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통계를 들지 않더라도 현대 교회가 각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런 위기들은 교회 지도자들과 또 그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도 대다수가 동감할 것이다. 미국의 한인 신학교육이 처해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본지는 미드웨스턴침례신학교(mbts.edu)의 박성진 학장과 이 문제를 놓고 대담했다. 미드웨스턴은 미국 지도의 정중앙에 있는 미주리 주, 캔사스 시티에 있다. 미주리 주는 백인이 83%, 흑인이 11%에 아시안은 2%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미국 중서부 지역이다. 미국 한복판 백인 지역에 있는 미국 신학교에서 아시아부 학장을 맡아 한국과 아시아의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박 학장은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회(SBC) 6대 신학교의 학장들 가운데 유일한 한인이기도 하다. 그는 달라스신학교에서 신구약학으로 Th.M. 학위를 받았고 히브리유니언칼리지에서 고대근동학과 비교셈족언어학으로 M.Phil.과 Ph.D.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구약학 복음주의 학술지인 JESOT(Journal for the Evangelical Study of the Old Testament)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각종 학술지에 이스라엘과 우가릿 종교와 구약 해석학, 그리고 맛소라 학파의 강세 관련 논문을 주로 기고하고 있는 신진학자다.
-한국교회나 미주 한인교회 모두 교세 감소나 대사회적 신뢰도 하락 등을 체감하고 있다. 이 정도면 위기라 진단할 수 있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19.4%에 불과할 정도로 타 종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지난 5년간 이 신뢰 수준은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5년간 불교와 천주교는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개신교만 유일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비판받는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교회도 퓨리서치 등의 자료를 보면 주요 교단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남침례회 역시 지난 8년간 성도 수가 감소했고 지난해에만 20만 명이 감소했다. 미주 한인교회의 성도 수 증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가 없긴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한인교회 역시 성도 수가 감소하는 추세로 갈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성도 수 감소 때문에 한인교회가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왜 성도들이 감소하는가에 대한 원인과 경향을 분석하는 일이다. 또 한인 소형교회들이 직면하게 될 재정적인 압박이나 2세 교육에 대한 어려움 등의 문제는 한인교회가 발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 위기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
위기는 해결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한인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신학교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목회자의 신학교육과 성도들의 신앙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신학교는 현 교회의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목회 현장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와 신학생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신학의 위기보다 우선 신학교 자체의 위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주신학교협의회(ATS, 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의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미국 신학교의 학생 숫자가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2008년 경제 위기로 인해 신학교의 학생 숫자가 감소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이미 2003년부터 학생 숫자는 감소하고 있었고 2008년의 경제 위기에도 감소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신학교의 학생 숫자가 감소한 이유는 경제적인 요인이 주가 아니라 2000년 초부터 미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닥쳐온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000년 초부터 종교적으로는 만연해 가는 다원주의의 영향으로, 사회학적으로는 낙태나 동성애 등의 첨예한 문제로, 그리고 과학적으로는 진화론적 논의로, 기독교가 견지하는 절대적 가치관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물론 정치나 언론도 이에 한몫을 했다. 미국 복음주의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신학자들이 이들 문제에 대한 성경적 답변과 대안을 제시해 왔지만, 교회 밖의 사람들은 과거에도 많이 들어왔고 원론에 그치는 답변으로 치부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다. 종교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거나 테러나 일으키는 극단 세력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전반적인 추세를 한인 신학교는 아직 따라가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이는 한인교회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신학을 견지하고 있고 복음에 대한 열정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년내에 한인들의 신학교 진학률도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한국의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의 감소가 결국은 미주 한인교회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한인 신학교는 이에 대해 잘 준비해야 한다.
