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한국에서 살았던 기간의 2배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민 오면서 고민이 있었는데 한 가지는 ‘한국말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는가?’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에 가면 늘 햄버거만 먹어야 할 텐데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그러한 마음으로 미국에 와서 지난 36년여 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한국말은 더욱 늘었고, 햄버거 먹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도대체 내가 미국에 사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 있는 외국인 지역에 사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었다. 아마도 내가 살던 곳이 한국인이 많았던 지역이고 또한 한인 목회를 너무 오랫동안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후회가 되는 것이 있다. 마켓을 방문할 때마다 “이 많은 음식을 언제 다 먹어 볼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한 가지가 치즈인데, 그렇게 많은 종류의 치즈가 있지만 먹어 본 치즈는 아마 10가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교회 옆 마켓을 가서도 치즈 파는 곳을 늘 지나며 “한 번 새로운 것을 먹어 볼까?”하는 생각으로 다른 제품을 만져 보기도 하지만 다시 제자리에 놓고 나올 때가 거의 전부였다. 그 때마다 늘 생각나는 것이 있다. “나도 꽤나 먹는 것만 먹는구나!”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도 한 번 먹어 보아야 할 텐데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가 보다. 만일 그 맛이 이상하면 모두 버려야 한다는 두려움인 것 같다. 어떤 때는 “돈을 낭비하기 싫어서인가?” 생각도 했지만, 돈이 많이 있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언제 다 먹어볼까?”물론 전부 다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우리에게 풍부한 상황이 허락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남대문 제품을 고집한다고 한다면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며 살기보다는 나에게 익숙한 36년 이전의 입맛 가운데 늘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늘 새로운 마음으로 살라고 말씀하시지 않는가?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부어 넣으라고 하시지 않았는가? 새로운 것이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적어도 하나님의 말씀과 주시는 은혜는 늘 새로운 부대와 같은 팽창되어도 터지지 않을 주머니와 같은 좋은 마음에 부어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과거 나의 목회사역을 돌아 볼 때에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쌓여 있을 때가 많았던 것을 알게 된다. 2세 사역을 할 때에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만한 믿음을 위하여 가르치고 도전한 것보다는 변화의 두려움 가운데 말씀을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다시 고민해 본다. 세상에 오셔서 제자들과 함께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보다는 내가 먹어 본 것만을 고집하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새로워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매주 옷만 바꾸어 입고 살아가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언제 다 그 맛을 볼 수 있을까?” 그 크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맛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36년 전 생각에 고정되었다고 한다면 나는 2017년에는 맞지 않는 사람일 것일 것이다. 바리새인들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나는 지식이 풍부하고, 사역에 많은 경험이 있는 품질 좋은 바리새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예수님의 옷자락을 뒤에서 몰래 만지며 12년의 혈루병에서 나음을 받고 구원을 받은 그 사람과 같은 감격으로 동네를 뛰어다니며 일하며 복음을 전할 것인가? 결정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나님은 “이제는 우리가 얽매였던 것에 대하여 죽었으므로 율법에서 벗어났으니 이러므로 우리가 영의 새로운 것으로 섬길 것이요 율법 조문의 묵은 것으로 아니할지니라”(로마서 7장 6절)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언제 다 먹어보려느냐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형식과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딱딱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배설물로 여기고 이전에 먹어보지 못한 순전한 젖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고 그 은혜 가운데 푹 젖어서 살아가자. 그 때에 후회 없는 믿음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