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한국 드라마 등으로 북한 주민에게 전하는 소비 욕구로서의 자유는 결코 그들을 만족하게 해줄 수 없고 채워줄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매년 4만 권의 성경을 북한에 보내고 있는 한국순교자의소리(VOMK, Voice of the Martyrs Korea)가 6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사람들이 성경을 혼자서도 쉽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조선어 스터디 성경 양장본'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기독교도연맹(현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발간한 북한 공식 성경인 '성경전서'(공동번역 평양교정본)를 성경 원문으로 사용하고, 위클리프 미션 어시스트(Wycliffe Mission Assist)의 '쉬운 영어 스터디 성경'(Easy English Bible)의 주석과 단어 사전 등을 북한어로 번역해 함께 실었다.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체코,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VOM 지부의 후원으로 발간된 이 조선어 스터디 성경 양장본은 오는 12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VOMK 사무실에서 탈북민과 북한 사역 담당자들에게 1인당 1권씩 무상 배부한다. 북한 사역에 참여하는 교회나 비영리단체, 선교사들이 다수의 성경책이 필요할 경우, 사전 연락(02-2065-0703) 후 이메일이나 홈페이지(www.vomkorea.kr)로 간략한 신청서를 받아 작성하면 제공받을 수 있다. 북한선교용으로만 제작됐기 때문에 개인 소장을 원하는 한국인은 1권당 2만5천 원의 북한선교 후원헌금을 내면 구매할 수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가르쳐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VOMK CEO인 에릭 폴리 목사는 조선어 스터디 성경 출간 동기에 대해 "지금 남한의 인권단체, 기관들은 USB나 SD카드에 K-POP, 한국 드라마 등을 넣어 보내어 '정보화'를 통해 북한을 '개방'시키고자 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북한 주민에게 전하는 자유는 소비자로서의 자유로, 그 갈망을 채워준다고 해서 진정으로 그들을 만족하게 해줄 수 없다. 이는 북한에서 노예로 살았던 것과 다른 종류의, 이미 아주 많은 한국인이나 미국인을 괴롭히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노예가 되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억압받는 소비자며, 자유란 자신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고, 한국 드라마 속 배우들이 선전하는 상품, 유명 브랜드 의류, 성형 수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 등을 소유하고 추구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북한 주민에게 성경만이 진정한 자유를 주며 무한대로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임을 알려주기 위해 조선어 스터디 성경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에릭 폴리 목사는 또 "성경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것에 가치를 두고, 모든 이를 깊은 존중과 보살핌으로 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성경에서 말하는 자유는 사람에 의해 빼앗겨지는 것이 아니며, 어떤 나라에 있다고 자유가 주어지거나 빼앗기는 것도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조선어 스터디 성경 발간 목적이 "북한 사람들이 교회로 와서 멤버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가 무엇인지 전적으로 이해하고 발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정부가 주는 자유가 아닌, 그리스도가 주는 자유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구교회 헌금으로 진행된 성경 발간 사역, 한국교회에 도전 주길"
VOMK 대표 폴리 현숙 박사는 "우리는 2005년부터 중국과 북한에서 사용하기 위해 조선어 신약성경을 전달했으며, 2007년부터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들이 늘어나자 '세기의 력사'(2006), '조선어 성경: 연대기 성경'(2008), '조선어 성경'(2008), '남북대조성경'(2014), '조선어/쉬운 영어 대조 스터디 성경'(2015)을 발간했다. 또 매년 4만 권씩 풍선에 담아 북한에 보내는 포켓형 조선어 이야기 성경을 출간해왔다"며 "이번 조선어 스터디 성경이 성공적으로 나오기까지 큰 역할을 해주신 많은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성경 원문으로 사용한 '성경전서'(공동번역 평양교정본)는 대한성서공회가 1977년 발간한 공동번역 성경을 대본으로 삼고, 요녕성기독교협의회와 요녕성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가 1982년 발행해 조선족 동포 사이에 반포한 성서(성경전서 개역 한글판 1956년 복사본)를 참고해 북한의 문화어 표기법에 따라 표현을 일부 다듬은 것이라며, 성경 언어학자들과 세계성서공회, 탈북민 당사자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조선어 버전 본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수에 참여한 최순진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는 "감수에 관여한 교수들이 복음주의 신학을 배경으로 한국교회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분들로, 많은 과정을 거쳐 주석이 신학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VOMK 이사 이광희 평택대학교 피어선신학대학원 교수는 조선어 스터디 성경에 대해 "복음적인 교수님들이 감수하여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성경을 쉽게 이해할 뿐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잘못된 사조가 들어가지 않도록 전반적으로 잘 완성됐다"며 "단순히 북한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본연의 인간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위해 성경책을 발간, 배포한 것이 아주 적절하고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일이 유럽교회, 미국교회 등 서구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 돌아보고, 한국교회에 도전을 줄 수 있기 원한다"고 덧붙였다.
VOMK 이사 김용수 동대문반석교회 목사는 "이 책은 북한 사람들을 위에서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철저히 그들의 마음과 형편을 살피고 필요를 알아서 다가가는 섬김의 마음에서 나온 사랑과 정성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VOMK, 북한교회와 남한교회 이해 돕는 종이 될 것"
마지막으로 에릭 폴리 목사는 "남한 사람들이 생각할 때 북한 사람들은 항상 뭔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본다"며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것은 북한 사람들이 뭔가를 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창조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나온 조선어 스터디 성경도 북한 출신 기독교인들이 아이디어를 주고 함께 번역작업을 하는 등 열심히 일한 결과"라며 "VOMK가 운영하는 탈북민 학교에서 제자양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이미 전 세계 북한 사람들에게 성경을 보내는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 이것이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자유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훨씬 더 가치 있는 자유를 발견한 북한인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VOMK는 그동안 북한선교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교회와 남한교회가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종이 되고자 한다"며 "북한 사람들을 남한교회에 보내는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는 이 사역에 전 세계 교회가 다 같이 하나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2003년 설립된 한국순교자의소리는 전 세계 어디든 북한 사람들이 발견되는 곳에 직접 혹은 훈련받은 북한 사람들을 보내 복음을 전하고 있다. 북한 내 주민과 탈북민, 해외 북한 노동자, 탈북 난민 등을 대상으로 이들을 위한 성경 암송과 다양한 형태로의 성경 전달, 매일 90분씩 성경말씀을 낭독하는 라디오 단파 방송 사역, 성경을 풍선에 넣어 북한에 보내는 사역, 제자양육훈련 등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북한 사람들을 위한 조선어 큰글자성경도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