진 안에 있고, 더 깊은 사귐이 그 안에 있으며, 세상에 그 어느 것도 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축복의 약속이 그 사진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는 자들은 낙심하지 않는다. 후회하지도 않는다. 외로움도 없다. 방황도 이제는 끝이다. 예수님과 함께 찍은 사랑과 은혜의 증명사진이 나에게 허락 된 모든 행복을 말하기 때문이다. 할렐루야! 주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