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전과 다르게 더 이상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의 많은 역사 속에서 복음적인 교회는 그렇게 존경을 받지 못했고, 핍박받는 것은 평범한 일이었습니다. 사도 베드로도 초기 기독교인을 향해 적대적인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전략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동유럽 벨라루스에서 제3세대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드미트리 라주타 목사가 방한해 24일 서울 마포대로 한국순교자의소리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벨라루스 민스크 진리의빛교회 담임이자 민스크 신학교 교수로 재임 중인 그는 1990년대 초 교회가 법적으로 금지됐을 당시 미등록 개신교인들과 함께 교회 개척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복음적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재직하며 4개 교회를 더 개척했다. 민스크 문화학관, 밴쿠버 리젠트대학 졸업 후 기독교 연구로 석사학위를 수료했으며, 벨라루스 기독학생회 개척자, 기독교인 문화잡지 설립자로도 활동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교회에 대한 낮은 사회적 신뢰와 대중적 위상이 사실은 교회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극심한 핍박과 완전한 종교 자유의 중간인 '압제 상태'가, 교회로 하여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영적으로 깨어 있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교회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적대감은 교회 내부의 윤리와 도덕 실천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비방과 핍박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베드로 사도는 초대교회를 향해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 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라"(벧전 4:12)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에게 계속 주 안에서 살도록 격려하고, 적대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전략을 알려주었다. 그 전략은 바로 '복음적 삶'이다.
라주타 목사는 "초대교회의 최대 전략은 담대함과 일관된 겸손, 그리고 교회와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을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그리스도를 선포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이 단순히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파해 250년 만에 로마 제국 내 아주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자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사람들을 위해 옳은 일, 의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겸손이 있어야 한다"며 "어떤 사람이 당신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 그것이 거짓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삶을 살라고 했던 한 철학자의 말처럼, 베드로의 권면을 이해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 가운데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제 상황' 속에서 성장해 온 벨라루스 교회
"벨라루스에서는 삶을 헌신하는 신실한 기독교인들을 피를 나눠 마시고 집회에서 성적 유흥을 일삼는 이단·광신도로 봅니다. 그러나 이것은 100% 거짓말입니다. 왜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거짓말을 할까요. 먼저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거짓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경험한 것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벨라루스에서도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극심한 박해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복음적 기독교인들은 경찰들의 눈을 피해 가정에서 예배드려야 했고 성경은 법적으로 금지됐다. 모임이 발각됐을 땐, 참석자들이 법정에 끌려가 벌금을 부과받고 목사들은 감옥에 갇혔다. 드문 사건이지만, 하루는 라주타 목사가 숲에서 청년회 모임을 갖다 발각됐는데, 한 형제가 도망을 가다가 경찰이 쏜 총에 폐가 관통된 적도 있었다. 복음적 기독교인은 학사 학위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이러한 극심한 핍박의 시기는 충성스러운 교인들을 양산하지만, 전도와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가 성장하기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이 가진 모든 열정과 노력을 교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데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경험한 적도 있었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합법적 교회로 인정받았을 때였다. 그러나 다수의 좋은 교회 지도자는 정부의 유혹에 넘어가, 복음을 전하는 대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교회는 존경받았지만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런 자유의 시간이 빨리 끝나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라주타 목사는 말했다.
지금은 22년간 지속되는 독재 정권에 의한 '압제 상태'로, 복음적 교회가 성장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를 맞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벨라루스에서는 교회가 공식 승인을 받기도, 예배를 드리기 위한 공간을 얻기도 매우 힘들다"며 "지난 20년간 땅을 구입해 교회 건물을 지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당장에라도 집에서 모이는 교회를 중단시킬 수 있으며, 정치적 발언을 즉각 문제시한다"며 "그러나 이 기간 교회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영적으로 깨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에는 인구의 80%가 정교회를, 10%가 가톨릭을 믿는데 대부분 명목상 신자다. 복음적 개신교인은 4%라고 하지만, 3%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 명목상 교인이며 1%만 신실한 복음적 교인이다. 명목상 기독교인들이 부활절·성탄절 때만 교회에 나오는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고 한다. 벨라루스의 복음적 기독교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가장 빨리 성장했고, 지금은 전처럼 빠르게 성장하진 않는다. 한 교회에 평균 150여 명의 성도가 있고, 매년 40명 이상이 세례를 받는다. 최근에 새로운 교회가 늘어나는 이유가 젊은 신자들 때문인데, 이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교회와 사회의 가치에서 공통점 찾아 제대로 실천해야
9년 전부터 사람들을 내보내 교회 개척 사역에 집중하고 있는 라주타 목사는 "대학생들을 초청해 성경공부도 매일 하고 전도에도 힘쓰고 있다. 기증받은 수천 권의 기드온 성경도 배포했다"고 말했다. 라주타 목사의 교회는 방 4개짜리 작은 집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계속 성장하여, 4개의 교회를 더 세우고 13개 이상의 교회가 벨라루스 주변에 세워지도록 도왔다. 지금은 러시아에 새 교회 개척을 도우려 한다.
그는 "한국사회는 기독교인을 이단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불신도가 높아가면 베드로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적용된다"며 "한국사회가 볼 때 기독교인이 종교적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선하고 좋은 일을 한다고 느껴져야 하며, 그러려면 교회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에서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의 경우 고아 입양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입양 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고, 라주타 목사 자신도 두 명의 쌍둥이 고아를 입양해 6년간 키우고 있다. 또 복음적 목사들은 벨라루스의 게으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일할 것을 권면하고, 알코올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금주운동과 재활센터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아직 교세가 열악해 미국 서부의 교회들에게서 후원을 받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는 "지난 수 년 동안 한국교회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치지 못했고, 받는 신뢰도 굉장히 낮다"며 "라주타 목사의 말처럼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신뢰와 인기가 없는 것이 오히려 성장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폴리 현숙 박사는 "한국교회가 보여주기식 봉사 및 구제활동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그리스도의 성품에 바탕을 두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