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본부장 소강석 목사)가 1일 오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퀴어축제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본부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좌장을 맡은 이날 좌담회는 소 목사의 인사에 이은 이병대 목사(동성애에이즈예방연구소 부소장),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이용희 교수(에스더기도운동 대표), 김지연 약사(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대표)의 발표, 홍호수 목사(서울광장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사무총장)의 발언과 소 목사의 평론,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시민단체 주도의 반대운동
먼저 이병대 목사는 "이제 한국교회 동성애 조장·확산 저지운동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퀴어집회에 맞대응하는 식의 반대집회는 오히려 사회에 '한국교회가 동성애자들을 핍박한다'는 오해를 심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결국 임기응변식의 맞대응을 넘어, 시민들과 언론들을 일깨워 우리의 주장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론과 국민을 깨우는 홍보 위주의 장기적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맞대응 외부집회는 교계 연합단체가 아니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는 시민문화운동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시민들과 언론들도 직접적인 교회의 반대운동에 대한 저항감이 누그러지고, 동성애 조장의 사회적 폐해와 에이즈 확산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여론 형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법의 '성적 지향' 문구
이어 조영길 변호사는 국가인권위법 제2조 제3호의 내용 중 '성적 지향'이라는 문구가 "동성애를 법으로 조장하고 동성애 반대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이 문구의 삭제를 촉구했다. 국가인권위법의 해당 조항은 차별금지 항목 중 하나로 '성직 지향'을 포함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국가인권법상 '성적 지향' 문구의 삭제 운동을,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운동과 동일하게 한국교회의 핵심 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삭제 지지 서명운동'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개정안 발의 운동 전개'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성애 지지 세력들은 장기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으로 동성애에 대한 법적 보호와 제도화를 추진했다"며 "한국교회도 이를 막는 활동을 장기적으로, 또 종합적이면서도 치밀하게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긴급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
◈대응의 국제적 연대
이용희 교수는 한국교회가 대책을 세워야 할 동성애 관련 쟁점을 △군 동성애 반대 △초·중·고 교과서의 동성애 옹호 및 미화 관련 내용 삭제 △국가인권위원회 제2조 제3호의 '성적 지향' 문구 삭제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이런 일들을 성공적으로 펼치기 위해 국제적 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이를 비판할 경우 형사 처벌하는 국가는 약 20개지만, 동성애에 대한 비판이 자유로운 국가는 약 120개, 동성애를 처벌하는 국가도 약 80개"라며 "따라서 동성애 찬성:반대를 20:1이 아닌 20:200의 구도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권보도준칙
끝으로 김지연 약사는 우리나라 '인권보도준칙'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언론이 미국질병관리본부와 WHO(유엔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통계를 바탕으로 남성 간 성관계자의 건강 실태나 질병 상황을 그대로 인용할 경우, 이는 인권보도준칙을 어기는 것이 된다. "인권보도준칙이 성소수자를 특정 질환과 연결해 기사를 써서 보도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동성애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인용의 자유조차 없는 엄청난 언론 통제국가"라며 "동성애와 질병의 관계를 통계에 근거해 인용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 이는 인간의 건강 혹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좌장을 맡은 소강석 목사는 "한국은 동성애 문제로 엄청난 국민 간 갈등을 겪고 있다. 동성애는 교회의 생태계를 깨뜨릴 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며 "동성애자들은 인권이라는 탈을 쓰고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열었다. 여기에 한국교회는 힘을 모아 반대해 왔다. 이제는 그 방향을 점검하고 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