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식 박사
(Photo : 이대웅 기자) 최현식 박사는 책에서 “사명은 믿음과 통찰력 위에 세우신 집과 같다”고 말했다.

<다시, 사명이다>의 저자 최윤식·최현식 박사는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에서 함께 일하고 있으며,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목회자이기도 하다. 최윤식 박사는 <2030년 부의 미래지도> 등을 저술한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로 잘 알려져 있고, 최현식 박사는 아시아미래교회연구소 소장을 맡으며 기독교계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전편에 이은 최현식 박사와의 인터뷰.

-한국교회는 1960-70년대 부흥기에 시대를 주도하고 앞서 나갔지만, 지금은 끌려다니는 형국입니다. 미래에도 그러할까요.

"미래준비학교가 그런 부분에서 하나의 대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미래준비학교에서 나누는 콘텐츠들은 100대 기업 CEO나 임직원들이 주로 듣는 내용입니다. 세상에서도 관심이 있고 원하는 콘텐츠이지요. 교회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를 열어주면 좋지 않을까요. 잘 사용하면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질문에 답하자면,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변화의 전환점이 필요한데, 그 때까지는 힘들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100년 넘는 교회가 몇 곳이나 됩니까. 지금은 변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교회 정치구조부터 신학교까지, 변화에 도전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살아 계십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를 이대로 두시진 않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이것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이미 '직업'을 가진 분들이 사명을 재생산할 수도 있나요. 그런 에너지가 남아 있을까요.

"그런 부분에서 바로 영적 측면이 필요하고, 교회가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신중년(60-75세)들을 비롯해 지금 은퇴를 앞둔 분들은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셨던 분들입니다. 같은 연령대 여성들에 비하면 신앙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영적으로도 고갈 상태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왜 부르셨는지 성찰하고 훈련하는 부분들이 부족해서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교회가 이 분들을 위해 할 일이 있습니다. 정년퇴직, 구조조정, 명예퇴직 등으로 좋든 싫든 이제까지 했던 일들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일들이 닥치기 전에 먼저 영적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분자를 세우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각성할 수 있는 영적 훈련 말입니다. 더불어 현실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을 병행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요. 교회가 현실 사회에서 신중년들을 위한 '회복 무브먼트'를 이끌면 좋겠습니다.

사명은 신중년에게도, 청년들에게도 동일하게 중요합니다. 신중년에게는 말씀드린 대로 50여 년을 더 살아야 하니 '제2의 사명'이 필요하고, 청년들은 지금의 환경이 사명보다 먹고 살기에 급박하기에 그게 하나님 원하시는 삶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다시, 사명이다>는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 1>과 겹치는 부분들이 꽤 눈에 띕니다.

"강연차 전국 교회를 다녀보니, <한국교회 미래지도 1·2>의 단점이 발견됐습니다. 분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지요(웃음). 그래서 다 읽지 못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은 철저히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썼고, 이해하기 쉽게 <미래지도 1·2> 내용들을 곳곳에 압축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은 미래준비학교를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에, 교재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시나리오는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습니다. 달라지는 게 아니라 수정·보완을 하는 것입니다. 미래는 현실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화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를 전문용어로 옵티마이징(optimizing)이라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미래를 준비하려면 당연히 '다음 세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다음 세대 사역을 위해 '딱 한 가지'를 조언하고 싶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다음 세대 사역자들 사례비를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미니멈 사이즈에서 최대 효과를 얻으려면, 주일학교 사역자들이 사역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경제적인 일로 고민할 시간에 사역에 집중할 수 있고, 다른 일은 정리하고 주일학교에 올인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교회 사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이라고 봅니다. 1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과 2-3번 만나는 것은 다르겠지요. 프로그램으로 승부하려 하지 말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에 최대한 충실했으면 합니다. 사역자들도 교회학교를 '담임목사가 되는 과정'이나 '이력 점프의 징검다리'로 여기지 말고, 사명감을 갖고 맡겨진 사역에 임하면 좋지 않을까요.