-신학교가 봉착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첫째는 한인교회는 현재도 다양한 도전 가운데 있고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도전에 노출될 것이다.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에 대해 도전은 지속될 것이고, 성도들의 교회 출석 빈도와 새신자의 등록은 감소할 것이다. 또한, 한인교회에서 자라나는 세대는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이 세대는 서로 간의 소통도 이전 세대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한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신실한 일꾼으로 키우는 것은 1세대 위주의 교회에는 매우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미국 신학교 내 한국어 과정이나 한인 신학교는 한인 목회현장에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어야 한다. 결국,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성경적 교회론의 확립과 문화적 적용’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를 비롯한 한인교회는 대형교회의 모델을 답습하는 성장 위주의 교회론을 견지해 왔다. 이것은 성경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교회성장론은 자본주의적 교회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 안 된다. 신학교는 목회자들에게 바른 교회론을 가르쳐야 하고, 각자의 사역환경에 최적화된 교회모델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감사한 것은 최근 대형교회보다는 중소형교회에서 건강하게 사역하기를 소망하고, 성도의 수보다는 사역의 질을 중요시하는 목회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학교는 바로 이런 목회자들을 잘 도와 한인교회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둘째, 신학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위해 존재하며 그의 나라를 위해 사역을 한다. 이 모든 사역의 중심인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질 높은 신학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신학교가 히브리어나 헬라어 과목을 줄이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신구약 각 권의 석의적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며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복음적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바로 가르쳐야 한다. 신학교육의 질을 포기하면 이단의 세력에 기회를 주게 되고 세상 문화에 준비된 성경적 답변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상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은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최근 ATS로부터 정회원의 자격을 얻는 한인 신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셋째, 지난 10년 동안 미 고등교육위원회(Higher Learning Commission)의 화두는 온라인 교육이었고 앞으로도 온라인 교육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많은 한인 신학교가 온라인으로 신학교육을 하고 있는데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교육은 혁신적이다. 더구나 다양한 기술이 온라인 교육에 도입되면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공부하는 것 같은 효과도 있기에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교육방법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온라인 교육의 취지가 살아난다. 한인 신학교의 교수들도 미국 유수 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들이 많기에 질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커리큘럼을 제도화하고 규격화하는 것도 필요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철저히 따르도록 격려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교수들의 연구 활동도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 신학교들이 앞다투어 한국어 과정을 열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최근에도 몇 개의 신학교가 한국어 과정을 새롭게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신학교가 한국어로 신학 과정을 개설해도 좋은가에 대한 논의는 이미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이라서 미국 신학교가 영어로만 신학 과정을 개설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모든 학문은 모국어로 공부할 때 가장 명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듯이 신학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미국의 주류 신학교가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데는 찬성한다.
하지만 왜 최근에야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신학교의 학생 수가 감소하며 발생한 재정적 위기에 대한 타개책으로 한국어 과정을 열고 있다면, 이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과정 가운데, 경쟁이 과열될 것도 분명하지만, 이는 차선적 문제이다. 무엇보다 한국어 과정이 급조된 것이 아닌, 얼마나 질적으로 잘 준비되었는가가 중요하고, 신학교 내부적으로 한국어 과정의 교수들과 미국부 과정의 교수들이 신뢰와 소통의 관계를 갖고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상호 간의 신뢰와 소통이 없이 재정적 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개설되는 한국어 과정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어 신학 과정을 개설한 미국 신학교가 40여 군데가 넘는다. 하지만 상당수가 한국어 과정을 도중에 포기했을 정도로 뿌리가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고자 하는 신학교에 한 가지 조언을 드리면 한인교회의 문화와 정서에 정통한 사람을 임용하라는 것이다. 한인교회의 문화와 정서에 정통해야 한인교회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할 수 있다.
-미국 주류 신학교들이 한국어 과정뿐 아니라 다민족이나 중화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이것이 한인들에게 미칠 영향은?
미국 주류 신학교들이 다민족이나 중화권으로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학위 과정을 개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다. 특히 중화권은 정치적으로 아주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있고 몇 년 전에 미국 주류 신학교 하나가 중화권에 학위 과정을 열었다가 크게 낭패를 당한 적이 있어서 이런 사정을 아는 신학교들은 더욱 꺼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미국 신학교가 다민족이나 중화권으로 선교학적인 차원에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믿는다.
다민족이나 중화권은 경제적으로 미국보다 미약한 나라들이 대부분이기에 실제로 학위 과정을 개설한다고 해도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장학금 지원이나 등록금 인하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 하기에 재정을 오히려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 과정과 동일한 등록금을 받는 한국어 과정을 개설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학교가 한국어 과정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과정, 루마니아 과정, 중국어 과정을 선교적 차원에서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신학교육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않고는 이에 바탕을 두는 성도들의 신앙 훈련에도 한계가 있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선교적 과제이다. 한인교회도 선교적 교회를 지향한다면 이런 선교적 차원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학교육을 마친 목회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신학교에서 볼 때 요즘 젊은 목회자들이 목회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대형교회 부목사를 거쳐 담임으로 청빙 받는 것이 대세였다면 요즈음은 중형교회 청빙도 어렵다고들 한다. 저는 교회의 상황이 어려울수록 새로운 교회들이 나타날 것이라 믿고 있는데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팀 사역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 개척에 관심이 많다. 혼자서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은사에 따라서 한 교회에서 함께 사역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식이 되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성경적으로 건강한가, 주변의 문화와 대응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가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최적화된 목회 모델, 교회 개척 모델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연구가 마치면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것이다. 교회가 숫자적으로 감소하는 시대적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지라도 교회로서의 정체성과 신뢰성을 회복한 건강한 모델을 통해 한인교회가 질적으로 부흥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