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터넷중독의 이해
청소년 인터넷중독을 이해하려면, 우선 인터넷에 대한 전반적 문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인터넷은 우리 삶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고 생활과는 분리할 수 없는 정도로 중요한 매체이지만, 폐해를 낳고 있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의 폐해를 간과하고 장점을 가진 인터넷으로만 대하면, 정도를 넘어 중독으로 이행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 중독이 되는 상황을 보다 잘 고찰하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1. 인터넷중독의 기초 이해
청소년 인터넷중독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먼저 일반적인 인터넷중독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인터넷중독을 일반적인 표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대로 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인터넷중독을 중독이 아니라고 하거나, 인터넷증독이 아닌데도 인터넷중독으로 오해하는 수가 있다. 이는 인터넷중독에 대한 정확한 필요한 이유이다.
1) 인터넷중독의 정의
인터넷중독증(Addiction to Internet)이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할애하여 다른 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다. 인터넷중독자들은 인터넷 사용에 있어 자율적 통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병적으로 집착하여 인터넷을 사용한다. 인터넷중독은 사이버중독, 컴퓨터중독, 인터넷 증후군, 인터넷중독 장애, 웨바홀리즘(webaholism), 병적 컴퓨터 사용 장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버드대 교수인 마레사 헥트 오자크(Maressa Hecht Orzack)에 의하면 인터넷중독은 인터넷과 떨어지지 못하는 증상이다. 이는 도저히 인터넷 사용을 중단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인터넷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고 느끼거나, 혹은 더 자주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청소년이 인터넷중독에 노출되면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면 의기소침해지거나, 짜증이 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고 중도탈락하거나, 아이에게 음식을 주는 등 보살핌을 하지 않거나, 온라인상에서 밤을 샌 탓에 늦잠을 자거나, 다른 일에 무관심해지는 증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인들도 인터넷중독에 노출되면 과도한 게임사용으로 학업과 직장, 가정 및 대인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킨다.
2) 인터넷중독에 대한 오해
인터넷 과다 사용을 단순히 중독자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않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책 중독자가 아니듯, 지나치게 인터넷을 많이 사용한다고 인터넷중독자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계속 숨을 쉰다고 '숨 쉬기 중독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는 학자들도 어느 정도 강박적 인터넷 행동을 인정하는 편이다. 인터넷 과다 사용이 알코올이나 약물처럼 확실한 화학적 의존성은 없다 해도, 심리적으로 그들이 받는 느낌과 경험들에 대해서는 의존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5-10% 정도가 이러한 의존성향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러한 수치는 알코올이나 도박에서 나타나는 수치와 비슷했다. 문제는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보거나 온라인상에서의 사이버 관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이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중독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몇 가지 증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인터넷에서 채팅(chatting)하거나, 대인관계를 현실에서 보다는 주로 사이버 공간에서 가지거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박, 상거래, 정보수집이 과도한 경우, 즉 다양한 행동양상을 가지는 충동조절의 문제를 보인다. 그러나 정신의학에서 '중독증'으로 진단하려면 어떤 대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탐닉할 뿐 아니라 의존성과 내성 그리고 금단증상이 있어야 한다.
3) 일정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인터넷중독
우리가 인터넷중독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중독이 일정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은 물론 전문적 방법이 아니라 일반적 증상 기준에 의한 것이다. 인터넷중독은 다음의 몇 가지 증상을 수반하게 된다. 답답하거나 무료할 때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어하는 것, 접속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느끼는 심리적 의존이 점점 길어지는 것, 작업 능률이 떨어지는 내성이 생기는 것, 접속하지 못하면 뭔가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것, 이로 인해 이메일(e-mail)이 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인터넷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 하는 금단증상이 생기는 것 등이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마치 도박할 때 패를 보기 전 긴장이 고조되다 막상 패를 보는 순간 긴장이 해소되면서 쾌감을 느끼듯, 접속하기 전 긴장이 고조되기에 접속 후에는 긴장이 순간적으로 해소되면서 심지어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터넷중독은 컴퓨터에 지나치게 접속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및 금전적 지장을 받는 상태로 규정된다. 여기에는 의존성 내성 및 금단증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들의 반복적, 만성적 표현 및 활동 장애를 포함되고 있다. 인터넷중독이 알콜이나 약물에서처럼 생리적으로 중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관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지만, 약물이나 성(性)중독과 유사하게 의존적인 행동이 드러나야 한다.
