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은 옷이 아니고 몸매라고 이야기합니다. 품이 넓은 옷으로 복부비만을 감출 수도 있고, 긴소매로 팔뚝 살을 살짝 덮을 수는 있어도, 그것은 임시방편이고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감춰두었던 살들은 비집고 나오기 마련입니다. 결국, 필요 없는 지방은 태우고 필요한 근육은 채워 멋진 몸매를 만들 때 내가 원했던 패션이 완성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자아 존중감, 즉 자존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때론 미소로, 때론 회피로 우리의 모습을 감추지만, 우리 안에 건강한 자존감이 없는 한, 갈등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의 연약한 부분들은 부적절한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건강한 자존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멋진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자기과시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도 아니고, 긍정적 자기암시로 정신건강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건강한 자기 사랑을 기반으로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수행하기 위함입니다. 낮은 자존감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하기가 어려우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인식 없이는 삶의 목적을 발견하는 것 역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 더 분명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만큼 그리스도인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절대적입니다.
그렇다면 자존감이란 무엇일까요?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긍정적인 가치 즉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입니다. 사람들은 두 가지 면에서 자신을 평가합니다. 첫째는 자기가치감(Self-worth)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입니다. 먼저 자기가치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기가치감은 자신의 역할이나 조건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며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의 죄성에 대한 인식을 기본바탕으로 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해 역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자존감 이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자로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회복되고 새로워진다는 확신이 기반이 되는 자존감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자기가치감이란 자신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며, 용서와 구속의 은혜를 받을 만한 피조물로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요소인 자기효능감은 스스로 상황을 극복할 수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기대를 말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표현하자면 자신감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자기효능감은 행동을 선택하거나 추진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어떤 과제에 대해 자기효능감이 낮으면 그 과제를 회피하고, 어떤 과제에 대해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적극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 여기려고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자신이 삶에서 마주하는 도전에 맞서 기본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는 한 높은 자존감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한 자존감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이제 그리스도인들이 자존감에 대해 갖는 편견과 오해들을 더불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자존감을 자신에 대해 갖는 무조건적인 자기 긍정의 최면 같은 것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한 자존감은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는 것입니다. 삶의 경험들을 통해 갖게 된 열등감이나 죄책감, 수치심으로 인해 자신을 향해 갖게 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자존감에 대해 갖는 또 다른 편견 중 하나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될 때도 있습니다. 자기사랑은 이기심과 다릅니다. 자기사랑은 자신과 타인의 필요들을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돌보고 보호하는 능력을 통해 상대를 양육하고 보호하는 것이 자기사랑입니다. 상대방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자리로 나갈 힘은 자신에게 내어줄 것이 있을 때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약자로 보는 사람이거나 자아도취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 자신의 것을 하나도 내어놓지 못하게 됩니다. 또 다른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자존감을 강조하는 것은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자기부인’(Self-denial)과 상충되는 개념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는 ‘자기부인’을 ‘자기비하’(Self-degradation)로 잘못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부인’은 인간의 죄 된 욕구들과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기꺼이 벗어버리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거룩한 은혜와 능력이 내 삶 가운데서 역사하실 수 있도록 나를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자기부인’은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처럼 무시하고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 ‘자기비하’가 아닙니다. 결국, 건강한 자존감을 갖는다는 것은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근거된 자기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자기숭배의 자리에 앉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렌즈를 통해 나를 보고, 타인을 보고, 환경을 보고 또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내 마음의 렌즈가 깨어져 있거나 굴절되어 있으면 나 자신을 보는 시선부터 타인과 환경, 하나님에 대한 인식까지 깨어지고 굴절된 모습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건강한 자존감 회복을 통해 자아정체감을 발견하고, 확장되고 성장한 자아를 통해 타인을 만나며, 궁극적으로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관계인 하나님을 향한 영적 발돋움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