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소장 우한별 목사)가 14일 저녁 서울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다양한 가나안 성도 사역을 위한 네트워크 세미나'를 개최했다. '가나안 성도'란, 신앙이 있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날 '가나안 현상에 대한 이해와 대안'을 제목으로 발표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최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인 중) 10.5%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대략 100만 명에 가까운 가나안 성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또 이 조사에서 드러난 가나안 성도의 특징을 종합하면, 이들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채 교회 밖에서 맴돌던 이른바 '명목적인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가나안 성도가 나타나게 된 '사회적 요인'에 대해 "포스트모던시대의 사람들은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은 따르지 않으면서,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영성은 추구하지만 더 이상 제도 종교에 소속돼 강요받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적 요인'에 대해 그는 "고학력자, 직분자,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목회자에 대한 불만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는 응답이 많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교회라는 틀 자체를 거부하기보다는 기성 교회에 대한 불만이 더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특히 "스스로 생각하는 기독교에 대한 관념이 기존 권위와 충돌할 때,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권위에 복종하기보다는 자신의 기독교를 스스로 구성하는 경향이 가나안 성도에게서 포착된다"며 "특히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교회에 대한 충성이 덜하고 교회를 쉽게 옮기는 경향이 있어, 기성 교회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교회를 옮기거나, 아니면 아예 자신들과 맞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기도 한다. 이것이 이른바 가나안 교회"라고 했다. 

그는 이런 '가나안 교회' 세 곳을 실제로 방문해 관찰하고, 구성원들의 생각을 직접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세 교회의 공통된 특징으로 △적은 수가 모여 공동체적인 환경에서 인격적 교제를 하고, 리더십 공유 △일상생활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 중시 △예배 후 설교에 대해 대화 등을 꼽았다.

정 교수는 "기성교회에서 설교 후 그 내용을 두고 토론을 하고 설교자에게 설교에 대해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라며 "이런 점에서 가나안 성도가 그들의 교회에서 설교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은 기존 교회 전통과는 사뭇 다르고, 그들의 신앙관과 교회관을 표출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특징이 자칫 기성교회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으나, 앞으로의 사회가 더욱 다원화될 것임을 감안할 때 교계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기성 교회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면 일종의 동질감이나 동류의식이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 지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나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스스로를 갱신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동체가 외부와는 단절된 채 안으로의 결속에만 집중한다면, '끼리끼리'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그리고 공공성과는 아무 관계 없이 공동체 자체가 사사화(私事化)될 수도 있다. 이런 종교성은 공적 책임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설사 그들만의 공동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공동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운동이 의미 있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확장된 공동체 개념과 좁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사회관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을 단순히 문제아 취급을 한다든지 불순종자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많은 성도가 과거와 달리 맹목적 충성을 하지 않고, 획일적 전체주의가 아니라 협의와 조정을 통해 공동체를 이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렇게 다양하고 높은 성도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나안 성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이날 우한별 소장이 '가나안 사역과 공동체를 위한 이해'를, 김정우 강도사(숭실대 법학 Ph.D.)가 '가나안 성도 공동체의 목회적 지향과 모델 제시'를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