인터넷중독은 일단 경고증상이 있다. 바로 전 인터넷에서 했던 일이나 다음 할 일에 대해 평상시에도 몰두해 있거나,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사용하거나,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려고 결심했지만 반복적으로 실패하거나, 인터넷을 중단하려 할 때 불안, 초조, 우울감을 느끼거나, 인터넷 때문에 친구관계가 끊기거나 직업이나 일에서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인터넷 시간을 숨기려 거짓말하거나,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을 찾게 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되면 누구나 중독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반복되고 만성화되면서 정도가 심해져 건강이나 사회활동, 직업활동에 장애를 가져오게 되면, 하나의 질병인 인터넷중독증이 된다.
2. 인터넷중독의 전제
인터넷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양면성이란 인터넷이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은 유익하기에 멀리할 수 없지만, 해로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가까이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멀리 해야 한다. 이런 양면적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생활수단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모든 물건의 신청이나 주문을 거의 인터넷으로 하는 편이기에, 이제 인터넷을 모르면 생활의 이러저러한 불편을 겪는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이 이렇게 활용되는 데는 공간의 구성요소와 상호작용 방식에 기존 가치관의 뿌리를 흔드는 혁명적 잠재력이 내장됐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정보의 저장방식은 엄청난 양을 저장하고 변조할 수 있는 숫자로 세는 디지털(Digital) 방식이기에, 물리적 양을 중심으로 하는 아날로그(Analog) 시대 방식과는 다른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또 인터넷은 사용자들이 정보와 정보 사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전자연결을 통해 관련된 단편적 정보를 연결하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책의 선형적 논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상호작용 역시 불특정 다수간의 실험적 소통을 가능케 한다. 실로 인터넷은 하나의 방향만을 갖는 일방향적인 소통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구성하여 다양한 장면의 연출이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2) 질병을 초래하는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인터넷이 우리에게 여러 장점을 가져다줌에도, 이제는 정신 질병을 초래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이후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컴퓨터중독이라는 용어가 새로이 등장했다. 1990년대를 넘어서자 인터넷의 사용이 널리 퍼졌고, 1996년 들어면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여 인터넷 중독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인터넷이나 게임의 가상현실에 몰두한 나머지 성격 이상을 보이거나 현실생활을 도외시하는 이른바 컴퓨터중독, 사이버중독, 또는 인터넷중독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중독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인터넷이 우리 몸에 침투하는 어떤 물리적 성분이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게 만들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현상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을 그저 컴퓨터의 일부일 뿐 절대로 중독될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가족이 인터넷중독에 대해 이야기하면 격렬하게 부정한다. "기계 따위에 중독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거나 "그저 취미일 뿐이야. 요즘에는 모두 인터넷을 해!" 라고 대응한다. 그러는 사이 인터넷은 우리의 사회에 파고들면서 각종 폐해를 산출하고 있다. 이런 폐해를 생각하면 인터넷중독은 '현대의 페스트'라고 불릴만하다. 중세에 흑사병이라 부르던 페스트(Yersinia Pestis)가 창궐하면서 많은 인명을 앗아 갔듯이 정보화시대 인터넷중독은 무수한 현대인의 인격을 파괴하고 있다. 정보 이용자가 지나치게 컴퓨터에 접속하여 일상생활에 심각한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및 금전적 '지장'을 받고 있는 상태로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근거로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인터넷중독을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또는 도박중독과 비슷하게 자기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성격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중독에는 정보나 자료를 찾기 위해 강박적으로 웹 서핑을 하는 정보중독증, 온라인게임이나 인터넷 경매, 기타 인터넷에서 상업적 활동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넷(Net)강박증, 현실생활의 친구나 가족관계보다 통신망에서 형성되는 대인관계에 몰두하는 관계중독증, 사이버섹스중독 등이 있다. 이런 일반적인 현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더 많은 중독증상이 인터넷으로 인해 유발되고 있다.