원론적 이야기이지만, 원론이 답입니다. 1년간 재직하더라도 마음가짐까지 올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가 사역자들에게 1년 만에 200% 성장을 원하는 건 아니니까요. 한 사람을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시키길 원할 것입니다. 교회들도, 사역자들도 성장보다 성숙을 추구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슬람'을 매우 경계하고 있는데요, 한국 내 이슬람의 미래는 어떠하리라 예측하십니까.

"급진적이진 않더라도, 지금보다 성장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일단 이슬람은 기독교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밀어붙이는 부분도 있지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을 때 '구제'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새로운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한국 사회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지 않을까요. 전 세계적으로도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변수 중 하나는 한국교회의 세속화가 어디까지 진행되느냐입니다. 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슬람은 급진파와 온건파가 있는데, 지금 테러는 급진파의 위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고 온건파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슬람 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터키에서 보듯, 쉽게 볼 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이슬람 전문가는 아니지만, 진입 장벽이 낮다는 말은 율법적 측면에서 기독교보다 수월하다는 의미입니다. 교회는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슬람은 주말에 모스크에 가지 않고 집에서 기도만 해도 됩니다. 지금 교회는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이들이 들어가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이웃종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종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다시, 사명이다

-미래 한국인들은 어디에서 '결핍'을 느낄까요. 이것이 하나의 '전도 접촉점'이 될텐데요.

"외로움과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기계화 사회가 된다는 것은, 쉽게 말해 혼자 있어도 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최근 한 은행에서 재택근무 제도를 발표했는데, 지금은 가족들 돌보고 육아 하면서 부모를 모실 수 있어 좋지만 혼자 해도 된다는 것은 굳이 사람을 만나거나 어울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 없다는 뜻도 됩니다.

돈이 전부인 시대는 계속될 것이기에,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상호 작용을 한다 해도, 인간 고유의 감성으로서 외로움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교회가 얼마나 영적으로 보듬어줄 수 있느냐에 대한 숙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대비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경제가 어려우니 맞벌이가 계속되고, 예측대로 간다면 2020년대 중반 또 한 차례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으니 더 벌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텐데, 그러면 자녀들이 방치되고 혼자 있는 외로움을 겪을 것입니다. 청년들도 일자리 감소에 대한 상실감이 생길 것입니다.

신중년들은 은퇴 후 경제적 활동을 못 하게 되면서 '삼식이'로 상징되는 갈등과 외로움이 나타납니다. 4차산업은 생산수단의 변화로 이어지고 부의 불균형 분배가 불 보듯 뻔하기에, 소외되고 아파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교회가 이들을 품을 준비도 해야 합니다."

-책에는 '통일이라는 변수'도 소개돼 있는데요.

"2천만 북녘 동포들과 함께해야 할 통일 문제가 있습니다. 통일 후 남한 기독교와 북한 기독교가 섞일 수 있을까요. 지금도 쪽복음 들고 기도하시는 20-30만 지하교회 성도들이 있다고 합니다. 신앙적 측면에선 그렇지만, 신학적으로는 다양한 사상이 수용된 남한에 비해 50년 전 그대로일 것입니다. 그런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 남한 기독교는 세속화의 문제도 있지요.

통일이 됐을 때, 남북한 기독교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한쪽에선 '이단적 색채가 있다'고, 한쪽에선 '타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해방과 6·25 후 신사참배와 부역 논란을 겪었습니다. 북한에 있는 기독교인들과 남한 이단들 사이의 미묘한 갈등도 생길 수 있고, 이슬람이나 다양한 이단들이 통일 후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교하고 싶어도,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갈증이 심할 때 물을 마시면 끝없이 들어가는 것처럼, 북한도 갑자기 자유가 주어지면 남한보다 더 빠르게 세속화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교회도 한국처럼 저출산 고령화, 빚과 세속화의 문제에 부닥칠 것입니다. 세속화는 오히려 더 빠르지요. 중국이 그렇게 됐을 때 내버려두는 것은 먼저 복음화된 한국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대안을 만들어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연합하여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가칭)미래준비위원회'를 가동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