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하원에서 지난 16일 '종교의 자유' 법안이 통과한 후 미국 사회가 또 들썩이고 있다.
이 법안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종교적 신앙에 따라 목사가 동성결혼식 주례를 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고, 교회나 종교시설 등 신앙에 기반을 둔 단체들이 자신들의 신앙과 어긋나는 행사에 자신들의 시설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으며 종교 단체에서 신앙이 다른 사람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성경에 근거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죄로 보는 기독교인들이 이런 자신의 신앙에 따라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해도 처벌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지아주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이 조지아주 상원과 하원에서 채택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회원 130만명의 조지아 침례교의 선교위원회 로버트 와이트 목사는 "성경에 따라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간 결합으로 믿는 기독교인의 신앙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의 이른바 '종교의 자유' 법안이 마련된 것은 조지아가 처음이 아니다. 아리조나, 인디애나, 아칸사스 등에서 주의회를 통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채택되었고 캔사스, 루이지애나 등에서는 주지사의 행정명령으로 유사한 내용의 조치가 이뤄졌으며 연방차원에서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연방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공화당의 폴 래브다도 하원의원(아이다호)와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은 지난해 이른바 '수정헌법1조 보호법안'(First Amendment Defense Act)을 발의했다.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가 보호되도록 하자는 이 법안은 종교에 기반한 학교와 단체들이 자신들의 신앙에 따라 동성애나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그에 상응한 조치를 해도 정부로부터 비영리기관으로의 세금면제 지위를 박탈당하는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래브다도 하원의원과 리 상원의원은 지난해 4월 연방대법원에서 열린 구두변론을 근거로 이 법안을 추진했다. 당시 사무엘 엘리토 연방대법관은 도날드 벨리리 연방법무부 차관에게 종교에 기반한 대학이 자신들의 종교에 따라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조치를 할 경우 세금면제 지위가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질문했는데 벨리리 차관의 답은 "Yes"였다.
미국에는 29,000여개 유치원, 초중등학교, 1,700여개의 대학 등 30,000여개의 종교에 기반한 학교들이 있는데 대부분 기독교 학교들로 국세청(IRS)으로부터 세금면제 지위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샘 브라운백 캔사스 주지사는 캔사스에서 성직자나 종교단체가 신앙에 따라 동성커플들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도 정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재임 중 비슷한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루이지애나에서 신앙의 양심상 동성결혼을 반대해도 정부로부터 어떤 처불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법안들과 행정명령이 나오는 이유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신앙적 이유로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들을 차별했다며 처벌받는 경우가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워싱턴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바로넬 스투츠만은 2014년 3월 한 동성커플이 자신들의 결혼식에 꽃을 제작해달라는 주문하자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간의 신성한 결합으로 믿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주 검찰은 스투츠만이 고객을 동성애자라고 차별했다며 법원에 고소했고 그녀는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콜로로다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잭 필립은 2012년 7월 두 명의 남자가 자신들의 동성결혼식에 쓸 케익을 주문하자 자신의 기독교 인상을 이유로 거부했다. 동성커플은 필립을 법원에 고소했고 2014년 12월 법원은 필립이 동성커플을 성적성향으로 차별했다며 케익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한다고 판결했다.
뉴멕시코에서 사진사로 일하는 엘라인 휴주닌은 2006년 2명의 레즈비언이 자신들의 결혼식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거절했고 고소를 당해 법원에서 역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했다며 벌금형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에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기독교 양심상 거부해서 처벌받은 사례들이 실제로 생겨나면서 미국 기독교인들은 신앙 양심상 동성애를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조지아 침례교의 선교위원회 로버트 와이트 목사는 "자신의 종교적 신앙에 따라 생활하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교계는 교회에서 동성결혼식이 열리는 것을 거부하거나 목사가 동성결혼 주례를 거절할 경우 동성애자들을 차별했다며 처벌받을 수 있고 기독교 학교가 동성결혼을 반대하면 세금면제 지위가 박탈당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신앙을 이유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할 경우 처벌받지 않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주 차원에서 법적인 보호수단을 만들자는 것이 조지아 등에서 마련된 '종교의 자유'법안이다.
하지만 이 노력들은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인디애나주에서는 지난해 4월 비슷한 내용의 종교의 자유 법안이 의회에서 채택되었다. 당시 이 법안이 채택되자 미국 주요 대기업들은 물론,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등 스포츠단체들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유명인사들이 이 법안은 동성애자들을 차별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마이크 펜스 주지사(공화당)은 신앙적인 이유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이지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이 법안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등 압력이 거세지자 결국 인디애나 주의회는 종교의 자유 법안은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권리를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으로 수정했고 펜스 주지사는 수정된 종교의 자유의 법에 서명했다.
비슷한 법안을 마련했던 아칸소도 주지사가 같은 날 비슷한 내용으로 수정된 종교의 자유의 법에 서명했다.
아리조나에서도 지난해 2월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아리조나 주의회는 가게의 주인들이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 동성커플들에게 장사를 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그러자 제인 브루너 아리조나 당시 주지사의 법안 서명을 앞두고 동성애자 권익단체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터져나왔다.
교회 등 종교기관 달리 모든 사람들을 상대하는 가게나 기업체들이 동성 커플들에게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2015년 아리조나에서 수퍼볼을 열 계획이었던 프로미식축구 협회도 그 법안을 거부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수퍼볼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브루너 주지사는 그 법안을 거부했다.
이번에 조지아에서도 동일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법안이 주의회에서 채택되자마자 나탄 딜 조지아 주지사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특히, 기업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델타 항공, 구글, 홈디폿, 코카콜라, 포르쉐, 웰스파고 은행,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등 480여 기업들은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은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악법'으로 조지아의 특징인 다양성과 포용의 원칙을 훼손하고 여행자 및 회의 유치 감소 등으로 조지아에 경제적 타격을 준다며 딜 주지사는 거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풋볼협회(NFL)는 딜 주지사가 이 법안을 거부하지 않으면 조지아의 주도인 아틀란타에서 2019년과 2020년 수퍼볼이 개최될 가능성은 사라진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지아에 기반을 둔 프로 풋볼팀을 물론, 프로 농구팀, 야구팀 등도 이 법안은 거부되어야 한다며 성명까지 발표하고 있다. 디즈니 등 영화사도 이 법안이 거부되지 않으면 조지아에서 영화 제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 미국인들의 과반수 이상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있고 이미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에서 합법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기독교 개개인들이 처벌을 각오하고 동성결혼을 반대하며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것인가? 이에 따라 미국이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에 따라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 기독교 핍박국이 되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