확실히 인터넷은 잘 사용하면 편리한 도구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인터넷중독이 되면 가정파탄과 정신적 장애, 범죄를 일으킬 정도로 위험한 무기로 변한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중독은 알콜중독이나 약물중독과 마찬가지로 가족, 일, 대인관계, 학교 등 주요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인터넷중독은 점차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페스트란 전염병 이상의 폐해를 준다.
3. 컴퓨터 희생물로서의 인터넷중독
인터넷은 컴퓨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생활의 편리한 수단인 컴퓨터가 인터넷과 연결되어 사용이 증가되고, 그러한 증가가 바로 인터넷의 확산과 컴퓨터의 사용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점에서다. 이런 현상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동시적으로 보아야만 할 요소이기도 하다. 다음 둘의 관계성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1) 인터넷 정보의 존재방식
인터넷의 디지털정보는 그 존재방식에서 특이함이 있다. 디지털정보는 그 자체로 보이는 것이 사실 숫자에 의한 조합이라는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우리가 보는 것 자체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드러내 준다. 이런 디지털정보의 존재방식은 진리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으며, 어떤 진리도 객관적으로 불변의 상태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또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축적이나 복재, 그리고 변조가 쉬워짐으로 인해 자료를 소장하거나 암기하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함도 일깨워준다. 컴퓨터 프로그램 시스템인 웹(Web)에 검색어만 쳐 넣으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따로 저장하거나 굳이 암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사회와는 달리, 정보는 유통될수록 힘을 가진다는 원리가 인터넷 사용을 더욱 활성화시키는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정보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생산한 정보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제공하여 널리 알릴 것인가, 그리고 정보사용의 차원에서는 그런 널려있는 정보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가 주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얼마나 독특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가, 차별적으로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가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2) 정신질병 함정으로서 인터넷
인터넷은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과 교환하는 방식에서 특이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인터넷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는 경우이다. 게임이나 음란물, 채팅, 상품구매 등에 집중하여 인터넷중독으로 이행(移行)되는 증상이다. 음란물에 빠지는 사람은 밤늦게까지 음란물을 보다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채팅에 빠지는 사람들은 인터넷 대화방의 친구들을 체크해보지 않고는 하루를 그냥 넘길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신만의 은밀한 시간을 컴퓨터와 보낸다. 게임에 빠지는 사람들은 그냥 재미를 위해서 게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게임하기 위한 것이지 음란물이나 도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와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은 모두 컴퓨터 모니터만을 응시하면서 보내기 위해 취미나 여러 활동, 중요하게 여겼던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거기에 푹 빠져 지낸다. 물론 이들의 성향은 외적으로 보면 중독 현상이고, 그들의 행동은 강박적이고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맹목적인 도취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은 거기에서 스스로 벗어나오지 못한다.
그들에게 인터넷으로 인한 감정과 행동은 그들의 건강과 부와 명예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그들의 쾌락 추구 또는 현실 세계로부터 도피를 위해 선택한 수단적 욕망은 결코 포기되지 않는다. 이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인터넷의 남용과 오용의 한계를 넘어 인터넷의 파괴적인 영향력에 희생되고 있는 꼴이다.
3) 중독으로 이행되기 쉬운 특성
인터넷은 중독으로 이행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심리적 장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정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에 의하면 알코올과 약물중독은 다른 강박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 그런데 이 편람에는 아직 '인터넷중독'이 들어 있지 않다. 미국에서는 1천 1백만 명이 인터넷과 강박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제 그들은 도저히 인터넷 사용을 중단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인터넷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기에 더 자주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인터넷중독의 증상이다. 이들은 오늘에도 여전히 인터넷의 경매에, 주식거래에, 도박에, 그리고 게임에, 음란물 및 대화방의 채팅에 빠져드는데 온통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부분과 관련하여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일상의 생활이 점차적으로 지장을 받는 등 비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하여 주변으로부터는 "컴퓨터를 그만 좀 하라!"는 말을 듣지만, 그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면 의기소침해지거나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고 중도에 탈락한다. 주부의 경우 인터넷을 하느라 자녀에게 음식을 주는 등 보살핌을 하지 않거나 온라인상에서 밤을 새 늦잠을 자거나 다른 일에는 무관심해져 버린다. 이들이 컴퓨터의 희생물이자 인터넷중독자인 것이다.
