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주제 특별포럼

▲동성애 특별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동성애 특별포럼이 7일 서울 동교동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와 현대기독연구원 공동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여러 발표자들 중 '성서적 측면'에서 '성경은 동성애를 어떻게 말하는가?'를 발표한 이민규 교수(한국성서대 신약학)는 "성경은 현대 동성애 논쟁이 원하는 자세한 정보들을 제공하지 않고, 성경에서 말하는 역사적 동성애 문화는 현대의 동성애 문화와 겹치는 부분도 많지 않다"며 "그렇다 해서 구약에서 동성 성관계가 용인된 적은 없었고, 신약의 성윤리 기준은 구약보다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현대 동성애 논쟁에서는 동성애의 선천성, 성적 취향, 동성 간의 순수한 사랑 여부 등이겠지만, 성경은 동성 강간이나 종교 제의적 성창(聖娼·holy prostitution, 가나안 종교에서 남녀 제사장과 성관계를 하며 신의 복을 기원하던 제도), '소년 사랑'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고대 사회에는 '동성애-이성애'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기에 성경에도 '동성애'라는 용어가 나오지 않는다"며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고, 유대인들은 성(性)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동성 간 성행위는 이 땅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에 대한 실패(창 1:27-28)라 생각했기에, 논의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동성 간의 성행위와 관련돼 있다고 알려지는 성경 본문들을 하나씩 검토했다.

구약의 동성애 관련 본문들 검토

이민규 교수는 구약부터 살폈다. 먼저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고 자신들의 욕정을 채우고자 동성 강간으로 욕보이려 했던' 소돔과 고모라의 창세기 19장과 사사기 19장에 대해 "'상관한다(yada)'는 성관계에 대한 고대 근동의 은유적 표현 방식"이라며 "퀴어신학자들은 이를 부인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창세기 19장에서 롯이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자를 알지(yada) 못하는 두 딸을 대신 주겠다'고 제안할 이유가 있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예레미야(23:16-17, 24:13)와 에스겔(16:49-50)에는 소돔의 죄에 대해 구체적인 동성애 대신 영적 간음인 우상숭배와 거짓, 교만과 탐식을 지적하고, 신약에서도 소돔을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상징으로 표현하지만 동성애나 성욕을 언급하진 않는다(마 10:15, 눅 10:12, 마 11:23-24)"고 했다.

이에 대해 "물론 동성애의 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동성애가 죄에서 배제됐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강간 행위도 언급돼 있지 않은데, 당시 극악무도한 죄로 인식돼 있어 설명이 불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소돔의 죄악은 손님의 권리와 엄격한 보호를 보장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를 저버린 것, 그리고 상대를 가장 치욕적으로 굴복시키려 잔혹하게 학대했던 (동성) 강간 행위 두 가지"라고 했다.

레위기 구절 '너는 여자와 교합함 같이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18:22)'에 대해선 "구약에서 남성끼리의 성교(性交)를 비판하는 것은 동성애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성창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성경이 금하는 이런 이방 풍습에 이스라엘인들이 참여한 증거들이 있다(신 23:18, 왕상 14:24, 왕하 23:7)"며 "그러므로 레위기의 1차적 금지는 우상숭배와 관련된 종교적 남창(男娼)에 관한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레위기 20장 10-16절에 나오는 남성끼리의 성교 행위는 간통과 수간(獸姦)과 함께 사형에 해당하는 성적 범죄로, 우상숭배에 제한되기보다 보편적으로 거부된다"고 전했다.

▲이민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 교수는 "퀴어신학자들은 이를 성적이 아닌 종교적 금지라고 하는데,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종교와 윤리가 다른 것이 아니었다"며 "레위기 18장에서 금지하는 간음과 근친상간, 수간 등도 당연히 종교적 이유에서만 금지된 것은 아니다. 동성애를 단순 종교적 차원에서만 금지했다는 주장은 지나친 발상으로, '가증한 일'은 종교적 차원과 도덕적 차원 모두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했다.

퀴어신학자들이 '다윗과 요나단(삼하 1:26)', '룻과 나오미'를 '아름다운 동성애' 성경 본문으로 제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언뜻 보면 어떤 색의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저는 이들의 주장을 알기 전까지 관련 본문을 100번 넘게 읽었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남여 역할에 분명한 선을 긋기 좋아했던 보수적 가부장 사회에 살던 유대인들도 이 내용을 동성애로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약은 매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고대 문화였기 때문에, 현대 사회보다 남녀 간 연애나 성적 취향 등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었다"며 "이런 문화에서 성은 주로 숨겨야 할 문제이지 드러낼 문제가 아니었고, 동성애 문제도 구약에서는 주로 우상숭배 차원의 남창 유입과 관련돼 있었다. 그렇다 해서 동성애가 허락된 적은 결코 없었다"고 정리했다.

