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간다. 며칠 지나면 이제 2016년 달력의 남은 한 장을 떼야 한다. 그러면 2016년은 영원한 과거로 묻히고 만다. 해마다 그런 느낌이지만, 한 해 끝자락에 서면 왜 그리 아쉬움이 많은지. 후회스러운 게 떠오르는지. 아마 인생이란 그러면서 만들어져가는 존재인 것 같다.
한 해를 떠나보내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 사람.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성공했다고 자부한 사람, 그러나 이미 몇 년 전 우리 곁을 떠난 한 사람. 지금쯤은 잊혀지고 있는 그 사람. 애플의 전 CEO이자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 이야기다.
인터넷에 소개된 자료인데, 한 번쯤 되새겨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는 1955년 태어나 2011년 췌장암 때문에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진 암은 수술로 치유할 수 있었단다. 그런데 그는 수술을 거부했다. 이유는? 자신의 신체를 여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런 방식으로 영적인 것을 위반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란다.
어떻게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해 월터 아이작슨에게 물었다. 그는 잡스와 이 문제를 놓고 수 차례의 대화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잡스는 수술 대신 영적 치료와 대체 의학 같은 것들을 의존했다고 한다.
9개월 후 잡스는 가족과 친구들의 권유로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암세포가 그의 몸에 퍼진 후였다. 잡스는 암 치료를 받을 때까지도 그 질병의 심각성을 경시했고, 결국 수술을 늦춘 그의 결정에 대해 후회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병상에 누워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남겼던 메시지는 이랬다고 한다.
"나는 사업에서 성공의 최정점에 도달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 삶이 성공의 전형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일을 떠나서는 기쁨이라고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부(돈)라는 것은 내게는 그저 익숙한 삶의 일부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병석에 누워 나의 지난 삶을 회상해 보면,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위의 갈채와 막대한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잃고 그 의미도 다 상실했다. 어두운 방안 생명 보조장치에서 나오는 큰 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낮게 웅웅거리는 그 기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죽음의 사자의 손길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이제야 깨닫는 것은 평생 굶지 않을 정도의 부만 축적되면, 더 이상 돈 버는 일과 상관 없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돈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되어야 한다. 그건 인간관계가 될 수도 있고, 예술일 수도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꿈일 수도 있다. 쉬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비뚤어진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바로 나같이 말이다.
부에 의해 조성된 형상과는 달리, 하나님은 우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성이라는 것을 모두의 마음 속에 넣어주셨다. 내가 평생 벌어들인 재산은 가져갈 도리가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사랑으로 점철 된 추억뿐이다. 추억! 그것이 진정 부이며 그것은 우리를 따라 오고 동요하며 우리가 나아갈 힘과 빛을 가져다 줄 것이다. 사랑은 수천 마일 떨어져 있더라도 전할 수 있다.
삶에는 한계가 없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라. 오르고 싶은 높은 곳이 있으면 올라가 보라. 모든 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렸고, 우리의 결단 속에 있다. 어떤 것이 우리에게 가장 힘든 것일까? 그건 '병석'이다.
우리는 운전수를 고용하여 우리 차를 운전하게 할 수도 있고, 직원을 고용하여 우리를 위해 돈을 벌게 할 수도 있지만, 고용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내 병을 대신 앓도록 시킬 수는 없다. 물질은 잃어버리더라도 되찾을 수 있지만, 절대 되찾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삶이다.
누구라도 수술실에 들어갈 즈음이면 진작 읽지 못해 후회하는 책 한 권이 있는데, 이름하여 '건강한 삶 지침서'이다. 현재 당신이 인생의 어떤 시점에 이르렀든 상관없이, 때가 되면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을 맞게 되어 있다. 예외 없이 반드시. 가족을 위한 사랑과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귀히 여겨라. 자신을 잘 돌보기 바란다. 이웃을 사랑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가 한 후회 속에 나의 후회가 담겨져 있지 않은가? 그가 한 고백이 내가 해야 할 고백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마지막 달력을 넘기기 전에, 우리도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 한 해를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살아온 인생이었는지? 잘못 산 인생인지? 달려온 방향에 문제는 없었는지? 나 때문에 누군가 울고 있지는 않았는지? 조직과 공동체에서 내가 할 역할은 제대로 수행했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쳤는지?
언젠가 마지막 주님 앞에서 결산하고 평가받아야 할 날이 다가올텐데, 그날 주님께 어떻게 평가될지.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찬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받을지? 그래서 얼굴을 못 들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지?
부끄러워도 지금 부끄러워야지, 그때 부끄러움을 당해서는 안 된다. 후회를 해도 지금 후회해야지, 그날에 후회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가와 판단 자체가 어렵다. '남'이 나를 잘못 평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나'도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남'을 평가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장점이나 잘한 것은 낮게 평가하고, 단점이나 허물은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한편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장점은 확대하고, 단점이나 허물은 축소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정확하게 판단하고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님이 마지막 날 종말론적 심판을 하실 때는, '작은 일'에 어떻게 했는지를 보신다. 많은 사람들이 대단하고 중대한 일에만 치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주님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라고 말씀하신다. 세상 사람들을 웃게 하기 전에, 가족들을 웃게 만들어야 한다.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전에,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상을 알차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주님을 웃게 만드는 날도 중요하지만, 내 주변에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용두사미처럼 살아가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사람들이 그립다.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끝날 즈음에 가면 사람들이 별로 남아 있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질주하는 사람들이 외롭다.
주님은 끝까지 충성하는 자를 찾으신다. 한때 미친 사람처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꾸준히 믿음직스럽게 섬기는 사람이 중요하다. 한때 기도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꾸준히 새벽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한때 열심히 봉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꾸준히 있는 듯 없는 듯 섬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마지막 달력을 떼기 전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2017년을 향해 힘차게 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세상을 떠나 주님 앞에서 최종 심판대 앞에 서서 최종 평가를 받기 전에,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중간평가를 잘 해서, 마지막 주님 앞에서는 활짝 웃을 수 있는 '착하고 충성된 종'이 되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