4. 인터넷중독에 빠지기 쉬운 성격
전술한 대로 인터넷은 컴퓨터가 갖는 자체 속성이 중독을 야기한다. 마약이나 도박이 일종의 쾌락으로 중독되듯, 인터넷 역시 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보상능력이 있어 중독에 이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병리적 측면에서는 의사소통 장애의 형태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전화나 편지와는 달리 자신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과의 접촉을 쉽게 할 수 있고, 자신의 비언어적인 반응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1) 기계적 속성의 차원
컴퓨터의 인간 지향성은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의 문제이다. 인터페이스(interface)는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또는 2개의 시스템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접속되는 경계(boundary)나 이 경계에서 상호접속하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조건, 규약 등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다.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인간의 오감을 보다 적극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과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발달 및 진보해 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계산기계' 이상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펀치카드만을 사용하여 컴퓨터를 조작하였다. 그러던 것이 마우스나 키보드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인간의 손을 통해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키보드로 텍스트를 입력하고 컴퓨터에 명령내리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고, 스캐너와 사운드카드를 통하여 듣고 보는 인간의 감각의 활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터치모니터, 말을 해석할 수 있는 모듈, 신체움직임 자동캡처가 가능한 데이터장갑 등이 계속적으로 출현하여 인간의 감각을 총동원한 소통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로 컴퓨터는 인간의 명령에 의해 작동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가상(假想)'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인 변모과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에 빠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인터넷중독에 빠지기 쉬운 성격의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꺼려하는 내향적인 사람, 혼자서 깊이 몰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색다른 정보에 심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좋아하기 쉬운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되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컴퓨터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인간지향성과 컴퓨터가 잘 들어맞는 점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2) 관계적 차원
인터넷중독에 빠지기 쉬운 성격에서는 관계적 차원을 무시할 수 없다. 현대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인간과 서로 관계하기 어려운 환경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계적 차원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인터넷은 개인이 접촉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시켜주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자기와 타인의 관계가 이전보다 잘 유지되고 있다고 믿고 이를 추구함으로써 인터넷에 대한 집착이 더욱 증가한다.
여기에 특히 인터넷중독을 부추기는 특성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성(性)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들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성적 충족은 그 정도를 넘어 본능적인 차원에 관련되는 것으로 유혹의 뿌리가 깊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온라인상에서의 성(性)이야말로 안전한 것으로 인식하여 신체 접촉의 위험부담을 느끼지 않은 채 자유롭게 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대단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런 이유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인터넷에 접하게 되는 횟수가 증가한다. 인터넷에서는 감추어진 성격이 그대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실에서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은 가상공간에서 적극적이 될 수 있으며, 공격적이지 않았던 개인은 온라인 게임을 통하여 강력한 힘을 얻어 마음껏 공격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런 특성은 물론 심리적으로는 노출요소의 표현에 해당하지만, 이런 노출의 표현으로 인하여 개인은 심리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실의 세계에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해 심리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그룹의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영향력을 얻어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이로써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뛰어들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관찰하고 탐색할 수 있으므로 대리만족할 수 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잠복하여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것 역시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는 훔쳐보려는 심리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3) 학문적 차원
심리학에서는 인터넷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신의 정체감에 불만이 있는 사람, 사회생활에서 자신감이 결핍된 사람, 자기실현의 좌절을 겪는 사람, 환상적 사고에 취약한 사람 등이다. 이들은 대개 사람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어려운 것이 공통점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인터넷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기술적 특성 중에는 익명적 관계가 일반적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나이, 신분 등을 알 수 없으므로, '누가 말했는가'보다는 '내용이 얼마나 타당한가'가 중요하고, 권위 역시 좋은 내용을 올린 사람이 차지하게 된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생산자이자 전달자가 된다. 자신이 컴퓨터를 더 잘 다룬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음악을 좀 더 많이 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누구나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불특정 다수가 서로 동시에 소통하는 다방적 소통(multi-way communication)이라는 점이다. 여기서는 자신의 의견과 상충되는 의견에 대해 언제든지 반박할 수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인터넷의 매력이 그들을 인터넷중독으로 몰아가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