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목사(팰리세이드교회)
김성민 목사(팰리세이드교회)

왜 이렇게 바쁜지 서로 만나도 바쁘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위로의 인사가 되지 못하게 되었다. 바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지만 모두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보니 전화 통화도 간단히, 만남도 간단히, 공부도 간단히 추려서, 빠른 길, 빠른 성공 등.... 모두가 바쁜 세상에 물들어 있다. 나도 결코 다르지 않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느긋한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조금 시간이 남는 것 같으면 불안한 증세까지 생기게 되니 큰 문제다. 나의 하루를 생각해 보니 아침에 준비를 하고 나가는 것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것저것을 하고 여기저기를 다녀 목적 달성을 하지만 행복했노라고 생각이 되지 않으니 이 또한 문제다.

그러다가 하루는 아내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교회를 갈 적이 있었다. 짧은 10분의 시간이었지만 그 10분 동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전화를 하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고, 이메일 답장을 하려고 해도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밖을 내다보면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때에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집에서 교회까지의 길가에 공원이 2개, 미국의 역사를 위하여 오랫동안 특별히 보존해 온 집들이 2채, 사슴들이 늘 지나가는 길이 2 곳, 기차가 다니는 길, 교회 1곳, 자전거 길, 온갖 꽃들과 나무들, 자신의 정원을 가꾸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 뛰노는 아이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참으로 즐거운 길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전까지만 해도 내 눈에는 40마일이라는 표지판과 반쯤 가다보면 바뀌는 35마일이라는 표지판 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만큼 열심히 법을 지키며 운전했다는 말이 될지는 몰라도 너무나 주위에 널려 있는 아름다움을 버리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 놓친 것이 많았다는 것을 알고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 비록 천 년의 갑절을 산다 할지라도 행복을 보지 못하면 마침내 다 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뿐이 아니냐...”(전도서 6장 6절)라고 하신다. 진정한 행복은 나의 열심만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가시는 길을 따라가는 것인데 나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나 보다. 진정한 행복은 하나님이 하시도록 나의 삶을 내어 드리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을 지켜보며 감사하는 것인데 나 중심의 생각과 목표 달성 위주의 생각들로 가득한 마음 때문에 길에 속도 표지판만을 보면서 잘 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평가와 불평, 불만으로 살아 온 시간이 너무나도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행복한 것들을 많이 허락하셨다. 내 주위에 있는 나무와 꽃들을 포함한 자연이 그렇고, 나에게 주신 가족과 그 외의 관계들이 또 한 가지이며, 새롭고 놀라운 것들을 많이 두셔서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하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아름다움이다. 하나님을 비껴가고,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삶을 살면 보이지 않겠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며 말씀을 늘 묵상하고 하나님의 때를 따라 사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모두 열어주셨다. 정지할 줄도 알고, 돌아볼 줄도 알며, 생각할 줄도 알고, 천천히 그리고 빨리 달려갈 줄도 아는 성도는 하나님의 이 아름다운 역사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가을이 되었다. 가끔 조수석에 타고 길을 가는 것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