신약의 동성애 관련 본문들 검토

이민규 교수는 신약에서의 동성애에 대해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한 것(마 6:28)'이라는 예수님의 계명에서도 보듯, 신약의 성윤리 기준은 구약보다 더 강화됐다"며 "바울도 성도들 간의 음행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간주하고, 아버지의 계모와 성관계를 한 자를 출교시키라(고전 5:1)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복음서에는 동성애에 관한 언급이 없으므로 직접적 문맥에선 다룰 수 없는데, 퀴어신학자들은 '예수와 사랑하시는 제자(요 13:21-26, 19:25-27, 21:20-24)', '마리아와 마르다', '백부장과 그의 종' 등이 동성애 관계라고 주장한다"며 "그들은 '동성애가 아니다'는 말이 없다는 이유로 집요하게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성경 읽기에서 반동성애적 관점을 버리라'고 하는데, 문제는 그 설명에 설득력이 없고 문맥상으로도 맞지 않다. 그리고 성경은 결혼 이외의 문맥에서 음란한 동기와 성관계에 부정적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들의 주장은 반동성애적 시각이 강했던 유대 문화에서 성경이 친동성애적 코드를 은밀히 심어놓았다는 뜻인데, 그간 아무도 모르다 이제야 밝혀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퀴어신학자들의 주장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호모포비아(homophobia)'가 문제라는 사실로, 예수님은 죄인들을 '지적'하시지 않고 '함께'하심으로 연약함을 이기게 하셨다는 것(요 8장)"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바울서신을 검토했다. '탐색(探色·여색을 찾아다님)하는 자나 남색(男色)하는 자나(고전 6:9)'라는 구절에 관해선 "'malakoi(탐색)'와 'arsenokoitai(남색)' 두 단어가 나오는데, 'malakoi'는 오역에 가깝고 정확하게는 리처드 헤이스(Richard Hays)의 의견대로 '헬라 문화에서 보통 성적으로 삽입당하는 역할을 하는 소년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며 "'arsenokoitai'는 해석하기 어렵지만 문자적으로는 'arsen(남자)'와 동사 'koite(옆에 눕다)'의 합성어이므로 남색을 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디모데전서 1장 10절의 '남색하는 자'에도 'arsenokoitai'가 사용된다.

가장 잘 알려진 로마서 1장 24-27절에 대해선 "성경에서 동성애에 관한 정보가 가장 많이 나오는 본문"이라며 "그러나 본문은 바울이 동성애에 관한 그의 입장을 서술하기 위한 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문은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기는' 잘못의 징후 중 하나의 드러난 예로 동성 성관계를 꼽은 것"이라며 "리처드 헤이스의 말처럼 논의의 주된 흐름과의 관계에서 2차적이고 예화적 성격을 띠고 있음이 확실하고, 동성애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보수적 입장의' 라이트(N. T. Wright)조차 이 본문이 동성애 찬반을 위한 기독교 윤리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많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바울은 창조주를 거절하고 우상을 숭배할 때 창조세계에는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 무너진 질서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예가 '동성 성관계'이고, 이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임한 보편적 타락의 작용으로 설명한다"며 "바울은 본문에서 여성 동성 성관계도 언급하면서 동성 성교행위(practice)는 하나님 두기를 싫어한 문화의 결과로, 분명한 죄이지만 그것을 심판의 원인이 아니라 죄에 관한 보응, 즉 하나님의 심판이 나타난 모습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동성 성행위'를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늘 발견되는 일상 죄악들(롬 1:29-31)과 같은 반열에 두면서, 특별한 범죄행위로 여기진 않았다는 것. 그는 "바울은 무정하고 무자비한 자(31절)와 동성애를 같은 반열에 두고 있다"며 "한 마디로 바울은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게 아니라, 현상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세상 풍조 본받지 말고, 엄격한 성윤리 추구해야

이민규 교수는 성경의 동성애 관련 구절 검토를 위해 당시 그리스·로마 사회와 유대교에서의 동성애, 퀴어신학자들의 '동성애 해석학' 등도 함께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윤리에 매우 엄격한 고대 유대문화에서 혼인 외 모든 성관계는 죄"라며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신구약의 모든 규례를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성경의 기준은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은 모두 죄인이고 기독교인이라도 죄의 성향이 뿌리뽑힌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니며 기독교인에게도 완벽을 요구할 수 없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넘어지고 배우면서 거룩해지는 것"이라며 "어떤 이의 동성애 성향 자체는 교회에서 이러한 차원으로 용납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 성행위는 죄이지만 회개할 수 없는 죄는 아니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 역시 동성 성행위 못지 않은 죄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동성애를 죄라고 할 때, 이성애자들의 성적 문란함을 대하는 태도와 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성경 해석은 늘 시대의 풍조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성경은 이 세상의 풍조를 본받지 말라고 명령하고, 동성애가 만연했던 이방 문화의 온갖 성 문제가 교회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초대교회는 엄격한 성 윤리를 추구했다"며 "이는 한국교회가 본받고 따라야 할 성경의 명령"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