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타르 도하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이 열렸다. 한국은 숙적 일본과 결승전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였다. 우리 선수들은 전반전에 한 골을 넣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제 승리는 확정되는 것 같았다. 이미 축제를 위한 샴페인을 터뜨리는 찰나였다.
그런데 그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27분을 버티는 힘이 부족했다. 후반 21분부터 35분까지 내리 3골을 일본에게 내주었다. 상황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2:3이라는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쓰라린 역전패를 당한 한국 대표선수들은 글썽거리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고 있는 선수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그래도 괜찮아! 그만하면 잘한 거야!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게 뛰었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어! 정말 장하다! 본선에서 더 잘 뛰어 보자.'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한 이대호 선수! 그는 미국 프로야구 무대로의 진출을 간절히 바랐다. KBO리그 출신인 박병호·김현수 선수는 벌써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던 이대호 선수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애간장을 태우더니 며칠 전 드디어 시애틀과 계약을 마쳤다. 오랫동안의 꿈을 이뤘다. 그런데 그게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더구나 다년 계약을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게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도 됐을 게다.
그러나 그가 취한 태도가 멋지다. "나는 지금 가장 밑바닥에 있다. 올라갈 일만 남았고,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 그는 자존심을 접었다. 눈높이를 낮췄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메이저리거로 올라가겠다는 각오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그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지만 괜찮아.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지금까지 지켜본 이대호는 멋진 선수가 될 수 있어!"
한 장애인 소식지에 실린 감동적인 이야기다. 어느 날 일가족이 캠핑을 떠났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과속으로 달려오던 대형버스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두 딸을 잃었다. 아내도 전신마비를 일으키고 말았다. 아내는 2년 3개월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물론 회복되어서 퇴원한 건 아니었다.
퇴원 후에도 남편은 하루하루 아내를 위해 살아야 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파괴된 가정이요 가장 불쌍한 부부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행복합니다."
남편은 새벽 3-4시면 일어나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아내가 누운 자리를 바꿔 주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불평하기보다 감사한다. 그가 하는 사랑의 고백을 들어 보라.
"사랑이 없었다면 지쳐버렸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 3년 6개월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저귀를 갈아 주는, 엄마와 같은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사랑입니다."
아무런 소망도 없이 누워 있는 아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 소망이 없어 보여도,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고 있는 남편이 있으니 제발 힘내라"고.
다시 일어날 기약도 없는 아내를 위해 혼신을 다해 애써 간호하는 남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상에 그렇게 숭고한 사랑을 지켜나가는 당신은 최고의 삶을 살고 있다"고. "아무리 절망적인 것 같아도, 가족들의 정성스러운 돌봄이 기적을 일군 경우가 많노라"고. "하나님이 능력을 베푸시면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제발 절망하지 말고 힘내라"고.
혹시 이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아빠의 딸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해서, 좋아하시는 술 한 잔 함께 마셔 드리지 못해서, 먼저 안아 드리지 못해서, 사랑한다 말하지 못해서, 그리고 아빠라는 그 이름의 무게를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보라에게 존경하는 아빠, 덕선에게 친구 같은 아빠, 그리고 노을에겐 든든한 아빠가 되어 주었기에 그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명예퇴직을 한 아빠에게 덕선이 감사패를 낭독하는 장면이다. 명퇴를 하며 위축된 아빠는 한순간에 모든 걸 보상받는 심정이었을 게다.
먹고살기 위해 고향 땅 베들레헴을 등지고 원수 같은 모압 땅을 찾았다. 그곳은 풍요로운 땅이니까. 그런데 그곳에서의 10년은 처참했다. 갖고 갔던 재산을 다 날렸다. 남편도 죽었다. 두 아들도 다 죽었다. 손자손녀들도 없었다. 늙은 과부 하나와 청상과부 둘만 남았다.
희망이라곤 한구석도 찾아볼 수 없는 인생. 이제는 모압 땅에 더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다. 시어머니는 말한다. "얘들아, 이제 나는 고향으로 가련다.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이 우리 가족을 선대했으니, 하나님께서 너희를 선대하시길 바란다."
그러나 며느리들은 단호히 거절했다. "우리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래요." 물론 오르바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룻은 기필코 시어머니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은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생각하며 응원가를 불러 주었다. 한 마디 한 마디 불러 주는 응원가가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을까.
나오미에게 더 필요한 응원이 있었다. 하나님의 응원가였다.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고 괴로웠는데,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그 백성들을 돌보고 계셨다. 그리고 나오미를 돌보고 계셨다. 추수할 시기에 돌아온 것을 봐도 징후가 좋다. 기업 무를 자 보아스도 예비해 두셨다.
결국 다윗의 혈통으로 오실 메시아의 족보를 이루게 되었다. 나오미는 고통의 터널을 통해 인생의 유턴을 이루었다. 쓴 '마라'가 기쁨의 '나오미'로 변화시키는 전능자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나오미가 어떻게 느끼던 간에, 하나님께서는 나오미에게 응원가를 불러 주고 계셨다.
이번 명절에 만난 가족들이 웃을 만한 현실을 갖고 있는 건 아닐 게다. 풀리지 않는 사업에 지쳐 있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눈치를 보면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직장생활, 직장 다니랴 가사 돌보랴 아이들 양육을 신경 쓰랴 다중의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주부들.
놀이터에서 놀 생각도 못하고 이리저리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 대학의 문턱을 넘기 위해 밤잠을 지새우는 젊은이들, 아무도 뽑아 주지 않는 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취업준비생들,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형편이 따라 주지 않아서 엄두도 못 내는 우리 자녀들!
모두 애처롭기만 하다. 그래서 서로에게 응원가를 불러 주자. 이것저것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은 건네지 말고 격려하는 말만 건네 주자. 불쌍하고 처량하다는 눈초리도 주지 말자. 책임 추궁도 하지 말고, 실패와 실수에 대한 언급도 보류해 두자.
그저 용기를 주는 격려와 위로의 말 한 마디, 따뜻한 시선만 보내 주자. 말없이 어깨 한번 툭 쳐 주고, 축 처진 어깨 위에 부드럽게 손을 얹고 함께 걸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