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대화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열린대화마당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김경원 목사, 이하 한목협) 제32차 열린대화마당이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나(2)?'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대화마당에서는 기장과 한목협 차원의 500주년 기념사업을 점검했으며, 종교개혁의 역사적 배경을 살폈다. 한목협은 지난 1월 14일 같은 주제로 루터회와 예장 고신·합동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해 청취했었다.

주제발제에 앞서 김경원 대표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목협은 창립 이후부터 시대정신을 읽어내면서 한국교회가 서야 할 곳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에는 지난 대회마당의 연장선상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동시에 어느 때보다 종교개혁과 같은 교회와 목회자들의 본질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열린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한국교회 개혁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열린대화마당에서는 정병식 교수(서울신대)가 '종교개혁의 배경: 중세 후기 교회와 신학적 정황, 면죄부', 이재천 목사(기장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가 '기장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 김원배 목사(한목협 상임회장)가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나'를 차례로 주제발표했으며, 이후 한목협 신학위원장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사회로 열린 대화가 이어졌다.

정병식 교수는 "중세 후기는 14-15세기 스콜라 쇠퇴기로, 정치적으로 한 왕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민족국가가 대두했고, 사회적으로 시민계급과 민족의식이 고조됐으며, 사상적으로는 오캄(William of Ockham)의 유명론(Nominalismus) 및 민중경건운동의 대두로 중세 전성기의 종합이 와해됐다"며 "중세의 와해는 곧 교황청의 몰락을 의미했다. 5세기 '교황(Pope)'이라는 종교적 절대권자의 부상으로 시작된 중세의 교회적 특징도, 그 교황의 몰락으로 끝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병식 교수는 "16세기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타락한 중세 기독교에 대한 거부이자 새로운 틀 짜기였다. 다시 말해 제도·전통·성서와 무관한 교회의 삶, 그리고 인간 권위 중심적 중세 기독교를 거부하고, 성서와 하나님의 은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교회 형성이었다"며 "그 직접적인 촉매는 참회에서 보속의 행위(Satisfactio operis)를 대체해 주는 기능을 가진 면죄부(indulgentia)였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95개 면죄부 반박논제'를 통해 종교개혁을 불러 온 루터는, '십자가 신학(theologia crucis)'을 통해 인간의 공로와 업적 즉 가시적인 것에 토대하여 비가시적인 하나님을 표현하려던 중세교회의 '영광의 신학(theologia gloriae)'을 거부함으로써, 중세교회의 거대한 신학적 구조를 뿌리채 흔들어 놓았다"며 "신학적 통찰을 통해 참된 복음과 교회의 사명을 알리려는 측과, 제도와 권력을 방패로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측과의 싸움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루터 신학의 핵심은 칭의론으로 귀결되지만, 종교개혁은 결코 칭의론 발견에서 그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은총과 신앙을 통한 칭의'를 말하면서, 동시에 칭의의 복음이 올바르게 선포되지 않는 중세 교회의 갱신을 시도했다"며 "새로운 틀로서 프로테스탄트의 등장은 올바른 교회를 염원한 종교개혁의 필연적 결과이자, 역사 속에 반복하여 등장한 개혁 패러다임의 전형적인 실례"라고 평가했다.

기장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을 소개한 이재천 목사는 "기념사업은 한국교회의 거듭남을 위한 회개운동의 계기로 삼고, 한국교회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하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개혁의 원리와 방향을 연구하고자 한다"며 "지역교회의 발전에 필요한 지원 과제를 종교개혁 전반을 범위로 삼아 연구하고, 교회를 재조명하는 신학운동을 견인하고 세계교회와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기장 총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회와 협력 연구사업을 통해 루터회와 장로회의 예배, 루터회와 세계 교회의 직제, 각 교단 조직과 운용 시스템 등을 비교 연구하고, 독일교회 디아코니아 사업을 연구하고 교류할 계획이다. 또 2016년 10월을 시작으로 신학연구소 '종교개혁과 교회의 미래'를 출간하고, 내년까지 연 2회 종교개혁 신학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참 믿음의 역사: 종교개혁 신앙의 유산 시리즈' 교육교재도 출간하고, 목회자를 위한 연구 자료집이나 설교 자료를 지원하며, 노회·시찰 협력사업과 청년회 지원 협력,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종교개혁 이야기집, '세상을 살리는 그리스도인' 교재 시리즈 등을 준비 중이다.

이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을 한국교회의 회개와 갱신 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과 내용을 연구 중"이라며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을 오는 2019년 삼일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김원배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원배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원배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눈앞에 두고, 한국 기독교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위도 옆도 보면서 우리가 제대로 된 곳으로 가고 있는지 방향과 그간의 족적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천년왕국 신라가 망한 이유로 '사찰과 승려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도 매년 313개 신학교에서 15,000여 명의 목회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매년 신학교에서 양산되는 부실한 목회자 문제를 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가올 재앙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위기와 개혁의 절박성을 분석할 때,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위치를 지키지 못한 삶이 그 이유로 여겨진다"며 "특히 목회자가 목회자의 위치를 지키지 못하고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한국교회 위기의 근본 이유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한국 기독교가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한국교회를 명실공히 대표할 수 있는 연합기구를 창출시켜, 이를 통한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며 "이 연합기구는 목회자가 되는 기준의 통일과 더불어 목회자 생활비의 평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각 교회가 천차만별로 지급하고 있는 사례비의 평준화를 통한 정의 실현 없이는, 연합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