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하니 어릴 때 돼지고기를 구워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후에 알았지만 아버지께서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자라온 환경이 그러니 나도 일부러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은 일은 더더욱 없었다. 착한 소만 평생을 잡아먹은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있었던 교회 야외모임에서 삽겹살 구이를 너무나 맛있게 먹고 언젠가는 나도 집에서 구워먹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후 마켓에서 물 좋은 삼겹살을 넉넉히 구입해 냉동실에 넣었다. 얼마 후 삼겹살이 있다는 것이 기억나서 그날 구워서 먹게 되었다. 그때 시간이 밤 10시 30분이었다. 보통 다른 것도 먹을 시간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예전에 먹은 그 맛이 생각나 아내에게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어떨까? 물었다. 아내는 후라이팬에 삼겹살을 바짝 구운 후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서 그릇에 올려놓았다. 또한 품질 좋은 소금과 후추 가루 그리고 아끼는 진짜(?) 참기름을 섞어서 주었다. 그날은 식사기도도 아주 간단히 한 것 같다. 그것을 소스에 찍어 먹은 순간 내 마음은 금방 제주도에 가 있었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그 날 이후 얼마간 이틀에 한 번은 같은 시간에 삼겹살을 구워먹게 되었다.
그런데 돼지 삼겹살이 언제나 그 맛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 다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한 가지는 꼭 밤 10시가 넘어서 먹어야 한다는 것과 두 번째는 “이렇게 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먹어야 맛이 난다는 사실이다. 먹을 때는 좋았으나 원치 않는 배가 점점 불러오는 일로 결국에는 그 시간에 먹는 것을 피하기로 했다.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먹는 것을 비유하여 많은 말씀을 주셨다. 떡을 통하여 생명을, 잔을 통하여 언약을, 물을 통하여 깨끗케 됨을 말씀해 주셨다. 삼겹살을 통한 말씀은 하시지 않았지만, 내가 먹은 맛난 삼겹살만큼 이나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사모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을 기대하며, 찬양하고 헌신하는 시간을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알고 기다리는가? 스스로 질문을 해 본다. 삼겹살이 맛있어서 10시 이후에 밤참으로 먹으려고 시간을 기다리는 것과 같이 하나님을 소망하며 은혜를 사모하는가?
하나님을 사모하는 것이 입으로 넣는 삼겹살보다도 못하다고 한다면 분명 무언가 믿음 생활이 잘못 가고 있는 것이다. 예식과 형식에 휩쓸려 나의 본능에서 호소하는 영적인 목마름을 무시하고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맛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몸이 따라왔지 마음은 전혀 하나님 앞에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갓난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그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베드로전서 2장 2절)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서 열심히 구워먹는 것과 같이 나를 살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늘 묵상하며 내가 그 말씀을 잘 먹어야 살 수 있다는 분명한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 밤 10시가 넘어 먹어야 맛이 난다고 한 것 같이 밤 10시가 넘은 그 시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은혜 받기에 가장 맛난 시간이라고 여기며 그것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는 결단이 있을 때에 믿음이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말씀을 잘 먹어야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나에게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언제인가? 시간을 정하고 먹고 잘 소화할 때에 건강한 믿음의 사람이 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